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극빈곤층에 해당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이라는 테마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의 관계는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섭니다. 한마디로 기업이 통제할 수 없고, 앞으로의 횡보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사회공헌적인 의미를 가지고 큰 투자를 해 공장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억류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 북한과의 사업입니다.
또한 북한과 관련한 활동은 국내의 정치적 이슈와도 많은 연관이 있어 특정 정치색을 띄는 것을 꺼려하는 기업일수록 북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은 도움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회공헌 담당자들도 있습니다. 북한주민을 돕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지의 북한 주민을 돕는 것과 한국에 온 탈북자를 돕는 것 입니다.
ㅣ현지의 북한 주민을 돕는 방법
현 상황에서 정부의 도움 없이 북한 현지에 기업이 직접 투자를 하거나, 물품을 직접 전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자선 사업적 연결이 잘 돼 있는 비영리단체를 통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묘목을 지원한 사업, 한미약품이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통해 평양의 어린이종합병원에 필수 의약품을 지원하는 사업, 이랜드 복지재단이 유진벨재단을 통해 의약품을 지원하는 사업 등이 기업이 북한관련 비영리단체를 통해 물품을 전달하는 예입니다.
ㅣ한국에 온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방법
북한을 넘어 한국으로 넘어온 북한 이탈주민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제는 한국 사회의 주요한 일원이 되었고, 실제로 북한 이탈자를 위한 여러 가지 도움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기업 사회공헌과 관련해 택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선택지는 탈북 아동 및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모든 북한이탈주민이 대상이지만 탈북 학생들도 한국 입국 후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정서안정 및 문화적 이질감 해소, 사회적응훈련 등을 합니다. 3개월이 지나면 각각의 연령 및 교육상태를 고려해 공립학교 혹은 새터민 대안학교에서 학업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탈북 과정이 짧지 않고, 그 동안은 거의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다가 하나원에서도 특별한 교과 과정이 진행되지는 않기 때문에 원활한 학업 수행이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위해 기업 사회공헌 차원에서 탈북 학생 학업보조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은 유효한 사업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 반면, 탈북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크게 뒤쳐지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또 다른 학생 지원 방식으로는 탈북 학생들의 실질적인 사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교과과정 지원이 아닌, 직업교육을 지원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이미 직업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도 있으니, 사회공헌 지원 검토 단계에서 하늘꿈학교, 여명학교 등 탈북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담당자와의 협의를 통해 실제적인 필요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ㅣ민감한 대북관계, 정부와의 협력도 중요
대북관계를 주관하는 통일부(류길재 장관)는 최근 ‘작은 통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경제, 문화적 교류부터 점차 시작하여 ‘작은 통일’을 먼저 이룬 다음, 정치적인 통합을 통한 ‘큰 통일’로 나가가겠다는 것이 통일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 아래 ‘작은 통일’ 을 위해 한국 기업의 북한 지원 활동도 통일부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통일 이후를 바라보고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북한을 주제로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것도 이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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