머릿수가 만든 무리수
머릿수가 만든 무리수
머릿수가 만든 무리수
2016.06.24 17:29 by 제인린(Jane lin)

 

13억5569만2576명.

중국의 인구입니다.(2014년 기준)

전 세계 5명 중 1명은 중국말을 쓴단 얘기죠.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동시에 점프를 하면 지구가 기운다’

‘한꺼번에 소변을 보면 대홍수가 일어난다’

‘실제 인구는 (국가통계의) 두 배가 넘는다’ 등의 것들이죠.

‘가지 많은 나무’ 중국, 바람 잘 날 있을까요?

(사진:Arthimedes/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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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한번 상상해보세요.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거주하는 방 안에 멀쩡하게 켜져 있던 TV·에어컨이 꺼지고, 전화·인터넷이 끊어지며, 방 안 모든 전등이 정전되어 암흑 천지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말이죠.

당황스러운 감정과 동시에 큰 공포감이 당신의 몸과 마음을 덮치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사방 천지에 믿을 사람이라곤 하나 없는 타향살이 중에 벌어진 일이라면 더더욱요.

깊은 밤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주던 전자기기들 몇몇이 작동되지 않을 뿐인데도, 등줄기가 오싹해집니다. 이런 상황이, 중국에서 살고 있는 필자에게 종종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사진:iofot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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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현재 중국의 인구 수는 15억에 이릅니다. 정부는 이 막대한 인구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다양한 지역 거점 운영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거류증 신고제도’나 지역마다 차이를 둔 ‘신분증 발급제도’ 같은 것들이죠.

공안국에서는 전국 22개성을 오가는 이들이 성(省)과 성(省)을 이동할 때마다 반드시 해당 지역 공안에 거류증 신청을 하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이동 경로를 신고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해당 정책은 사실상 이주자의 자발적 신청에 의존하고 있어 완벽한 관리가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전국 22개 성에 거주하는 인구의 수가 적게는 수 천만 명부터 많게는 수 억 명에 달하는 탓에 A성에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또 다른 B도시로 도주한 경우, 해당 범죄자를 잡아내는 비율은 불과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정부가 매년 실시해오고 있는 인구 조사조차 100%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4개 직할시, 5개의 자치구, 22개의 성 등 각각의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를 문서화, 정보화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탓인데, 인구 조사를 실시하는 동안(매년 1월부터 11월까지) 이미 수 천만 명이 태어나고, 사망하는 까닭에 정부의 인구조사는 사실상 짐작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죠.

중국의 4개 직할시, 5개의 자치구, 22개 성의 인구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사진:Marcio Jose Bastos Silva/shutterstock.com)

때문에 만일의 경우, 베이징에서 타인의 명의로 불법 등록된 휴대전화를 사용한 뒤 인근 다른 성으로 도주한 경우 현실상 그를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 문화가 바로 ‘선불제도’입니다. 사실상 중국은 전기세, 수도세 등 거의 대부분의 공과금이 ‘선불제도’로 운영됩니다. 전기카드, 수도카드 등에 금액을 충전하듯 입금하고, 그 카드를 거주지 인근에 부착된 단말기에 넣어 사용하는 방식이죠. 오랜 세월 ‘先사용 後납부’ 방식에 익숙했던 필자에겐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안겼던 방식이기도 하죠.

거주지 인근 마트,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휴대폰 선불 충전 카드.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중국이 이 같은 사연을 이해한 후에도, 선불제 탓에 한 밤에 전기가 끊겨서 깜깜한 밤을 보내야했던 기억은 결코 반가운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필자와 같이 중국에 거주하는 이방인들에겐 종종 발생하는 ‘불청객’이기도 하죠.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충전해야 하는 것은 단연 휴대폰 요금입니다. 매달 휴대폰 사용요금으로 평균 100위안(약 1만 8천원) 남짓을 쓰는데, 이 정도 금액이면 데이터 1기가, 문자 1천 건, 전화통화 1천 분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충전한 금액을 다 사용한 경우 전화를 받는 것도 거는 것도 모두 정지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발신뿐만 아니라 착신 시에도 요금 지불이 되는 탓에 착발신 모두 이용을 위해서는 충전을 충분하게 해 놓아야 하는 것이죠.

충전 금액이 ‘0’을 가리키는 순간, 에누리 없이 모든 서비스를 정지당하는 셈이죠. 그야말로 ‘얄짤없이’ 단칼에 잘라냅니다.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주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죠.

다만, 선불로 납부한 요금이 10위안 남짓 남았을 때 ‘빠른 충전 요망’이라는 문자가 기지국으로부터 전송되어 옵니다. 때문에 필자는 가까운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50위안, 100위안 단위의 선불카드를 몇 장씩 구입해 지갑 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습관이 있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익숙하지 않던 이민 초창기에 생긴 습관이죠.

선불카드 뒷면에 적힌 휴대 전화 가입국 번호와 구매한 선불카드 고유 비밀 번호를 유선상으로 입력해 충전이 완료되면, 그 순간 바로 착발신 및 인터넷 데이터가 다시 연결됩니다.

중국 유명 온라인 종합쇼핑몰 1하오디엔(1号店)에서 발행하고 있는 선불제 카드. 해당 카드는 인근 편의점, 마트 등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카드 구입 후 온라인 사이트에 카드 고유 번호를 입력하면 구입한 카드 금액만큼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중국 아마존, 동영상 전문 사이트 'LeTV' 등 다양한 업체의 선불 카드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중국에서는 이 같은 선불제의 불편함을 넘어서기 위한 각종 노력을 진행 중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곳으로 단연 ‘핀테크’ 분야가 꼽힙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이동통신회사로는 ‘리엔통(联通)’과 ‘중국이통(中国移动)’ 등 두 곳으로,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는데요.

기지국에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된 '쯔푸바오(支付宝)'를 통해 지금껏 통신 회사에서 직접 방문하거나, 충전 카드를 구입해 충전해야 했던 불편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쯔푸바오'는 중국 핀테크의 대표적인 모바일 지불 방식으로,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alibaba, 阿里巴巴)에서 운영, 6월 현재 중국인 5명 중 4명(집계된 수치로만 약 10억명의 인구가 활용되고 있음)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비록 한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각 지역에서도 이 같은 전자결제 수단이 소개되고 있지만, 중국에서의 전자 결제 시스템 호황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쯔푸바오'를 통해서라면 중국 내에서 못하는 결제가 없는데, 휴대 전화 요금 충전은 물론, 온수 충전, 레스토랑 예약 선결제, 인터넷 쇼핑 결제, 비행기 요금 결제 및 호텔 예약 등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가상 화폐와 같은 것이죠.

하지만, 이때도 해당 '쯔푸바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에서 개설한 본인 명의 은행 계좌와 연동시키거나, 인근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50위안, 100위안, 500위안, 800위안, 1000위안 단위의 선불카드를 구입해 우선 충전해야 한다는 점은 기존의 선불제 운영 방식과 일맥합니다.

도시 곳곳에서 영업 중인 대형 마트 '까르푸(家乐福)' 매장 내에 판매 중인 선불카드.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은 해당 카드를 구입, 자신의 회원 카드에 일련의 고유 번호를 입력한 뒤 충전한 금액만큼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해당 선불카드는 명절 기간 선물로 주고 받는 한국의 상품권과 같은 기능을 해오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선불제'가 낳은 각종 사회 상황은 15억 인구가 살아가는 '인구대국(人口大國)' 사회의 신용이 얼마만큼 낮은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이 보여줄 더 나은 방식의 사회현상이 사뭇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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