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겁게 '루루랄라~'
인생을 즐겁게 '루루랄라~'
2016.06.27 17:27 by 흥부자

지금 TV채널을 잠시만 돌려보라. 외국인이 활약하는 모습을 쉽사리 만나볼 수 있다. 요리하는 불가리아인, 예능하는 독일인, 노래하는 영국인 등 그야말로 ‘외쿡인’ 전성시대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 소개할 버스커는 독특한 외모에 독특한 옷차림. 늘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그녀, 콩고계 프랑스인 ‘루루’다.

기럭지, 컬러풀한 옷차림 등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루루. “인터뷰가 처음이라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더니 요구 할 건 다 한다. “얼굴이 까매서 그림자 지면 얼굴 윤곽 안 나오니 역광 대신 직광으로 찍어주세요~.”
버스킹을 마치고 함께 해준 친구들과 함께. 남자분의 이름은 조셉, 역시 콩고계(미국인)인데 둘이 쓰는 민족어가 다르단다. 루루는 링갈라어, 조셉은 스와힐리어.

신촌문화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루루. 사실 그녀의 중저음 보이스와 기타 연주가 처음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쳤는데, 세 시간 뒤에 와서 보니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다시 만난 그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뽐냈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광경을 함께 감상하자.

 

 

 

 

보면 알겠지만 거리는 참으로 한산하다. 그 한산함 와중에 누가 보든 말든 흥 넘치는 이 음악과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이 언어는 다 뭐란 말인가! 코가 벌름벌름,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녀의 나이는 24세에서 25세 사이.(본인이 자기 나이를 ‘Between 24 to 25’라고 표현했다.) 본명은 루엔지(Louange)다. 편하게 ‘루루’라고 불러달라 한다.

루루네 자매들. 이렇게만 있어도 ‘Destiny’s Child’ 저리가라다.
루루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리말로 ‘엄마 사랑해요‘라고 게재되어 있다. 루루의 어머니는 8남매를 낳아 기르시고도 행복을 찾아나서는 초특급 우먼이다.

가족은 무려 열 명! 위로 오빠가 셋, 언니 하나, 여동생이 셋 그리고 엄마, 아빠. 가족이 열 명이라니 한국에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위대한 아빠에 더 위대한 엄마다. 루루는 “나의 넘치는 흥은 가족으로부터 나왔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온 가족이 뮤지션이다. 아빠는 기타리스트고 엄마는 노래하고 춤춘다고 한다. 오빠는 자기 이름으로 된 앨범도 있다. 루루가 “우리 가족 중에선 내가 음악적인 소질이 가장 부족하다”며 겸손을 부려본다.

가족 중 최고의 흥부자는 역시 엄마다. 쇼맨십도 대단해서, 콘서트 같은 걸 하면 주로 엄마가 진행을 본다고 한다. “진짜 가족끼리만 나서도 콘서트가 되겠다”는 말에 엉뚱한 답변이 돌아온다.

“(해맑게 웃으며) 맞아 우리는 우리 인생을 정말 사랑해.”

첨엔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의 동문서답인줄 알았지만, 곱씹을 수록 현답이다. 거리에서 콘서트를 열면서 투어를 다니는 가족이라니. 인생이 정말 사랑스럽지 않을까.

진해 벚꽃 축제. 나도 못 가봤는데
제주도 바다에서의 셀피. 진짜 예쁘게 웃는다.

한국의 음악버스커들이 대부분 전문 뮤지션을 꿈꾸며 거리에 나오는 것에 반해 그녀의 직업이나 꿈은 뮤지션이 아니었다.(본인이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난 음악을 좋아할 뿐, 뮤지션은 아니야. 학교에서 잠시 음악을 배웠지만 돈이 부족해서 1년 다니다 그만 뒀지. 하지만 어떻게 노래하는지, 어떻게 공부하는지는 알고 있어. 지식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험도 못지 않게 중요하지. 버스킹은 아주 훌륭한 무대경험이야. 무대가 꼭 모든 걸 갖출 필요는 없잖아. 이런 친구들을 찾아서 기회를 엮어주고 싶어.”

그렇다. 루루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음악을 배우고 싶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이어주는 역할’이다. 루루는 단지 돈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 둔건 아니었다. 부모가 모두 뮤지션이니 꼭 학교에서 음악을 배워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이론교육을 시켜준 것도 아니었단다.

