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일본의 바다, 모모치 해변을 걷다
가깝고도 먼 일본의 바다, 모모치 해변을 걷다
2016.08.22 10:27 by 이한나

참 얄궂다. 연일 폭염주의보니, 경보니 하는 이럴 때 우린 으레 휴가를 떠나곤 하니까. 필자 역시 휴가를 다녀왔다.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기온이 낮은 곳으로 갔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행선지는 일본의 후쿠오카. 역시 더위를 피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선택이었지만, 부산과 가까워 저렴하고 편하게 잘 다녀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특별히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바다를 함께 걸어보려 한다.

IMG_1775

 

IMG_1779

 

| 도심 속 작은 휴양지, 모모치 해변

‘시사이드 모모치’, 흔히 ‘모모치 해변’으로 불리는 이 해변공원은 후쿠오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야 할 명소로 꼽힌다. 약 2.5km의 길다란 모래사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무려 인공해변이다. 이 백사장을 중심으로 산책로, 음식점, 심지어 결혼식장 등이 위치해 있다. 평소에도 방문객들이 적지 않다 들었는데, 필자 일행이 방문했을 때는 성수기라 그런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과 산책, 수상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IMG_1766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후쿠오카 중심부인 하카타역에서 버스를 타면 약 30분 거리에 있는 곳인데, 극심한 교통체증 탓에 딱 한 정거장을 남겨두고 버스가 거의 서버린 것. 나중에 알고 보니 하필 모모치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후쿠오카 돔에서 그 날 큰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결국 버스 기사님은 정류소에 도착하기 전 손님들을 내려주어야 했다. 다행히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이미 해변에 근접해있는 상태였다.

입구에 도착하니 여러 갈래의 길이 나왔지만, 왼 편 바다로 가는 길이 가장 바다와 가까워 보여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거의 '바다 위에' 지어진 결혼식장이 무척 아름다워서 해변은 매우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이 건물 덕분에 마치 유럽의 한 휴양지를 걷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결혼식이라니, 상상만 해도 로맨틱하다. 발에 닿는 모래의 느낌이 무척 곱고 포근했다. 알고 보니 하와이에서 공수해 온 모래들이라고 한다. 얼핏 모모치 해변의 분위기에서 하와이의 정취가 느껴진 건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IMG_1754

필자 일행이 도착한 시간에는 때마침 아름다운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연이 선사하는 고요함을 마음껏 누렸다.

IMG_1757

반대편 바다로 가자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들어왔다.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며, 늘어선 파라솔 사이로 반가운 삶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침 그 아름다운 예식장에서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들려오는 근사한 클래식 음악과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축제 같았다.

공원 한가운데 위치한 무료휴게소. 편의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바다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

이 해변을 좀 더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해변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긴 건물, 후쿠오카 타워에 올라가 멋진 경치를 조망하는 것.

IMG_0408

 

IMG_1839

현재 입장료는 대인 기준 800엔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20%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으니 꼭 알아두자. 표를 사면 줄을 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의 꼭대기층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직원이 친절히 타워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들려준다. 일본어로 설명할 때는 아쉽게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직원의 서툴지만 매력적인 한국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높이 234m로 단연 일본 제일의 해변타워라 할만한 후쿠오카 타워는 1989년에 완공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필자와 나이가 같았다. 1층과 4층에는 식당들이 있고, 3층은 'Lover’s Sanctuary(연인의 성지)'라고 한다. 필자와는 매우 거리가 먼 층이라(...) 방문하진 않았다.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고, 연인들이 기념사진 찍기 안성맞춤인 벤치가 있다(고 한다).

전망대가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이미 야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올라갈 때는 해가 아직 조금 남아 있던 초저녁이었는데, 서서히 하늘이 검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필자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셀카를 찍기도 하고, 후쿠오카 이곳저곳을 눈으로 부지런히 담기도 했다.

IMG_1824

그토록 기다리던 밤이 되자, 발 닿는 곳마다 차갑지만 매력적인 도시의 야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후쿠오카의 명물 ‘하우스 텐 보스’의 모습도 보였다. 몇 시간 전 밑에서 보았던 예식장도 아득히 보였다. 모모치 해변의 밤 풍경은 또 그 나름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IMG_1816

하지만 무엇보다 필자의 시선이 머문 곳은 뻗어있는 도로들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던 자동차의 행렬. 한국에서 내가 귀가하는 모습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겠지. 일상과 여행이 사실은 이렇게나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되지 않는데…. 그렇게 여행자들은 타국에서 타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발견하나 보다.

IMG_1836

 

| 가던 길, 그리고 돌아오던 길

비행기에서 구름과 하늘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면, 배에서는 바다의 시리도록 푸른 색과 파도의 생동감을 원없이 느낄 수 있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푸른 색은 더욱 짙어졌다. 물고기들이 힘차게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모습, 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모습들은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담아두고 감상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무리 보아도 도무지 질리지 않으니, 오늘도 바다를 걸을 수밖에.

 

/사진: 이한나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