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안의 작당
식당안의 작당
2016.07.07 17:15 by 시골교사

길을 가다 보면, 가끔씩 불쑥 눈에 들어오는 간판들이 있다. ‘떼인 빚 받아드립니다’나  ‘성인용품’가게 같은 것들. 나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고,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든다.

‘사교댄스’ 같은 간판도 그중 하나다.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생에서 한번쯤 배워봄직 하단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마치 독일유학, 그때 그 시절처럼 말이다.

♬스윙 스윙, 스윙 마이 베이베~(사진:Aleutie/shutterstock.com)

 

| 춤이 생활 속에 녹아있는 곳

독일의 대학교에는 밤 10시까지 불 켜진 곳이 두 곳 있다. 하나는 물론 도서관. 다른 하나는 도서관 맞은 편의 학교식당이다. 늦은 밤까지 도서관 불이 켜져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식당은 무슨 일일까? 그 시간, 그곳에선 다양한 장르의 춤 교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서관 문이 닫히고 집으로 가기 위한 막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식당의 열려진 창문 틈으로 음악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댄스리듬에 몸을 맡기는 학생들의 몸놀림도 엿볼 수 있다. 혈기 왕성한 청춘들이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고 있는 것이다.

남녀 쌍쌍이 어울려 때로는 우아한 왈츠를, 때로는 현란한 삼바 리듬에 몸을 맡긴다. 이런 모임 때문에 학기 초에는 식당 한 편에 종종 이런 벽보도 붙는다.

<건강한 젊은 남아가 춤에 관심 있는 여성을 찾습니다, 어떤 조건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피 끓는 청춘의 수줍지만 용기 있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문구다. 그렇게 대학생 시절에 한 두 학기 춤의 기초를 배워두면 어떤 음악이 나와도 그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야학(夜學)은 몸치 탈출을 위한 준비인 셈이다. 그런 청춘들의 열정으로 학교식당은 매학기, 밤늦은 시간까지 붐빈다.

버스정류장에서 식당 창문너머 흘러나오는 댄스 음악과 함께, 학생들이 뿜어내는 열기를 느끼다 보면 문득 ‘내가 조금만 젊고, 딸린 식구라도 없었더라면...’ 이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런 순간에 막차 버스가 ‘끼이익’ 브레이크를 밟으며 옆으로 다가선다.

배 고프면 얘기해...(사진:vgstudio/shutterstock.com)

우리에겐 이색적일 수 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이유는, 그만큼 춤 문화가 그들 생활 속에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각종 파티며 졸업모임, 송년모임 등 그들에겐 일상에서 춤 실력을 뽐낼 기회가 정말 많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알았는지, 한 여학생이 유학을 오자마자 “춤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웃은 적도 있었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는 찰나에, 마음은 벌써 졸업파티에서 춤출 생각부터 하니, 그 친구를 귀엽다고 해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독일은 춤도 춤이지만, 오페라를 유독 사랑하는 나라다. 아마도 유럽에서 오페라가 살아남은 유일한 나라가 있다면 바로 독일일 것이다.(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오페라가 죽은 지 오래다. 더 이상 찾는 관객이 없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전통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 주변 나라에서 성악을 공부한 한국 분들이 독일로 몰려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내가 있던 킬(Kiel)의 시립 오페라단만 해도 한국 사람의 비율이 30%를 넘을 정도였다.

 

| 그룹스터디를 좋아하는 학생들

한 밤 중 춤을 위해 모인 학생들 얘기를 하다 보니 ‘매일 모여서 놀기만 한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매일 모이는 건 맞고, 놀기만 하는 건 틀리다.

독일 학생들은 공부도 모여서 한다. 그룹 스터디를 유독 좋아한다. 아마도 그런 공부 방법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기 초나 시험기간에 대학식당의 광고란으르 보면, <‘OO’ 과목을 같이 공부할 학생을 찾습니다>라는 광고가 자주 붙는다.

게시판에 부착된 광고물 (사진:시골교사)

수업이 끝나면 습관적으로 친구들끼리 모여 수업시간과 연습시간에 배운 내용을 놓고 서로 묻고 답하기도 한다. 휴게실, 식당, 도서관 등등 의자가 놓여있는 곳이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시험기간에도 도서관의 그룹 스터디방은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대답하는 학생은 설명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정확성을 확인해가고, 질문하는 학생은 그들의 설명을 통해 이해를 높여가며 서로 간에 지식을 공유해 간다.

(사진:Rawpixel.com/shutterstock.com)

 

germany

노랑머리와 꽃분홍색

 

독일 사람들의 머리 색깔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백발도 있고, 금‧은발도 있으며, 빨강 머리도 종종 볼 수 있죠. 우리 아이들도 한 때 머리 염색을 해달라고 야단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의 다양한 머리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였는지, 아니면 학교에서 시커먼 머리라고 놀림을 받았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요. 그런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염색약을 사다가 몇 번 해주었는데, 역시 내 눈에는 검정색이 제일 예뻐 보이더라고요. 왜냐하면 검정 머리엔 아무 색깔이나 다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노랑과 꽃분홍색의 조화를 한번 상상해보세요. 제가 있던 당시 독일에서 핑크색이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아는 독일 친구가 분홍색 목도리를 하고 와선 나에게 “예쁘냐”고 묻는 거예요. 그녀의 머리는 노랑색이었죠. 너무도 안 어울려서, “예쁘다”는 말을 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독일은 의류 색깔이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편인데, 여기엔 머리색과 (우중충한)날씨가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칙칙함이 우리 눈에는 오히려 이국적이고 세련되게 보이기도 하지만요. 

최근 이곳 독일사람들 중에 검정색으로 염색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습니다. 검정 머리가 예뻐 보였나봐요. 그런데 머리가 어두워지니까, 그들의 이목구비가 더 도드라져서 그것도 어색하더라고요. 그러고보면, 신은 사람을 참 적당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배경을 검정색으로 넣어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보이게 하고, 이목구비가 너무 뚜렷한 이들에게는 옅은 색깔의 머리색을 통해 진한 이목구비를 좀 밋밋하게 보이도록 하고 말입니다. 

(사진:ginger_polina_bublik/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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