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넷째 주: 태권도의 굴욕
8월 넷째 주: 태권도의 굴욕
8월 넷째 주: 태권도의 굴욕
2016.08.22 16:30 by 써누

"한국에서 제 경기에 대해 비난 있는 거 알아요."

뭔가 이상하다. 전 세계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올림픽, 거기서 당당히 금메달을 딴 선수의 인터뷰치곤 말이다. 하지만 선수가 짐작하듯, 태권도 여자 -49kg급 경기가 끝난 후 게시판은 비난으로 가득했다. “닭싸움이냐?” "종주국인게 창피하다" “세르비아 선수를 응원했다” 등 그 수위도 높았다.

(사진:Oleh Dubyna / Shutterstock.com)

태권도는 (양궁과 함께) 우리에게 수많은 메달을 안겨준 올림픽 효자 종목. 종주국이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김소희, 오혜리, 이대훈 등의 선수들이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대중들의 반응이 마냥 긍정적이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지루하다.’ ‘발펜싱 같다.’ 등의 의견을 표출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여자 -49kg 급에서 우리 선수가 초반 득점 후 계속 도망을 다니며, 경고를 쌓다가 간신히 이긴 경기에서 실망감은 절정에 달했다.

(사진:Oleh Dubyna / Shutterstock.com)

그렇다면 1억 명에 달하는 해외의 태권도인들과 네티즌들은 올림픽 태권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해외 태권도인들과 관중들의 반응 또한 대체적으로 매우 부정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현재의 올림픽 태권도가 무술로서의 태권도의 본질을 잃어버렸다며 강한 비난을 나타냈다. 특히 과거, 다채로운 스타일로 호평받았던 태권도가 변질되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는 태권도인들도 많이 보였다.

도대체 내가 올림픽에서 뭘 본건지 모르겠다. 나는 10년 전 호주의 태권도 챔피언이었다. 그런데 남자 68kg급 결승을 보니 ‘이게 태권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알 수 없는 스포츠가 되어 있었다. 지난 10년간 태권도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태권도는 80년대의 스타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지금의 새로운 스타일은 최악이다.
스포츠로서 태권도는 완전히 궤도를 벗어나버렸다. 예전의 태권도는 호쾌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최근의 태권도 경기는 규칙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상대방을 발로 살짝 건드린 후 몸을 사리는 모습이 만연해 있다.

: WW Point

Game the System : (규칙이나 법 따위를) 교묘하게 이용하다, 악용하다, 꼼수를 쓰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규칙이나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꼼수 쓰는 것을 의미하는 말. 주로 스포츠에서 자주 쓰임.

예문) The rules of sports need to be modified constantly modified to prevent gaming the system (스포츠의 룰이 계속해서 수정되어야 규칙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많은 해외 태권도인들은 최근에 도입된 전자채점 시스템이 태권도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현재의 전자채점시스템은 선수의 발차기가 상대방의 몸에 맞으면 전자센서가 이에 반응하여 점수를 주는 방식. 기존의 심판 채점방식과는 다르게, 발차기의 위력이나 기술의 난이도가 아닌 신체 접촉 여부를 통해서만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나는 태권도와 함께 자라왔지만 올림픽 스타일 태권도에 참여하거나 이를 볼 생각이 추호도 없다. 왜냐하면, 올림픽 태권도는 상대방을 발로 톡 치는 스포츠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전자채점방식의 올림픽에서 정권 지르기와 낮은 발차기는 전혀 중요시되지 않는다. (후략)
전자 호구 (태권도의 신체 보호구)와 채점시스템은 올림픽 태권도의 본질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채점방식이 바뀌면서 경기에서 많은 선수들은 앞다리를 이용한 찌르는 발차기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 호구, 현대식 채점 시스템은 무술/스포츠로서의 태권도를 무미건조하고 지루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반면에, 현재 태권도는 과도기 상태에 있다며, 전자 채점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또한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스포츠 규칙은 없다며, 상황을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만약 이전과 같은 심판의 10포인트 채점 방식이 도입된다면, 기존의 채점방식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재연될 것이다. 전자 채점의 장점은 채점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전자 채점 시스템을 이용하면, 코치와 선수들이 채점 방식을 쉽게 이해하고 점수 취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심판 채점 방식의 경우, 심판 개인의 주관적 판단으로 경기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후략)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경기 규칙이 있을 수나 있는가? 어떤 규칙이 만들어지던,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제일 효율적인 방법만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올림픽 레벨의 선수들은 항상 격투기의 재미와 효과성보다는 점수 따기에 유리한 방법으로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 WW Point

