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싱그러운 청춘을 닮았다

부산의 송정해수욕장은 최근 들어 부쩍 여유와 역동이 공존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마치 싱그러운 청춘의 모습처럼 말이다. MT 온 대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이 있는가 하면, 드라이브 즐기는 연인들의 애틋함도 눈에 띈다. 그 때문인지 개성 넘치는 맛집들 역시 송정 곳곳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밥 골목과 같은 전통의 맛집을 넘어, 이제는 다양하고 이국적인 음식들을 좋은 분위기와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잇 플레이스’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여름 오랜만에 송정을 찾아 무척 놀라던 점은 부쩍 늘어난 카페의 수였다. ‘원래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해변 쪽 대로에는 갖가지 모양의 카페들이 즐비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해운대처럼 붐비지 않아 좋았고, 주차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전혀 없었다. 어느덧 송정 역시 눈과 입이 함께 즐거운 바다가 되어 있었다.

| 한국스러운 이탈리안 푸드, 화덕 303

처음 이 곳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해수욕장 한 블록 위에 있는 한가로운 큰길, 그 중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심지어 사람들로부터 등을 돌린 채 앉아 있는 듯한 건물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점차 많은 사람들이 이 구석진 공간을 찾고 있다. 필자는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에 방문했는데, 그럼에도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 자체도 워낙 자유분방해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매력은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경관에 있다. 시원스런 송정의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눈과 입을 동시에 호강시키다 보면 행복지수도 덩달아 상승해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역시, 행복은 별 게 아니다. 다만 이 행복을 보다 쉽게 누리려면 예약은 필수!

매콤하면서도 파스타 본연의 맛을 잃지 않은 ‘303 뚝배기 파스타’는 화덕 303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 이 소스에 고르곤졸라 피자를 찍어 먹으면 '이탈리아와 한국 사이' 어딘가에 내가 서 있는 듯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가격대는 1만3000원~1만4000원 대.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아늑하고 오붓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멋진 전망까지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화덕 303을 '북마크'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식사 후 요거트, 차 등의 디저트도 꼭 챙기시길.

꽤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지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데이트 명소라는 미포 철길도 바로 근처에 있어서 포토존도 다양한 편이다.

이 길의 근방에는 화덕 303 이외에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맛집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하와이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High', 국수 등의 분식류를 세련되게 제공하는 '송정집'을 주목해볼만 하다. High와 송정집은 위치도 서로 아주 가까워서 입맛 따라 그때그때 선택하기 좋다.

| 한 폭의 그림같은 카페, 그림하우스

송정 윗길에서 배를 불렸으니 이제 해변으로 내려와 커피 한 잔 할 차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바로 해변 드라이브 코스에 위치한 '그림하우스'. 사실 그림하우스는 펜션 이름이기도 하다. 펜션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카페는 그 자체로 독립된 공간이며, 근처의 다른 어떤 카페와도 다른 분위기를 자랑한다.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과 소파를 보면 흡사 다른 휴양 도시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부 역시 이국적으로 꾸며져 있고, 2층에선 송정 해수욕장의 모든 면면들을 한 눈에 담을 수도 있다. 커피 맛?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야외와 실내의 경계가 불분명해 여름에는 조금 더웠지만,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딱 방문하기 알맞은 날씨인 것 같다. 실외에 있던 소파에 앉아만 있어도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 때문에 좋을 요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티를 맛있게 먹었던 그 여름의 추억이 다시 생생히 살아난다.

하지만 단순히 ‘예뻐서’ 그림하우스가 인기를 얻게 된 건 아니다. 원래 이 카페는 샐러드와 마늘빵이 사워크림과 잘 어우러진 브런치 세트, 100% 과일만으로 승부하는 ‘봉봉’ 류의 과일주스로도 유명하다. 언젠가 배고플 때 이곳에 오게 된다면 반드시 도전해보리라. 여행이란 자고로, 약간의 아쉬움을 남김 채 돌아와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