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자에 담기는 건 '희망'이었다
그 상자에 담기는 건 '희망'이었다
그 상자에 담기는 건 '희망'이었다
2016.09.01 11:20 by 최현빈

 

“어기차! 어기차!”

 

컨베이어 벨트를 둘러싼 사람들의 손이 쉴 틈이 없습니다. 오래된 박스를 뜯고, 차곡차곡 새 박스에 물건을 담고, 마지막으론 꼼꼼하게 포장해서 트럭에 싣습니다. 여기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희망브리지 재해구호물류센터. 지난 8월 5일 이곳에서는 새로운 재해구호물품세트를 제작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재해구호물품세트란 폭우, 태풍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긴급하게 지급하는 물품입니다.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잠시나마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모포, 매트, 칫솔, 속옷 등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희망브리지는 갑작스런 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을 돕기 위해 설립된 재해구호법 상의 구호단체로서, 재해구호물품세트를 제작‧비축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지역 주민들과 봉사자들로 구성된 25명이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에 위치한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 현장

 

 “오래 전에 만들어져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들은 폐기하고, 2016년형으로 새롭게 만들어 각 지역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현장을 총괄한 희망브리지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 박현민(33) 소장의 말입니다. 제작된 재해구호물품세트는 경기 파주, 경남 함양에 위치한 희망브리지의 재해구호물류센터 및 각 지자체의 창고로 보내져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됩니다. 태풍, 집중호우, 폭설 등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지급되는데, 최근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의정부 아파트화재 등 사회적 재난 발생 시에도 구호물품세트 및 이불세트 등을 지원해왔습니다.

 

 지난해에는 메르스 격리 환자들을 위해 구호세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구호물품, 이렇게 달라졌어요!

 

재해구호물품세트는 응급구호세트(남성용, 여성용) 및 취사구호세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날 작업은 남성용과 여성용 응급구호세트를 대상으로 전개됐습니다. 기존의 응급구호세트에는 칫솔, 비누, 수건, 등 세면용품과 화장지, 베개, 내의, 체육복, 모포 등 의류 및 침구류가 들어있었지요. 내의의 종류, 의류 사이즈, 면도기 혹은 생리대 포함 여부에 따라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되었는데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재해. 때문에 재해구호물품세트를 이루는 물품의 품질 유지가 중요합니다. 희망브리지는 내용물의 유효기간을 5년 단위로 정하고 기간이 경과한 물품을 매년 교체하며 재해구호물품세트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남성용(왼쪽)과 여성용(오른쪽) 응급구호세트의 모습. 올해 신규 추가 품목은 추가물품세트에 담아 기존의 응급구호세트와 함께 전달된다.

 

2016년 새롭게 만들어진 재해구호물품세트는 이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에 세트를 구성하고 있던 품목 중에서 손전등‧메모지‧볼펜‧손거울‧빗‧우의‧생리대 등이 빠지고 속옷과 양말이 한 장씩 더 증량됐습니다. 그리고 매트, 슬리퍼, 수면안대, 귀마개가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되는 종이 박스는 습기로 인해 곰팡이 등의 손상에 취약한데요. 올해 새로 포장된 재해구호물품세트의 구성품은 모두 개별 비닐포장(P.P포장)하는 것으로 개선했습니다. 또한 전자식 태그(RFID 태그)를 도입해 재해구호물품세트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호물품세트의 제작일자 등 이력 사항, 보관 장소 및 입출고 내역을 모두 전산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올해 새롭게 만들어진 재해구호물품세트는 품목, 포장, 관리 측면에서 크게 개선되었다.

 

 

이재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의 김유정 대리는 “이렇게 물품이 교체된 것은 이재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재해구호물자 지급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물건이 제외된 것인데요. 손전등, 메모지, 볼펜, 손거울 등은 재해 시 활용도가 낮다는 의견이 많았고, 생리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유효기간이 1~3년)과 제한적인 지급 연령이 이유였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물품들은 임시 대피소 생활에서 필요도가 높은 것들로 구성하였습니다.

 

 올해 새롭게 제작된 응급구호세트의 모습. 매트와 슬리퍼, 수면안대 및 귀마개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동안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이 추가됐어요. 재해로 대피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들 가장 불편했던 것이 잠자리라고 하셨거든요.”

 

이날 봉사자로 참여한 심하영(22, 충북대)씨가 말했습니다. 하영씨는 주거환경학을 공부하면서 이재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가 특히 반겼던 물품은 새롭게 추가된 매트 및 수면안대와 귀마개였습니다. 임시 대피소는 보통 실내체육관 등 열린 공간에 마련되는데, 불안함 속에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과 24시간을 지내야 하다 보니 제대로 잠을 이루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하영씨는 바닥의 한기를 막아줄 매트, 불빛과 소음을 차단해 줄 안대와 귀마개가 앞으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자원봉사, 지역주민, 기관 관계자 등 25명이 함께 했다.

 

올해 새롭게 만들어진 재해구호물품세트는 총 2만8000세트(응급구호세트 남‧녀용 각각 1만4000세트)에 달합니다. 또한 기존 비축분에 올해 새로 추가된 물품을 함께 전달하기 위한 추가구성물품세트도 약 2만세트가 제작됐습니다.

 

 이날 만들어진 재해구호물품세트가 희망브리지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 적재되고 있다.

 

이 구호물자들은 수요 발생 시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희망브리지의 재해구호물류센터(파주‧함양 2개소)와 희망브리지와의 업무협약으로 재해구호물자 비축에 동참하고 있는 BGF리테일의 제주 물류창고에 나뉘어 보관됩니다. 국민안전처에서 산정한 비축 기준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 보관창고에도 옮겨지게 됩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를 마친 재해구호물품세트. 언젠가 발생한 불의의 재난재해로 상실감에 빠져 있을 우리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기로 전달될 것입니다.

 

/사진: 희망브리지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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