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존재할 수 있어야 좋은 부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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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존재할 수 있어야 좋은 부모가 됩니다"
2014.09.25 09:00 by 권보람
젊은 공익 리더이자 여성으로서 존경할만한 선배. 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는 오방놀이터의 박정이(43·사진) 대표를 다음 인터뷰이로 추천하며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가 세운 오방놀이터 역시 박 대표의 ‘좋은’ 느낌을 닮았다. 복작복작 사람 냄새가 느껴지는 망원시장 바로 앞에 위치한 오방놀이터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고,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냄새와 외관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내부가 잘 꾸며진 이웃집 같은 느낌을 준다. 카페 입구 옆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한꺼번에 수 십명의 아이들이 몰려와도 거뜬할 것 같은 신발장과 넓은 놀이 공간, 담소를 나누기 좋은 테이블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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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아이 잘 키워보자” 엄마들의 고군분투기  

망원동 주민들의 공동 사랑방, 가족 공간 오방놀이터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1998년부터 녹색연합, 국가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와 국가기관에서 활동가로 일하던 박 대표는 2004년에 첫 아이를 낳으면서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게 됐다. 사회활동가이자 아내였던 그에게 새롭게 생긴 엄마의 역할은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했고 삼 년 터울의 둘째를 낳게 되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가 만난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도 결정적이었다. 아이에게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두고 가정으로 돌아온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자람에 따라 외로움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가 장성하고 십 수년이 흐른 뒤, 다시 한 번 자기효능감을 확인하고 싶은 그들 앞에 새롭게 붙은 수식은 ‘경력단절여성’이 전부였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은 직업여성의 삶은 육아와 직장 둘 중 하나로 기우는 것 같아요. 물론 두 가지 모두를 훌륭히 해내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한계를 느끼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면서 계속,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비슷한 입장의 엄마들과 같이 고민한 끝에 오방놀이터를 세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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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에 많은 이들이 함께했음을 강조했다. ‘우리들’ ‘우리아이’처럼 ‘나’보다 ‘우리’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그의 말투에서도 공동체 가치에 집중하는 오방놀이터의 신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 했다. 나의 아이가 남보다 더 뛰어나길 바라며 개인의 삶과 가치에 집중하는 다수의 현대인에 비춰봤을 때도 그의 육아법은 판이하게 달랐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항상 ‘폭력을 쓰지 말 것’을 강조했었어요. 친구와 싸우거나 해코지를 해선 안 된다고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아이가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으면서도 방어를 안 하는 거예요. 그 때부터 내 아이만 잘 키우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 세대의 구성원들을 다 같이 잘 키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방놀이터의 목표는 ‘우리 아이들의 바른 성장’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있어 바른 성장을 위한 선결 조건은 가정과 친구, 즉 환경이다. 부모와 살을 맞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내는 경험은 그 어떤 교과서보다 값진 가르침을 주지만, 씁쓸하게도 현대사회에서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식당에서 마음 편히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데다 요즘 학생들에게 ‘놀이터’란 PC방이나 영화관 정도가 전부기 때문이다.

장난감 사업으로 시작한 오방놀이터가 단순한 ‘가족카페’에 그치지 않고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공간사업으로 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 ‘잘 키우려면 함께 키워야 한다’ ‘함께 키우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에는 컨텐츠-문화가 있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고민과 필요조건들은 자연스럽게 오방놀이터를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했다.

  | 참교육을 위한 ‘100년 기업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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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말처럼 오방놀이터의 성장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시작됐던 엄마들의 고민은 2008년 가을이 돼서야 실체를 갖추게 됐고 2009년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지금의 오방놀이터라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다양한 경력과 배경, 기술을 가진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았다면 박 대표의 말처럼 ‘100년을 내다보는 사업’을 시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지금도 넘쳐납니다.흔히는 손뜨개방이나 십자수숍, 아이들 공부방이나 독서교육도 있죠. 저희는 이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유의 기술과 노하우가 있는 이들이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랐기에 오방놀이터가 공간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착한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고민이 줄어들까? 박 대표의 답은 ‘아니오’다. 기존 구조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고유한 가치를 지키는 일은 언제나 느리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생협에서 유기농 식재료를 조달해 만드는 식사 메뉴, 회원들이 납부하는 실비로 운영되는 방과 후 프로그램 등 오방놀이터 역시 어떻게 보면 수익보다 손해가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업이다. “오방놀이터가 잘 돼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박 대표의 꿈은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경제적인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진심이 담겨있었다.

“오방놀이터의 버전 1이 공간 사업으로의 확대 과정이었다면 버전 2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일환으로 요즘은 같은 뜻을 가진 사회적경제단체와의 협력지점을 찾고 있습니다. 농부가 직접 키운 작물을 판매하는 ‘지니스테이블’과의 콜라보레이션 계획도 그 중 하나죠. 지역사회에서 교육돌봄 사업을 하는 곳과의 협업도 고려 중입니다.”

  | 행복한 사람이 좋은 부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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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건강한 돈벌이’에 고군분투 중인 그는 과거의 자신과 같은 기로에 놓여있을 이 시대의 서툰 부모들에게 ‘아이 핑계를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남겼다. 이는 오방놀이터를 처음 만들 당시, 창업 멤버들과 나눈 약속이기도 하다.

“엄마도 아빠도 결국 아이가 아닌 ‘나’로 존재해야 해요. 아이에게 아무리 주체적인 인간이 되라고 말해도 부모님이 주체적인 삶을 보여주지 못하면 제대로 된 교육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이 개인의 성장과 육아가 건강하게 합치되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두렵고 불안할거예요. 그러나 이런 세태가 바뀌어야 하기에 오방놀이터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자신의 전부라 생각하지 마세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장하면 어느새 더없이 훌륭한 부모가 돼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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