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년, 열심히 쌓아온 진심의 퇴적 
어느덧 20년, 열심히 쌓아온 진심의 퇴적 
어느덧 20년, 열심히 쌓아온 진심의 퇴적 
2014.09.02 05:30 by 더퍼스트미디어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상임이사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식어들이 등장한다. 그의 강연을 들었던 한 블로거는 ‘꽃중년’이라는, 누구나 선뜻 반길만한 수식어를 붙였다.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강의를 하는 그를 두고 ‘공익계의 스티브 잡스’라 말하는 이도 있었다. 공익이라는 분야에서 방대욱의 이름이 갖는 무게감은 ‘공익계의 조용필’이라는 별명이 설명해준다. 굳이 붙여진 수사들을 지우면 20년간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우직히 일해온 그의 자취가 남는다. 현재 방대욱 이사의 위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가 하나있다. 그는 한 공익전문 저널이 지난 5월 조사한 대한민국 공익 분야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묻는 설문에서 1위에 올랐다. 기업 사회공헌이라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공익 분야와 함께 성장해 온 방대욱 이사는 공익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다른 이름이다.

  ㅣ나는 잡종형 이기주의자  

방대욱 이사는 1994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하면서 공익 분야에 첫 발들 내딛었다. 햇수로 21년, 만 20년이다. 그 숫자를 거론하며 다른 이들은 ‘커리어 관리를 잘했다’고 평가하지만 방대욱 이사의 시작은 그 어느 운명과 마찬가지로 우연의 탈을 쓰고 찾아왔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방대욱 이사에게도 기업 사회공헌은 낯선 분야였고 심지어 대학에서 배우지도 않은 미지의 세계였다. 처음부터 품었을 원대한 꿈은 없었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방대욱 이사는 실무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조건부 합격 통보를 받은 후 삼성복지재단 입사 공고를 보게 됐고 입사 수순을 밟았다. 1년, 시한부로 여겼던 시간은 20년이 쌓였다. 이 과정에서 그가 고려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었다.

“보통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사회복지사가 되죠. 현장 경험을 해보니 이해관계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일들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어요. 각각의 사연은 정말 아프고 힘들지만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죠.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몸이 아플 정도였어요. 또 한 가지 기준은 저의 행복이었어요. 현장에서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죠. 내가 행복해야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고 좋은 일도 할 수 있잖아요.”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도 사치이던 시절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방대욱 이사는 기업 사회공헌을 맨몸으로 배워나갔다. 비록 스스로 계획한대로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만난 현실은 즐겁고 행복했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 서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현장에 나눌 수 있도록 기획하는 일은 마치 천직 같았다. 재미있고 행복했다.

“저는 잡종형 인간이에요. 숫자를 중시하는 기업형 인간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비영리에 적합한 사람도 아니죠. 제가 하는 일은 경계에 서 있어요.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서서 영리와 비영리 양쪽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참 즐거웠어요. 천직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기업과 비영리 현장의 링커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뻐요.”

 

방대욱3


 

즐기고 있다고 말하는 방대욱 이사의 얼굴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지만 경계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기업과 비영리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은 지금도 방대욱 이사가 가장 고민하고 어려워 하는 일이다.

“사회적 필요가 51, 기업의 니즈가 49라는 형태가 만들어졌을 때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선의를 가지고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필요를 얼마나 반영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ㅣ우리는 룰조차 명확하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다  

방대욱 이사는 스테레오 타입을 깨는 사람이다. 가끔 직업란에 사회복지사라고 적지만 전통적인 의미와 사회복지사와는 포지션이 많이 다르다. 타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머러스하고 세련된 감각을 가졌다. 보통 공익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고지식하고 지나치게 순수한 이미지는 전혀 없다.

“공익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착하다는 편견은 달갑지 않아요. 비영리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영리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인가요? 좋은 사람이라는 편견은 더 나아가 무능하다는 말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잘못된 수사법이라고 생각해요.”

방대욱 이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기업과 비영리 현장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정확히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이야기에 설득 당할 줄 알아야 하며 설득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항상 배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조건은 유머감각이다. 재미있게 대화하는 기술로서의 유머가 아니라 삶 전반에 녹아있는 여유다.

“인생을 축구라고 가정했을 때 시간이 정해져있는 게임이라면 당장 골을 넣어줄 골잡이가 중요하지만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임을 하고 있어요. 심지어 룰도 모릅니다. 골을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지 지는 지도 모르는 그런 게임을 하면서 조바심을 내면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게임을 망치게 되겠죠. 특히 비영리 분야의 모든 일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들어요. 그럴 때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ㅣ왜 기업의 사회공헌이 필요한가?  

