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탁보늬의 살다보늬①
'버스커' 탁보늬의 살다보늬①
2016.07.04 17:35 by 흥부자

버스커를 한 곳에 묶어 둘 순 없다. 일종의 ‘아트 노마드(유목민)’들이라, 한 곳에 정착하는 건 잠시 뿐이다. 보늬를 처음 만난 건 신촌이었지만, 그의 주 무대는 지하철, 인사동, 삼청동 일대다.

 

보늬의 지하철 버스킹

지하철 예술존에서의 공연과 지하철 플랫폼에서의 공연은 한 끗 차이다. 그러나 예술존에서는 공연비를 받고 플랫폼에서는 벌금을 낸다.(벌금은 약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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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늬는 뭘 물어도 단답형으로 대답한다. 그리고선 후에 이런 저런 살을 붙여 설명해준다. 그 만큼 자신이 지금 무얼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아는 사람. 나를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물음에

“뭐든 즐기는 사람, 다른 거 딱히 없이.”라고 가볍게 툭 던져준 뒤, “뭔가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음악을 잘하고 싶긴 하지만 음악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먼저고, 일단 즐기고, 즐기다 보면 뭐  안하고 있진 않고. 안 잘할 수도 없을 거 같고, 계속하면."이란다. 참 뻔뻔한 말인데도 참 자신감 넘치고 참 밉지 않다. 너란 사람.  

버스킹 준비물: 바이올린. 스피커. 끝.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저 노란 머리가 바람에 지 멋대로 흩날리는 게 나는 그리 섹시하다. 음악에 빠져 툭툭 주는 저 바운스도.  

탁보늬 & 안코드 단독 콘서트 홍보용 버스킹 때의 영상이다. 둘이 처음 만난 건 지하철 안에서 버스킹 할 때. 안코드 말을 빌리자면 ‘저 XX가 내 자리에서 버스킹을 하잖아’를 계기로 만났다고. 둘이 엄청 아웅다웅하지만 엄청 잘 지내기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6월 26일) 둘이 갑자기 부산으로 버스킹 번개를 갔다. 안코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나는 버스커에요”

자기소개 부탁을 하자마자 보늬가 던진 말이다.

현재나이 22. 20살때부터 지하철을 시작으로 버스킹했다. ‘명확하게’ 돈을 벌러 바이올린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바이올리니스트가 거리에서 연주하는데 뭐 그리 큰 돈이 될까? 당시에는 절실했다. 어린 나이에 커피창업을 했다가 실패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거리에서 솜사탕도 팔아봤고 자전거 뒤에 커피박스를 매고 한강에서 팔기도 했다. 중, 고등 예술학교를 다 떨어지고 나서 바이올린을 놓았으니 오케스트라에 갈 수도 없고 대학을 가지 않아서 과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연히 한 버스커가 연주하는 걸 보고 저게 과연 돈이 될까 했지만 사업 채무로 인해 앞 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계속 바리스타를 하고 싶진 않았다. 커피창업을 했다가 좌절해서가 아니라 절실하지 않아서. 커피R&D(메뉴개발)팀에 있었고 강사 자격도 있으니 안정된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면 빚을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쉽게 갚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커피를 매일 10잔씩은 마시며 새로운 메뉴를 짜기 위해 고심을 하다 알아챘단다. ‘내가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구나‘ 이대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앞을 내다 본 결정이었다.

보늬를 밖에서 본 사람들, 지금의 모습만 보는 사람들은 보늬가 하는 것마다 잘 되는 ‘난 놈’이라고도 생각한다. 연주 잘하고 작곡도 하고 강연도 나가고 인기도 많고. 선화예중에 공연과 강연을 다녀왔다는 것만 알지, 불과 5년전에 선화 예⋅중고 시험 낙방했단 건 모른다. 시간의 역순으로 본 보늬는 실패했었고 그에 따른 아픔이 많다. 중요한 것은 엎어진 곳에서의 선택이다. 지금의 보늬가 가진 것들은 그 이상으로 시도 했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       

실패하면 또 ‘흥부자’다. 배우 오디션은 300번 떨어진 이후로 더 세보질 않았고, 취업으로 돌아섰을 때도 족히 100번도 더 떨어졌다. 실패라는 게 도저히 면역력이 생기는 게 아니더라. ‘나는 왜 늘 이럴까. 다시 뭘 해도 안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없었을까?

“(물음을 듣자마자) 그게 나는 비교에서 온다고 생각해.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누군가와 차이점을 두니까. 나는 고등학교 때도 남들은 공부할 때 뒤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었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남들 신경을 안 썼어. 친구가 별로 없긴 해. 대학을 가고 뭘 잘하고 이런 친구랑 잘 안 놀았어. 내거 하기 바쁘니까, 신경 쓸 새가 없고. 나랑만 나를 비교하니까. 다른 사람이 뭘 하든 그건 그들의 세계고, 내가 나를 보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다르면 돼.”

도대체 ‘나’라는 말을 몇 번을 하는 거니.(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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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늬의 이런 모습이 좋다. 마치 바이올린 하나 들고 모두를 아우르는 듯한. 전쟁터 한 복판에서 맨몸으로도 바이올린 하나로 적과 아군 모두의 향수를 일으켜 퇴각시킬 거 같은 그런.