루루 언니가 교회에서 드럼을 쳤을 때의 일이다. 리듬이 좀 특이했다. 더 정확히는 이상했다. 8살 언니는 많이 실망했다. 그런 언니에게 아빠는 “괜찮아, 최악은 아니야”라고 말했다.

“(천진하게 웃으며) 우린 다 그렇게 배웠어”

 

07

 

루루야 , 우린 이런 걸 이렇게 불러. ‘인생샷’이라고.

그녀의 부모님은 콩고인이었다. 하지만 셋째가 태어날 무렵부터 프랑스에 살았다. 콩고에서는 가스펠 가수를 하던 부모님은 왜 갑자기 이민을 하셨을까? 버스킹이랑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단다. 삶을 한 곳에 묶어 둘 수는 없었던 게다.

“(꽤 진지하게)우린 계속 옮기면서 살았어. 내가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나서도 말야. 나는 내가 콩고인 반, 프랑스인 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100% 프랑스인이자 100% 콩고인이지. 콩고는 한번도 가 본 적 없지만 콩고 음식을 먹고 콩고 노래를 부르고 콩고 링갈라어도 할 줄 알아. 내 소울은 꽤 아프리카적이야. 콩고에 가면 프랑스 사람이라 할지 몰라. 그렇지만 프랑스에선 너 아프리카에서 왔지? 하더라고. 내 생각엔 둘 다야.”

 

 

웨딩 장면이다. 가운데 자세히 보면 턱시도를 입고 있는 신랑이 보인다. 기독교적 예식이었는데도 스탠딩 파티로 하다니, 콩고문화가 얼마나 흥이 넘치는지 알 수 있다.

이날의 만남을 있게 한 버스킹. 한국에선 처음이자 마지막 버스킹이었다고 한다. 여기엔 재미있는 뒷 얘기가 있다. 일주일 전에 밤새 ‘루프탑 콘서트(rooftop concert)’를 즐기다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놓쳤다. 비행기를 놓치고 보니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좀 더 멋진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루가 거리로 나온 건 그래서다.

앞서 영상에서 같이 춤춘 친구는 미국인 조셉(Josep)이었다. 그 역시 콩고 출신. 버스킹을 하다 우연히 만났는데 국적상 한 사람은 프랑스인, 한 사람은 미국인이니 몰랐던 거다. 더군다나 콩고는 약 200여개의 언어가 혼재한다. 루루가 자신의 민족어 링갈라어로 노래하는데 그 곡이 가스펠이라 조셉이 알아들었다고 했다. 마리아 릴케의 시처럼 ‘때로 인생은 축제’다.

“(약간 상기되어) 기분이 되게 좋았어. ‘이게 나지’ 하고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 이게 나지! 우연히 만난 조셉하고 호흡도 좋았어. 마치 그가 나 같고 내가 그 같았지. 콩고 사람들은 춤을 좋아해. 교회에 가잖아? 보통 2시간 정도 춤을 추고 설교를 듣지.”

사실 루루는 ‘한류빠’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 뭘 할까 하다가 같이 코인 노래방에 갔는데 가수 비의 ‘I Do’를 불렀다. 루루가 “사실 비를 만나러 한국에 왔는데 아직 못 만났다”며 너스레를 떤다.

처음에는 우리 말을 배울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열 다섯 살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다고. 처음 본 드라마가 ‘천국의 계단’인데 당시에는 중국어 버전 밖에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본다고 한다. “실제 한국과 드라마는 많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09

 

유명인사를 찾아 한국에 온 루루. 이젠 그녀가 더 유명해 질지도 모르겠다. 가는 곳마다 그녀가 풍기는 매력에 매료된 사람들이 그녀에게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녀가 본 진짜 한국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파이팅 문화’가 넘치는 나라다. 특히 아저씨, 아줌마 파워(긍정의 의미다)를 강조했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파워풀한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 이라고 했다.

돌아가면 뭘 할거냐는 물음에 배시시 웃으며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그렇지, 그게 정답 아니겠어? 그냥 지금 여기 있으면 되는 거지!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어 언니” 라는 말과 함께 아침 비행기로 떠나버린 그녀. 내 갑작스럽고, 무리하기까지 한 요구에도 새벽 세시 반까지 인터뷰에 응해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Mercy.”

* 본 회차의 인터뷰가 영어로 진행된 관계로, 다소 어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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