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라, 세상이 변할 것이다
상상하라, 세상이 변할 것이다
상상하라, 세상이 변할 것이다
2014.09.11 09:30 by 황유영
 

(1)방대욱 다음세대재단상임이사 (2)이원재 희망제작소 부소장

 

“추천을 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이미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필진이시죠.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는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분입니다. 최근에는 소셜 픽션으로 사회의 변화와 상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계신 분입니다.”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나 가치관이 그려지기 마련이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한겨레신문 기자, 미국 MIT 경영학석사(MBA),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대선 캠프, 소셜픽션랩 소장, 희망제작소 부소장 등으로 이어져온 이원재 부소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다. 그의 삶에서 경제, 기자, 평론가라는 단어를 꺼내어 구슬처럼 꿰어 맞추다 보면 몇 가지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숫자에 강할 것 같고 경쟁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이원재 부소장은 희망과 상상의 힘을 믿는 합리적인 몽상가에 가깝다. 우리에게도 상상하고 희망을 가지라고 등을 떠미는 그의 독려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함께'의 가치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 경제와의 화해를 권하는 남자, 경제 그렇게 나쁜놈 아닙니다!  

이원재 부소장은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의 저서에 '이상한 나라의'라는 수식을 달았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어느새 경제를 오해하거나 미워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제는 경쟁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차가운 숫자놀음이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도태시켜야 하는 냉정한 싸움이다. 이원재 부소장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경제학을 변호한다. 이상한 것은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이 사회이지 경제학이 아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경제 역시 경제의 진짜 얼굴 중 하나다.

“사회적 경제를 도덕 교과서 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요. 예를 들어 빵집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도록 하죠. 이 사람의 목표는 단순히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우리 동네 사람들이 먹을 때 부끄럽지 않은 빵을 만드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빵집 사장님은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겠죠. 적정한 수준의 이윤을 남기고 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이웃과 함께 나누겠죠. 그게 바로 사회적 경제입니다.”

이원재 소장이 말하는 사회적 경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경제이자 무한한 욕심이 아니라 이타심, 사회적 목적, 헌신과 같은 동기가 지배하는 경제다. 잔혹한 경쟁, 무한한 욕심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동화속 이야기처럼 들린다. 사회의 자연적인 시스템이나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의도적인 선의에 기대야만 가능한 이야기로 들린다는 질문에 이원재 소장은 오히려 되묻는다. 그렇다면 사람의 악의를 기대해야 하느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윤극대화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단지 현대 사회에서 이윤극대화가 경쟁에 유리하도록 시스템 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그 틀을 따라가고 있는 거죠. 적정한 이윤을 추구하는 일이 오히려 인간의 상식과 본능에 맞는 일이에요. 인간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잖아요. 밥을 하루 세끼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채울 수 있는 욕구에는 한계가 있죠. 그 본성과 욕구를 잊도록 만든 것이 현재 경제와 사회의 시스템입니다.”

이원재 소장의 설명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힌 경제를 열심히 변호했다. 이원재 소장이 오랫동안 공부한 경제는 경쟁의 산물도, 숫자 놀음도, 우리가 타도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제를 돈에 관한 학문이라고 오해하고 있어요. 사실 경제학은 돈이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하는 학문이에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성장이란 돈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좋아지고 재화와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에요. 노트북이라는 재화가 있다면 노트북이 비싸지는 것이 성장이 아니라 노트북이 많아지거나 품질이 좋아져야 성장인 셈이죠.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만은 편익을 누리게 하는 것이 경제학의 목표입니다. 그렇기에 비영리적인 방식의 기업이 가능하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누리는 사회적 경제가 가능합니다.”

무한 경쟁의 챗바퀴 안에서 평생 발버둥치는 삶이 아니라 여유와 적정 선이 있는 삶도 가능해진다. 적정 수준의 노동을 통해 적정 수준의 이윤을 얻었다면 이제는 억지로 하는 노동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 동안 경제 성장에 과도하게 몰입되어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원재 부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냉정하게만 느껴졌던 경제에게서 충분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배부르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어요. 만족의 수준은 누구나 다르지만 한계가 있죠. 그런데 이상하게 기업에게만 그런 상식과 논리가 적용되지 않아요. 끝없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다른 가치들은 훼손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인간의 본성을 찾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원재1 (1)

  | 경제는 성장했는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죠?  

