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 땅' 영화로 알린다
'독도는 우리 땅' 영화로 알린다
'독도는 우리 땅' 영화로 알린다
2014.08.25 15:42 by 권보람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 사라지기 전에, 알아둬야 할 사건들이 잊히기 전에 누군가는 꼭 기록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권순도 감독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독도의용수비대 다큐멘터리 영화 ‘독도의 영웅’을 제작 중인 그를 만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와 그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열강에 둘러싸여 외침 등 많은 굴곡을 겪은 나라입니다. 그러다보니 근현대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사건과 인물이 있음에도 ‘한 두 번이야?’ 하면서 인식적으로 무뎌진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알아도 지속적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미래 세대의 주역이 돼야 할 젊은이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때 특히 안타깝죠. 독도의용수비대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잊히기 전에 누군가는 기록해야 했어요. 영화로 만든다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면서 후대에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독도의용수비대는 1953년 4월 20일 독도 상륙부터 1956년 12월 30일 국립경찰 인계까지 일본의 침탈로부터 독도를 수호한 33명의 의용수비대원 단체를 말한다. 2005년 신문 기사를 통해 처음 독도의용수비대 이야기를 접했다는 권 감독은 “최근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는 등 우경화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위기의식에 작품 제작을 강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을 위해 수비대의 행적을 조사하면서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비대가 일본군의 침탈에 맞서 손에 들 수 있었던 무기는 소총 몇 자루와 박격포 한 정 정도가 전부였지요. 그분들이 생계를 포기하고 독도에 상주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일본에 실효지배권을 빼앗겼을지도 모릅니다.”‘

독도의 영웅’은 지난해부터 사전 제작을 시작했으며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크랭크인에 돌입했다. 권 감독은 이달에만 스케치를 위해 두 번 독도를 방문했고, 홍순칠 대장의 부인 박영희 여사와 정원도 대원 등 생존해있는 관계자를 직접 만나 수비대의 활약상을 들었다. 수비대원의 활약상을 재연해 줄 40여 명의 출연진과 30여 명의 젊은 스탭도 ‘독도의 영웅’을 위해 그와 함께 뛰고 있다.

수비대원은 대부분 참전 상이용사출신의 울릉도 주민으로 이들을 한 데 모은 홍순칠 대장 역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1952년 상사로 명예 제대한 군인이었다. 이들은 계속되는 일본의 침탈 시도를 막기 위해 오징어를 팔아 무기와 식량을 구입하는 등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웠던 정부를 대신해 독도 수호에 나섰으며 3년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외롭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갔다. 독도에서 직접 총을 들지 않은 이들 역시 울릉도에 남아 보급과 후방지원을 담당하며 함께 싸웠다. 부당한 독도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독도의용수비대가 반드시 기억돼야 하는 이유다.





권순도 감독과 독도의용수비대 정원도(사진 왼쪽) 대원

“한 번은 수비대가 부족한 화력을 감추려고 나무로 만든 대포 모형에 군용페인트를 칠해 위장을 했더니 배를 타고 접근하던 일본군이 진짜로 착각을 하고 돌아간 일이 있었다고 해요. 조사를 하면서 수비대 분들의 기지에 무척 감탄했습니다. 이처럼 민간인이었던 수비대가 일본군의 끈질긴 침탈을 막아낸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죠. 독도는 이런 크고 작은 기적들이 지켜낸 땅인 것이죠.”

“제가 어렸을 적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한 무술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비디오 플레이어 한 대로 함께 영화를 보던 솔로몬 군도도 예외는 아니었죠. 영화 속 주인공을 보고 저도 같은 동양인이기 때문에 무술에 능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권 감독이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는 해외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문화 콘텐츠가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솔로몬 군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나를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서워하던 주민들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권순도 감독이 자신의 작품 '한걸음'과 '약혼'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 다시 찾은 솔로몬 군도에서 그는 놀림의 대상이 됐다.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가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불과 몇 년 새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바뀐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감독의 꿈을 정한 권 감독은 솔로몬 군도를 떠나 호주에서 본격적인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의 선택’, ‘한걸음’, ‘약혼’, ‘소녀의 기도’, ‘꽃동산’ 등을 연출하며 북한인권과 순교인, 독립열사를 주제로 한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단순한 독립영화 그 이상의 의미와 사명을 띈 ‘독도의 영웅’은 이제 수비대 활동 재연 촬영분만을 남겨두고 있다. 영화는 9월 크랭크업 이후 후반 작업을 거쳐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한 내년 2월 22일 최초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독도의 날’인 10월 25일에도 특별 시사회가 마련된다.

“우리가 포클랜드를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분쟁에 관심이 없듯 많은 나라가 독도의 실효지배국이 어디인지 모르고 있죠. 일본의 주장에 따라 독도를 다케시마와 병행표기한 지도도 많고요.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되는 광고보다는 국경과 인종, 세대의 장벽 없이 누구나 흥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알리는 자연스러운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권 감독은 근현대사의 기록들로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대중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 권 감독의 초심이자 최종목표다.  그 일을 하기 위해 ‘퓨어웨이 픽쳐스(PUERWAY PICTURES)’를 설립했고 역사서 출판에도 뛰어들었다. 권 감독은 "앞으로도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영화와 책을 통해 계속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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