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더 사랑하는 법, 영화잡지 아노
영화를 더 사랑하는 법, 영화잡지 아노
2016.08.18 17:39 by 김석준

그 많던 영화잡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10년 전만 하더라도 「필름2.0」 「무비위크」 「씨네21」 등 영화를 다루는 잡지는 많았고, 꽤 큰 인기를 누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영화계는 더 잘나간다. ‘천만관객’ 타이틀에 빛나는 영화가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 하지만 영화잡지 시장의 상황은 정반대다. 몇몇 잡지가 아예 폐간되는 등 오히려 더 축소됐다.

「아노」는 2013년 7월 창간한 영화잡지다. 1호 몽타주, 2호 사운드, 3호 미장센, 4호 배우를 발간했고, 지금은 5호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아노」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힘들 때 영화관에 숨어들기도 하고, 실컷 울고 싶은 날에 영화와 함께 울고, 웃고 싶은 날에 나를 웃게 해주는 영화를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영화에 대해서 더 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노」는 사랑하는 영화에게 바치는 연애편지입니다.’  비정기 간행물로 출발했지만 5호부터는 연간지 바뀌어 1년에 한번씩은 만나볼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는 전국의 독립서점, 온라인으로는 알라딘 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1 영화잡지

영화잡지라고 해서 쉽게 다가갔는데 내용은 어려워보였다. 「아노」는 시네필(영화에 광적인 마니아팬)만을 위한 잡지인가.

김나은(이하 나은): 아니에요. (그런 의견이 있긴 한데…) 사실 계속 진행해 나가며 대중적인 층까지 확보하려 하고 있어요. 우리가 다루는 영화가 예술영화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인지도 높은 상업영화도 다루거든요. 일반대중에게도 어필 될 수 있도록 계속 기사를 보완해나갈 예정이에요.

잡지 창간 배경을 보니 영화광들에게 교과서 같은 영화잡지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던데, 지금은 사라진 영화잡지 「키노」의 뒤를 잇고 싶은 건가.(*영화 잡지 '키노'는 평론 중심인데다, 예술 영화나 개성 강한 외국 감독 작품을 많이 다뤄 마니아층의 큰 지지를 받았다.)

최혜원(이하 혜원): 창간 당시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한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갈증에 대해 말을 하면 ‘왜 하필이면 종이잡지를 선택했냐’고 질문을 하는데 그 대답을 할 때 아무래도 선배세대의 궤적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키노」 같은 잡지를 언급하며 대답했죠. 하지만 덧붙여 말하자면 영화잡지 플랫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 행보를 잇는다기보단 우리만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봐요. 그리고 저희는 「키노」뿐만이 아니라 어떤 잡지든 종이 영화잡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폐간된 영화잡지. 왼쪽부터, 「무비위크」, 「필름2.0」, 「키노」

새로운 영화잡지에 대한 갈망을 기존 영화 잡지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나.

박지윤(이하 지윤): 부족하다기 보다는 거기서 채울 수 없었던 다양한 영화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나은: 배타적인 느낌은 절대 아니에요. 새로운 담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죠.

혜원: 기존의 잡지와 「아노」를 비교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잡지와 다른 유형이다’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곡성?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질 때 쯤 새로 꺼내 보일 영화".

기존과 다르다?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이해하면 되나.

소미: 출발 자체가 다른 잡지들과는 달랐어요. 무가지로 완전히 독립출판에서 출발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 시도를 했죠, 상업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거나 우리가 들려드리고 싶은 혹은 우리한테 접근한 필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같은 것에서 자유롭죠. 그렇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옛날 영화들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룰 영화의 범주가 넓어져서 내용이 방만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따로 키워드를 선정했어요. 매호 키워드를 선정해서 좀 더 집중도 있게 가보자 생각했죠.

 

키워드를 선정하면 비평과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한다. 2호 사운드에서는 <아티스트, 2011>, <일대종사, 2013>의 영화음악, 사운드 디렉터 고아영을 인터뷰하고, <히트, 1995>를 통해 영화 듣기의 사소한 기쁨에 대한 글을 싣기도 한다. 아래는 가장 최근에 발간한 4호 배우의 목차다. 아래 목차를 보면 아노의 색깔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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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를 선정하다보니 시의성에서는 조금 아쉬운 것 같다. 예를 들어 관객들이 <곡성>을 보고 난 뒤 서로 해석하며 즐겼는데, 그런 이슈에 「아노」는 빠르게 반응할 수 없지 않나.

