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말도 못하는 주제에…"
"중국말도 못하는 주제에…"
"중국말도 못하는 주제에…"
2016.07.02 17:18 by 제인린(Jane lin)

 

“잘 배우면 굶어 죽진 않겠지? 10억 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니까.”

학창 시절 친구의 말이 떠오릅니다.
당시 우린 대학 전공선택과 관련된 얘기를 자주 했었죠.
중국어과에 가겠다던 친구는, 그 이유로 ‘쓰임새’를 들곤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라면서요.
그래서일까요? 중국의 언어부심은 꽤나 유명합니다.
세계 최고기업 애플의 이름까지 ‘핑구어’(苹果‧중국어로 사과)로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패기를 한번 들여다보시죠.

(사진:Filipe Fraza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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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대부분의 거리 표지판, 광고 등엔 중국어 외에 영어처럼 보이는 문자가 동시에 표기돼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영어가 아니라, 병음입니다. 중국어 발음을 병음이라고 불리는 영문과 유사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은 문자로 표기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베이징’은 'Beijing'으로, 지역구 중 하나인 하이덴취는 'haidianqu'로 표기됩니다. ‘글로벌 시대에 사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문자를 영어로 과감히 표기하게 망설임이 없었구나’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영문이 아닌 중국어를 좀 더 잘 표현하도록 돕는 ‘병음’일 뿐인 것이죠.

어느 날인가, 휴대폰 충전 카드를 구입하기 위해 집 앞 구멍가게를 찾았는데, 주인아주머니는 51위안짜리 충전 카드를 52위안이라고 속여 판매하고자 했고, 필자가 51위안이 아니냐고 묻자 그제야 51위안을 받으며, 돌아서는 필자 등 뒤를 향해 “중국말도 못하는 것이….”라고 소리 친 기억이 납니다.

이 순간 ‘중국어에 능숙했다면 이런 고초는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라는 속상함이 밀려오며,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중국어를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몇 년 전 ‘무지의 시절’이 그립기까지 했죠. 그러면서 필자는 스스로에게 ‘이 역시 중국이 가진 이면일 뿐’이라고 다독이며 그간의 정을 간신히 붙잡아 두곤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이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그들이면서도, 말하기에서의 중국어가 아닌 읽고 쓰는 영역 즉, 문해 분야에서의 모국어 활용능력은 턱 없이 낮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지난 2000년대 15세 이상 중국 한족 문해률은 44% 수준에 그쳤으며, 소수 민족 17%, 그 가운데 티베트 지역의 문맹률은 자그마치 11%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었죠.

이 같은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사건은 지난 2014년 중국 국영방송 CCTV에서 방송된 ‘한자받아쓰기대회’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총 32개 팀이 참가해 한자 받아쓰기 시합을 벌인 결과 이들 중 약 70%가 비교적 활용도가 높은 ‘두꺼운’ 이라는 의미의 ‘厚’를 쓰지 못하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것이죠. 

더욱이 이 같은 양상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지난해 12월 현지 리서치 기관 ‘링디엔(零点)’ 조사 결과, 중국인의 94%가 평상시 활용도가 크게 높은 3000개의 한자를 정확하게 기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어와 병음 표기가 동시에 게재된 지역 표지판.

이는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직접 한자를 기입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더욱 심각해졌는데, 실제로 pc 또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병음(拼音)'을 입력하면 같은 발음의 여러 한자가 목록에 게재되고, 그 가운데 원하는 글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홍콩 유력 언론 '난화자오바오(南華早報)'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사람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원활하게 한다고 해도, 손으로 직접 쓰거나 읽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인 스스로 조차, 그 토록 강한 자부심의 대상인 중국어를 그저 대화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을 뿐, 읽고 쓰는 분야에서의 능력은 여느 외국인보다 조금도 낫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서 필자는 누군가 '너의 중국어 실력이 어떠하냐'고 물을 때마다, 줄곧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읽고 싶은 것을 읽고 쓴다"고 답하고 있는 스스로를 떠올려 봅니다. 중국 거주 4년 만에 '겨우' 외국어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아주 조금 편안해졌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아직 말하기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읽고 쓰는 것이 조금 더 편한 여전한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매일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필자와, 필자와 같은 더 많은 외국인들을 위해 중국인들이 가진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자애심'으로까지 확대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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