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을 체념한 나라
체면을 체념한 나라
체면을 체념한 나라
2016.10.14 17:53 by 제인린(Jane lin)

‘층간소음’이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세상. 사생활 침해와 보호의 문제는 현대인이 풀어야 할 주요과제 중 하나죠. 사람 많기로, 그만큼 바람 잘 날 없기로 소문난 중국은 어떨까요? 내 것이 소중한 만큼, 남의 것도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을까요?

(사진:Blablo101/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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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하이디엔취 빠고우 인근에 자리한 맥도날드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식사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더욱이 필자는 최근 이사한 새 거주지에서 이른 아침 출근길에 꿈에 나올까 두려운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한 중년 남성이 버스 정류장 앞에 조성된 잔디밭에서 쪼그리고 앉아 대변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류장에 있던 수십여 명의 사람들은 그날 출근길에 원치 않는 광경(해당 남성의 용변을 보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봐야 했지요.

이 같은 중국인들이 가진 ‘나의 일’과 ‘남의 일’이라는 분류를 지켜보고 있자니 ‘내가 즐겁기만 하다면, 나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의 고통은 사뿐히 무시되어도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상식’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만 발전하는 모양새입니다. 내 것이 중하다면, 남의 것 역시 중하게 여겨줄 것이라는 배려는 무엇 때문인지 찾아보기 힘들죠.

베이징 차오양구 거리를 걷는 한 남성. 무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한 방법으로 상의를 올리고 걷고 있지만, 이 같은 모습은 종종 보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곤 한다.

반면, 그들은 ‘자신의 것’을 보호하는 측면은 남달리 유별난 측면이 존재합니다. ‘내 것이니, 남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주장이죠.

실례로 중국 내에서는 그곳이 어느 지역이든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해외 사이트의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해오고 있습니다.

‘자국 정보 보호 정책’으로,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활용하는 정보 내역과 출처에 대해 해당 외국 사이트 운영 업체에서의 정보 수집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죠.

자국민들의 정보가 해외로 세어나가는 것을 막고, 자국 내 포털 사이트 운영의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정책이 지금껏 지켜지고 있는 탓입니다.

때문에 중국에 거주하는 상당수 이들은 중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와 SNS 웨이보(微博), 웨이신(微信)을 통해 정보를 검색,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앞서 열거된 해외 사이트와 SNS는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VPN으로 불리는 접속 차단 해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인터넷망을 통한 우회 서비스를 활용, 접속이 차단된 일부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역시 불법적인 경로로 구분되어 암암리에 행해지는 형국이죠.

더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내 대부분 공공기관과 교육 기관 내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접속 차단 사이트로 지정, 다음 카카오톡 역시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사진:BeeBright/shutterstock.com)

이 역시 자국민의 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정책이지만, 그런 발상에 실소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앞서 중국인들이 ‘사(私)’의 영역을 얼마나 고민 없이 자유롭게 넘나드는지 확인했기 때문이죠.

필자는 가끔 그들의 이 같은 행위가 ‘사생활’에 대한 사소한 인식의 차이 탓에 비롯된 것인지, 혹은 혹자들의 지적처럼 ‘중국의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말의 증명인지 혼란을 겪습니다.

“그들이 가진 생각과 말과 행동은 세계 제1의 경제력을 뒷받침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 째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필자는 늦은 밤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습니다. 돌봐줄 가족도, 친구도 없이 병원 행렬의 긴 줄 속에서 막막했을 무렵, 복도 한 쪽 끝에 쓰러져 있는 필자를 발견한 일부 무리들이 ‘외국인이냐’, ‘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 ‘도와줘야 한다’며 나섰죠. 그들은 앞줄에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환자보다 우선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빠른 조치를 취해 주었습니다.

그때 경험은 늘 지나친 관심과 사(私)의 영역을 쉽사리 넘는 그들에 대해 비문명화된 국민이라고 여겼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다고 비난하는 가운데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 그들의 지나친 관심 덕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험을 돌아보면, 어느새 또 한번 작은 믿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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