방대욱 이사는 기업이 왜 사회공헌을 해야하느냐라는 원초적 질문에 대한 존재적 증명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전통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에서도 그는 20년간 같은 일을 해왔다. 그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있고 더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그래도 물었다. "왜 기업의 사회공헌이 필요한 것입니까?" 방대욱 이사의 대답은 명확했다.

“악마의 질문이죠. 왜 사회공헌을 해야 할까요? 사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투자 대비 수익을 쉽게 측정할 수 없는 분야에요. 기업의 활동으로 사회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기업은 숫자에 강한 집단이기 때문에 가치지향적인 비영리 사업의 목표와 상충하는 부분들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업이 지속되려면 사회가 지속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죠. 기업의 이익이 사회로부터 나왔으니 일부분을 함께 나누고 돌려주는 일은 기업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방대욱2


 

초창기 기업의 선의에 의한 기부나 봉사활동에 그쳤던 사회공헌은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994년 처음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고 관련 이슈들은 핫한 단어들이 됐다. 때문에 이제는 반대의 시선에 부딪친다. 사회공헌 활동들이 홍보성 이벤트로 치부되고 실제로 진정성 없는 활동들도 만연해 있다.

“전략적 사회공헌이라는 말을 쓰잖아요. 사회공헌 활동이지만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활동들을 말하죠. 예전에는 기업 내에 사회봉사단을 꾸리고 전 임직원의 몇 퍼센트가 몇 회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식의 강제로 숫자를 늘리는 일도 가능했어요. 지금은 대중들이 기업의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자체적인 스크리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찾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사회공헌이 된 셈이죠.”

진정성은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처럼 보인다. 방대욱 이사는 진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시간의 퇴적을 꼽았다. 홍보를 위해 한 번 도울 수는 있지만 천 번, 만 번을 쌓는 일은 쉽지 않다. 유한 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역시 세월을 이긴 힘으로 진정성을 인정 받았다.

“마치 연애와 같아요. 가령 한 남자가 여자에게 고백을 했어요. 여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시간을 두고 꾸준히 마음을 보여주고 잘해주면 여자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유행이나 트렌드를 쫒지 않고 한 아이템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며 시간을 퇴적할 수 있느냐가 기업 사회공헌 진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죠. 대중들도 기업의 사회공헌을 바라볼 때 ‘두고 보자’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간의 퇴적은 방대욱 이사의 삶에도 적용된다. 20년을 버텨온 방대욱 이사는 여전히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커리어가 아닌 시간 사이사이 켜켜이 쌓인 진심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ㅣ비슷한 일도 늘 새롭게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방대욱 이사의 생각은 다음세대재단의 활동에서도 드러난다. 다음세대 재단은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유스보이스’, 문화다양성을 위해 세계 각국의 동화를 번역에 제공하는 그림동화 사업 ‘올리볼리’, 기반이 취약한 비영리단체의 미디어 활용은 돕는 ‘아이티캐너스’다. 비영리 분야의 대부분이 가치를 지향하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사업이지만 다음세대재단의 사업은 유독 시간의 품이 많이 든다.

“다음세대재단은 굉장히 독특한 구조에요. 2001년 설립 당시 임직원과 주주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만들어졌고 2004년이 되어서야 다음 법인의 자금이 오기 시작했어요. 독특한 구조로 출발했기 때문에 자부심이 강했고 ‘다음’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 ‘다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활동을 추진하기 시작했죠. 그 분야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14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벌리기 보다는 꾸준히 같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쌓아가고 싶어요.”

기업의 사회공헌이 가져야 할 진정성을 이야기하며 연애에 비유했던 방대욱 이사는 다음세대재단과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묻자 결혼을 소재로 꺼냈다. 비슷한 일을 늘 새롭게 하는 것, 그것이 방대욱 이사와 다음세대재단의 목표다.

“데이트를 할 때는 화장이라도 새롭게 할 수 있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매일 같은 일, 같은 모습의 반복이에요. 그래서 결혼이 어렵죠. 우리 재단이 하고 있는 일은 큰 틀에서 변화없이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시대와 환경에 맞게 늘 변화시키고 있어요. 같지만 다른 것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의 목표들이 달성되지 않았으니까요. 미션의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고민을 할 생각입니다.”

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로,  방대욱 이사는 이원재 희망제작소 부소장(전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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