1)    Come full circle : 원점으로 돌아오다. 다시 재연되다. 과거의 문제점, 환경, 상황 등이 돌고 돌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

예문) The 80’s fashion trend style became obsolete pretty fast, but it has come full circle and lead the latest fashion trend again. (80년대의 패션스타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물간 유행으로 취급되었지만, 다시 돌아와 최신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2)    Moneyball : 점수를 얻거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재미와 인기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데이터와 효율만을 고려하는 것. 야구에서 비롯된 용어로, 경기의 흥미나 인기는 고려하지 않고 승리하기 위해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효율적인 방법만을 추구하는 것을 뜻하는 말.

예문) The fans of the soccer team were infuriated, because the manager only focused on moneyballing instead of showing the interesting match. (축구팀 감독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데이터 분석과 효율적인 팀 운영에만 집착하자 팬들은 분노를 표했다.)

 

또한 이대로 가다간 태권도가 정식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되거나, 새로운 수련생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도 있다며, 태권도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태권도인들도 보였다.

세계태권도 연맹은 앞으로를 걱정해야 한다. 태권도와 가라데 수련자들은 두 종목간 큰 차이를 실감하지만, 일반 관중들에게는 그저 또 다른 종목의 스포츠를 보는 것일 뿐이다. 만약 일반 관중들이 가라데의 대련을 태권도 보다 더 흥미롭게 느낀다면, 태권도는 정식 종목에서 빠르게 퇴출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올림픽 돈과 인기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태권도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올림픽으로 인해 잠재적 수련생들이 태권도에 대해 나쁜 인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내 직장동료들은 리우 올림픽을 보고선 “난 태권도가 좀 더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스포츠인 줄 알았는데, 올림픽을 보니, 엄청 지루해 보인다” 라고 말을 건넸다. 나는 태권도인으로서 경기를 통해 태권도의 높은 기술적 측면을 보며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올림픽 태권도는 지겨운 스포츠일 뿐이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람들은 태권도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또한 태권도 연맹, 국기원과 같은 기관에는 부패와 비합리적인 행정절차가 만연하다며, 이들이 태권도의 본질과 미래를 망쳐놓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는 네티즌들도 보였다.

협회나 연맹이 격투기를 망쳐놓는 경우가 잦다. 많은 국가별 태권도협회는 부패가 만연하고 돈만 밝히는 얼간이로 가득 차 있다. 국기원은 행정은 어이가 없을 정도이고, 세계태권도 연맹은 매번 채점시스템, 호구와 매트 같은 물품관련 인증을 매번 바꾸어 태권도 도장들이 엄청난 돈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
전자채점시스템 도입은 연맹이 폐쇄적인 시스템을 통해 전자장비 공급자를 선정하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일 뿐이다.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모든 도장은 훈련을 위해서 매우 비싼 장비들을 반강제로 구입해야 한다.

: WW Point

A number of sports fans, who are tired of moneyballing and gaming the system, demand modern sports to come full circle and show entertaining match while keeping the sportsmanship.

(많은 스포츠 팬들은 데이터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기조와 꼼수를 쓰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으며, 현대 스포츠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스포츠 정신과 대중의 흥미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러스트:Lorelyn Medina/shutterstock.com)

월드&워드 세상은 지금 무엇을 보고, 어떻게 말하는가? 나라 밖 이슈와 그들의 반응을 갈무리한다. 외쿡에서 요긴히 써먹을 만한 실전 영어표현은 덤이다

필자소개
써누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