이원재 부소장은 한동안 미국에 머무르며 현지 경제학의 트렌드와 분위기를 살폈다. 미국 현지는 소득주도 성장담론으로 들썩들썩 하다. 21세기 자본론, 거시 경제 정책, 사회적 경제, 사회 혁신과 같은 이슈들이 맞물리며 경제가 세상을 어떻게 이롭게 할 수 있을 지 많은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중이다. 세계의 고민은 한국 사회에도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분명 경제는 성장했는데 왜 행복은 사라지고 있을까. 이원재 부소장의 오랜 고민이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3배 이상 늘었어요. 이와 비례하게 자살율도 폭등했죠. 우리는 잘 살기 위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배웠는데 어째서 소득 성장과 행복도는 비례하지 않은 걸까요. 경제가 성장한 만큼 한국 사회는 불행해졌어요.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정책,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이원재 부소장은 지난 대선기간 정치인의 캠프에 몸을 담았다. 개인의 욕심때문이 아니었다. 경제가 사람들의 삶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면 직접 새로운 경제학의 변화를 정책에 적용하고자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터. 최근에는 정책에 앞서 민간의 움직임이 갖는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민간에서 먼저 나서 사회적 경제의 롤모델을 제시하면 그것이 하나의 움직임이 되어 정책으로 수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책이 바뀌면 삶이 바뀌듯 때로는 개개인의 삶이 정책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이나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움직임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회적 경제는 생산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소비자들도 현명하게 선택하고 소비하면서 사회적 경제에 참여할 수 있어요. 요즘에는 소비자 생활 협동조합이 굉장히 많은데 조합원으로 직접 활동할 수 있고 생산 과정에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어요. 수동적인 소비의 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무한히 이윤을 극대화 하는 기업의 제품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는 제품을 소비하고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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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한 상상의 힘  

상식이 가능한 사회를 향한 이원재 부소장의 움직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동력은 바로 상상이다. 소셜픽션은 그라민 은행 창립자인 무함마드 뉴우스가 주장한 개념으로 말 그대로 '사회적 상상'이다. 과거 SF소설에 등장했던 많은 상상들이 결국 현실이 된 것처럼 사회 역시 누군가의 상상의 힘으로 발전해왔다는 것. 우리의 상상이 모여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

“귀국 후 강연에 다녀왔어요. 청중에게 앞으로 10년간 어떤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냐고 물었는데 인간성의 회복, 환경, 공동체와 같은 대답이 나오는 중에 대학생들만 유독 연금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충격적이었죠. 과거에는 한국 사회가 상상으로 넘쳤어요. 민주화가 된 상상, 잘 살게 되는 상상을 하며 발전해왔는데 지금은 상상 에너지가 소멸되었다고 할까요. 다시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원재 부소장은 소셜 픽션랩을 통해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했다. 소셜 픽션 컨퍼런스를 열고 소셜 픽션에 대한 책을 펴냈다. 이원재 부소장과 관계자들이 여러 가지 기법을 이용해 상상력을 발전시키는 일을 했지만 무엇보다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현재는 희망제작소 부소장을 역임하며 시민사회의 상상력을 모아 현실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상상으로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에 찬 눈빛이다.

“우리는 SF소설이 미래를 예측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미래를 상상한거에요. 인간의 장기적인 욕구를 읽어낸 소설가들이 미래를 상상하면 과학자들이 상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죠. 실현되는 상상도 있고 실현되지 못하는 상상도 있겠지만요. 모든 시작에는 상상이 있어요.”

이원재 부소장의 상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희망제작소가 시민사회의 싱크탱크가 되는 상상, 우리 사회가 다채로운 상상으로 가득 차는 상상, 이 상상들이 모여 결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상상만으로도 충만히 벅차다.

“해외는 정치권의 싱크탱크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요. 상상력을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생태계를 만드는데 힘을 싣고 싶어요. 염원과 상상이 아이디어가 되고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진행 과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 거예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단언할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염원하고 상상하면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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