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에서 찍는 쉼표 하나
청사포에서 찍는 쉼표 하나
2016.07.29 11:35 by 이한나

작고 예쁘다. 청사포의 첫인상이다. 흰색과 빨간색의 두 등대가 늠름하게 바다를 지키고 서 있고, 그 등대로 향하는 길을 걸으면 바다가 가져오는 바람과 짠 냄새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짧은 거리는 고즈넉하다. 만약 인근 달맞이길과 송정 해수욕장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찾는 인기 포구가 될 수 있었을까. 해운대 속의 작은 어촌, 청사포는 이렇게 숨어 있는 것이 더 어울리는 듯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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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는 달맞이고개로부터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데, 필자는 지하철 2호선 장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청사포로 가자고 말씀드리니, 기사님은 대번에 “뭐 드시러 가시는교?”라고 물으셨다. 조개구이냐 장어구이냐, 그것이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실제로 청사포의 식당 대부분은 조개구이와 장어구이를 함께 한다. 선택지는 사실 넓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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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가 지금의 ‘청사포’라는 이름을 가진 데에는 애절한 사연이 숨어 있다. 먼 옛날, 한 새댁이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그 부인은 날마다 이 포구에 나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을 기다렸단다. 그녀는 무려 몇 년을 그렇게 슬퍼했고, 바다의 용왕님까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정성에 탄복한 용왕님은 푸른 뱀인 '청사'를 통해 새댁을 용궁으로 데려왔고, 결국 부인은 남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뱀 사(蛇)’자를 쓰지 않고 ‘모래 사(沙)’자로 바뀌어 쓰이고 있다.)

크지 않은 이 포구 마을은 현재까지도 작은 어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수많은 관광객을 맞고 있다. 바다에서 조금만 올라가도 옛 시골집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정집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가정집 건물을 개조해 만든 듯한 새마을금고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부산은 분명 대도시이고, 해운대는 특히 그 도시화 속도와 수준이 상상을 초월함에도, 바로 그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는 대목이다.

 

| '청사포 수민이네', 왜 그렇게 유명해?

현재의 청사포에는 조개구이, 장어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주욱 늘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청사포 수민이네’는 가장 유명하며, 인기 있는 식당이다. 각종 포털을 검색해 봐도 '청사포 맛집'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식당 중 하나일 정도. 무엇보다도 부산 토박이인 필자의 지인들도 추천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숨겨진 맛집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도대체 그 집이 왜 그렇게 사랑받는 조개구이 집이 되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무엇이 그리 특별하기에?

큰 길에 있는 조개구이집들과는 달리 바다가 보이는 큰길에서 조금 올라가야 한다. 앞서 언급한 특이한 외관의 새마을금고를 지나면 바로 이런 간판이 우리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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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건물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먹을 것인지, 아니면 바닷가의 기분을 만끽하며 건물 밖 천막에서 먹을 것인지를 말이다. 필자와 필자의 친구는 천막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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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필자는 넓적한 불판에 양념이 가미된 조개구이만 먹어왔는데, 수민이네는 그렇지 않았다. 조갯살을 껍데기에서 다 분리시켜 용기 하나에 다 모은 후 작작한 국물과 함께 간장에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모인 갖가지의 조개에다 약간의 마가린이 주는 고소함이 가미되어 국물은 기가 막힌 맛을 냈다. 그러나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기까지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도움이 컸다. 초짜인 우리가 계속 불러서 여쭤 봐도 그분들은 바쁘신 와중에도 짜증을 내시기는커녕 농담을 섞어가며 우리에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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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는 그 어떤 해산물보다 ‘바다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다. 양념 대신 간장과 함께 먹으니 그 생각이 더욱 짙어진다. 잘 익은 조개들의 식감은 쫄깃하기도 했고, 부드럽기도 했다. 식기 전에 많이 먹어 두는 게 좋다. 식을수록 조개들은 더욱 쫄깃해져서 턱이 조금 아플 수도 있으니. 열심히 저작운동을 하고 나면 ‘식사’를 시켜 된장찌개, 조개 국물과 함께 한국인다운 식사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술을 안 먹는 사람도 술을 당기게 하는 공간과 음식, 수민이네는 과연 지금의 인기를 누릴 만한 곳이었다.