바이올린 전공이라고 하면 보통 ‘금수저’라 생각한다. 그런데 실패도 많이 겪어봤고 채무도 있다. 어떤 사연일까? 처음에 보늬 어머님이 사다 준 바이올린은 8만원짜리 중고였다. 방과후 활동으로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게 된 것. 하다 보니 잘 하고 재미도 느꼈지만, 사실 어릴 땐 ‘음악’을 좋아했다고 하긴 뭔가 아쉽다. 학교에서 바이올린 하는 남자의 ‘멋져 보임’이 그저 좋았다. 학교 학예회에서 연주하면 여자애들이건 선생님들이건 ‘잘한다, 멋있다’ 하니까. 엄마가 좋아하니까.

비교하며 살지 않으려는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지금 연주하는 거 보면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멋있다 하겠지?’하고 연주 하는 거 같지가 않다. 어찌 된 걸가?

보늬는 어릴 때 ‘나는 음악이 좋아’하고 세뇌하고 살았던 게 아닐까 스스로 뒤돌아 본다. 그 이유는 그의 특이한 ‘가족력’에서 찾을 수 있다.

동생들이 9명, 아니다 10명. 사랑이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아서 인정받는 게 엄청 중요했던 어린 날이었다. 보늬와 부모님까지 합하면 총 13명의 가족. 가끔 몇 명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부모님 금술이 엄청 좋으신 거 같다는 말에 ‘그런거 같다’며 피식 웃는다. 설마 10명을 다 낳으신 건가? 아니다. 모두 입양되었다. 6살 때 한 명, 8살 때 한 명, 10살 때 한 명, 12살 때 한 명 천천히 계속 입양하셨다. 나중에는 손주를 입양하실 기세다.

어머님은 자식 욕심이 상당하시다. 곧 ‘입양의 집’을 차리게 될 거란 얘기도 들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다복하겠군’,  ‘좋은 일 하시네’ 라는 생각보단 ‘보늬 힘들었겠다.’라고 생각했다(지극히 보늬의 친구로서 말이다). 그래도 보늬는 천진하게 말한다.

“나중에는 되게 좋을 거 같아. 다양한 직업을 가진 대가족이 다 모여서. 동생들과 많은 걸 나눌 수 있다는 게.”

보늬는 자세하게 말 하진 않았지만, 입양된 동생들 중에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도 보늬의 반응과 말들 속에는 그 어떤 마음의 장벽도 없다. 

바이올린은 어머님이 해보라고 해서, 어머님이 좋아해서 시작한 거다. 어머님이 권유하지 않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거란다. 보늬 어머님이 화투를 좋아하신 게 아니라 다행이다. 전공준비까지 했지만, 기대가 아주 크진 않았단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도 큰 이유였다고.

어머님이 유난히 솔직하시다. 보늬도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곧 수긍한다. 특히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사실 입양도 어머님 주체적으로 이뤄질 때가 많다. 아버님은 그저 거들 뿐.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를 일찍 여읜 어머님은 가족이 늘 풍성하고 복작복작하기를 원하시는 듯.

식구가 열 셋이나 되니 사연 또한 많겠다.  

“(아련하게, 미안해하며) 동생들과 엄청 싸웠어. 죽일 듯이 싸웠던 거 같아. 이런 얘기 해 본적은 없지만, 또 지금의 나는 다르지만, 동생들이 사랑을 뺏어간다는 생각이 엄청 들었어. 동생들도 힘들었을 거야. 생판 모르는 집에 와서 오빠랑은 맨날 싸우고. 왜 싸워야 하는지 몰랐을 테고. 애들은 적응을 잘 못하고, 나는 서운하고.”

형제, 자매라는 게 참 우습다. 함께 해서 엄청 행복할 수도 있지만 알력이 지나치면 서로의 인생마저 어긋나게 할 수도 있는 재미난 관계. 다행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계기가 있었을 거 같다.

“엄마 아빠 사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 아 인생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거구나. 엄마도 엄마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구나. 다 그렇게 사는 거구나.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엄마 아빠 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저절로 이해가 됐어, 저렇게 살면 되는 구나.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니까 애들이랑 싸울 필요가 없었어. 말한 적 없으니 모르실 테지만.”

나참, 아직 음악 얘긴 시작도 안 했는데 들을 얘기가 참 많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화에 더 할거다. 아쉬운 분들을 위해 보너스 사진과 영상을 띄어 보낸다.

백조의 아름다움은 수면 밑의 수 없는 발길질에서부터 나온다. 보늬의 아름다운 연주도 그렇다.

 

 

탁보늬 & 안코드의 단독 콘서트(단독이라더니.. 한 다스) 리허설 커튼콜 장면. 무려 10분. 짧은 게 대세인 때에 끔찍하게 길 수 있다. 4분 이전엔 보늬의 연주를 감상하고, 4분 이후부터는 ‘신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홍대의 흔한 인디 공연 클라쓰. 4분 이후 왼쪽부터 앞줄 민승, 윤미, 보늬, 마간, 안코드, 준섭 뒷줄 야마토, 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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