소미: 오히려 그 부분이 우리의 차별점인 것 같아요. 사실 언급한 부분들은 이미 다른 잡지나 수많은 평론가‧블로거들이 충분히 하고 있죠. <곡성> 같은 영화에 대한 대중과의 소통은 이미 우리보다 더 잘 기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고 생각해요. 대신 우리는 그해 나온 영화 중에서도 창구가 적어서 외면 받았던 영화라든지, 충분히 신선한 영화지만 메인 플랫폼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영화들을 다시 참신하게 소개할 수 있는 기능을 잘 할 수 있다고 봐요.

혜원: 오히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곡성>이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쯤엔 우리가 다시 꺼내볼 수 있겠죠.

 

#2 영화비평

비평은 예술이 아니라 예술에 기생할 뿐이라는 비판을 본 적이 있다. 비평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혜원: 보통 비평을 창작물로 분류하지 않나요? 신춘문예를 봐도 비평란이 따로 있잖아요. 비평은 단지 기생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고유한 가치도 있으면서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글의 한 형태죠.

소미: 우리의 역할이 비평의 영역을 넓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젊은 필자들이 써주는 자유로운 기고를 통해, 비평의 목소리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아노가 힘을 보태주거나 비평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거죠.

최근 <인천상륙작전>이 개봉했는데, 영화에 대한 네티즌과 비평가의 반응이 심하게 엇갈리더라. 왜 영화계에선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혜원: 당연한 현상 아닌가요?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뿐이니까 충돌이 있을 수도 있고 동의를 할 수도 있고…

지윤: 의견이 부딪히는 건 이슈화가 잘 된단 뜻이기도 하죠. 자극적이니까. 기사가 자극적인 방향으로 ‘몰이’가 된 면도 없지 않다고 봐요.

지난 7월에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영화평론가들의 혹평과 관객의 호평이 눈에 띄게 대비된 사례 중 하나다. (사진: 네이버영화)

소미: 이런 현상은 사실 모든 예술계의 비평과 관객 사이에서 늘 벌어지는데, 영화계에선 더 부각되어 보이죠. 그건 아무래도 소통창구가 온라인에서 넓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령, 별점제만 하더라도 누구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온라인에서 어떤 영화에 별점을 줄 수도 있고 평론가의 말을 읽을 수가 있는 플랫폼이 굳어졌기 때문에 그런 충돌과정이 좀 더 두드러져 보이죠. 그건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상이고요.

 

#3 키워드

아노 3번째 키워드가 미장센이다. 영화이론에서 말하는 ‘미장센’의 중요도에 비하면 조금 늦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소미: 길게 보자면 너무 일찍 나온 거죠. 우리는 1호부터 3호까지를 거의 같은 시작점이라고 보고 있어요. 첫 호 몽타주에서부터 사운드, 미장센을 다뤘던 이유는 영화사의 큰 키워드를 다뤄보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었죠. 4호를 배우로 선정한 건 1, 2, 3호가 생각보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 독자들한테 조금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키워드를 드리고 싶어서였고요.

5호는 ‘스토리’인데, 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스토리라는 게 영화의 플롯이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고, 스토리텔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2호의 키워드 ‘사운드’가 인상 깊었다. 인쇄매체가 소리를 다룬다는 게 어렵지 않았나.

소미: 사운드가 영화 핵심 키워드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에 대한 비평은 지금까지 늘 주류가 되지 못했죠. 양적으로도 자료가 너무 적은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작업하는 내내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결국엔 아직까지도 2호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요. 그래도 확실한 건 아노의 모토와 가장 닮은 건 결국 2호라는 거예요. 메인이 아니었던 어떤 키워드들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보는 것.

 

"안 본 영화는 보고 싶게, 봤으면 다시 보고 싶게 만들고파"

 

#4 엔딩

아노를 만들면서 타협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다면.

소미: 균형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려면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는 반면에, 종이잡지로써 살아남으려면 종이잡지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와 신중함과 묵직함도 담아내야 하니까요.

아노를 읽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느끼길 바라나.

혜원: 이 영화도 보고 싶다.

나은: 영화를 이렇게 이해하는 거구나.

소미: 몰랐던 영화지만 보고 싶다, 혹은 봤던 영화지만 새롭게 보고 싶다.

 

/사진: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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