 

| 고급진 것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카페

술 생각을 했으니 이제 커피 생각이 날 차례. ‘수민이네’에서 큰길로 내려와 들어선 이곳. ‘디아트’는 카페인데 파스타 류의 식사도 함께 주문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1층의 인테리어에서부터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알고 보니 구도심인 광복동에서 이전해 온 카페라고 한다. 광복동은 원래 이렇듯 특색 있는 카페들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다른 곳으로 뿔뿔이 이동을 하고 있다. 광복동이 안방처럼 편안한 필자로선 무척 아쉬운 대목. 아무튼, 청사포에서 ‘디아트’를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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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자리를 잡으니 사람들의 수와는 별개로 무척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가 워낙 인기라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 전반에서 통통 튀는 젊은 감각보다는 클래식한 매력이 느껴진다. 심지어 주문도 앉아서 한다. 최근에 찾아보기 힘든 이런 편안함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왔다. 우리는 커피와 치즈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케이크는 아주 두껍고 묵직한 플레이트에 담겨 나왔다. 케이크 옆에 카페의 이름이 곱게 쓰여 플레이팅에서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입으로도 맛을 보지만 눈으로도 맛을 볼 수 있게끔 하는 이 정성은 먹는 사람의 기분을 더욱 좋게 한다.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커피와 딱 맞게, ‘선을 지키는’ 맛이 인상적이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함께한 친구와 밤이 늦도록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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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사포에도 있다! '도레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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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트가 광복동에서 왔다면, 디아트 바로 옆에 있는 카페 ‘도레도레’는 서울의 가로수길에서 왔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 도레도레가 맞다. 특별히 이곳 도레도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에서 서준이와 서언이가 케이크를 먹었던 장소로도 등장해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 카페는 특색 있는 케이크로 더욱 유명해졌다. 지역별로 특이한 모양의 케이크를 개발해 단독판매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청사포의 도레도레에는 무려 '개복치 케이크'가 있다. 그런데 갖가지 이유로 죽어버리는 개복치와 마찬가지로, 개복치 케이크도 쉽사리 그 원형 그대로를 보기가 힘들다. 왜냐고? 너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개복순 케이크'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복치 외에도 수박 케이크, 삿뽀로말차산 딸기 케이크 등 흥미로운 메뉴들이 많아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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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익숙한 케이크 맛이다. 그러나 눈으로 맛보는 특별함을 경험하고 싶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미 청사포 하면 ‘도레도레’를 말할 정도로 청사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 조각 당 8000원이니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지만, 가끔 이 정도의 일탈과 사치도 팍팍한 우리의 삶에는 득이 되지 않을까.

 

| 이토록 가까운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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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바닷바람이 살랑거리는 밤바다의 길을 걸었다. 차를 타고 도심에서 고작 5~10분 정도 왔을 뿐인데, 청사포에서 보낸 몇 시간 동안만큼은 일상을 홀연히 떠나온 사람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잡다하고 시끄러운 일상의 잡음들이 파도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TIPS!

청사포는 사실 뚜벅이들이 방문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필자처럼 지하철 2호선 장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도 3500원 정도의 요금으로 금방 도착할 수 있고, 해운대 스펀지 옆 국민은행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2번을 타도 된다. 간격은 20분.

택시를 탔을 경우 반드시 도착할 식당을 정해서 명시하도록 하자. 실제로 필자는 “청사포로 가달라”고 하자 알아서 가장 안쪽에 있는 모 식당 앞으로 교묘히(?) 내려 식당 아주머니의 손에 자연스럽게 우리를 인도하려 하셨던 택시 기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사진: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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