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낭만의 섬 ‘엘레판티네’ 여행
황홀한 낭만의 섬 ‘엘레판티네’ 여행
2016.10.28 11:05 by 곽민수

엘레판티네는 나일강 한 가운데에 떠있는 섬입니다. 섬인만큼 이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역시나 배를 이용해야 합니다. 아스완에는 룩소르에서 이용했던 것과 같은 커다란 페리는 없지만, 자그마한 모터 보트가 정기적으로 아스완의 동안과 섬 사이를 운항합니다.(이 역시  페리라고 불리긴 합니다.)

페리 이용 요금은 매우 저렴합니다. 물론 현지인들이 내는 것보다는 몇 배를 더 내야하지만, 그 비용 역시도 충분히 저렴합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강변에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펠루카를 이용해 섬으로 짧은 항해를 떠나보는 것도 분명히 즐거운 방법이죠. 다만 이 방법을 쓰는 는 몇 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우선 배의 선장과 지루한 가격 협상의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그리고 선장과 합의가 된 시간 동안만 섬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제약도 있죠. 그래서 저는 엘레판티네 섬으로 향할 때에는 정기보트를 이용하고, 펠루카는 따로 시간을 내어 나일강에서 여유를 즐길 때에 이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동안에서 섬까지는 겨우 5분 남짓 걸립니다.

아스완과 엘레판티네 섬. David Roberts, 1838년 작
아스완 동안의 선착장
엘레판티네 섬에 도착한 뒤 ‘페리’에서 주민들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스완의 페리는 이렇게 작은 모터 보트입니다.

섬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해 배에서 내렸을 때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 하는 것은 염소떼를 몰고 있는 누비안 마을의 아이들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의 아이들은 다른 곳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여행자들이 배에서 내려도 다가와 ‘완 달라, 완 달라’를 외치며 구걸하지 않습니다. 이집트의 다른 곳들과는 조금은 다른 이 분위기가 어색하지만, 그들의 수줍은 미소는 이집트 여느 동네의 아이들의 미소와 다름없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이곳 누비안 마을은 분명히 매력적인 곳이지만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고대의 흔적을 찾아 나선 우리의 목적에는 벗어나는 곳이니까요. 물론 정말로 쓱 지나갈 수 있다고는 보장 못합니다. 복잡한 누비안 마을의 골목을 돌아다니면 길을 잃기 십상이니까요. 풍부한 여행경험과 지도, 그리고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미로 같은 마을 골목을 빠져나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그럴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누비안 마을의 한 골목에서 만나 염소들과 한 어린이

우리의 목적지는 ‘아부(Abu 혹은 Yebu)’라고 불리는 고대의 유적지입니다. 아부라는 단어는 엘레판티네와 같은 코끼리 혹은 상아라는 의미를 지닌 고대 이집트어입니다. 유창한 아랍어나 누비아어로 마을주민들에게 ‘어떻게 아부라는 유적지로 가나요?’라고 묻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그런 유창한 대화는 어쩐지 여행객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여행의 달인들은 아주 짧은 단어만을 가지고도 곧잘 의사소통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용할 짧은 단어는 ‘뮤지엄’입니다. 아부 유적지는 아스완 박물관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뮤지엄’이라는 단어 하나면 부드러운 미소를 곁들인 마을 사람들의 친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스완 박물관
아스완 박물관 전경

엘레판티네 섬 한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아스완 박물관은 1898년에 설립됐습니다.  처음에는 아스완 댐의 설계자인 영국의 엔지니어 윌리엄 웰리콕스(William Wellicocks)의 별장으로 지어졌죠. 건물의 모양이 매혹적인 이유입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부유층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이 공간은 1912년 대중에게 공개되는 박물관으로 리모델링되었습니다.

아스완 박물관은 아주 작은 규모이지만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부가 잘 들여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떼가 묻는 진열장하며, 먼지가 한 가득 쌓여있는 복도, 라벨도 없이 뒤죽박죽 진열되어 있는 4000년 묵은 유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박물관에서의 시간은 박물관이 개관되던 1912년에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이곳에도 역시나 주목할만한 유물은 있습니다. 그것은 양의 미이라입니다. 양은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었던 크눔 신의 화신으로 여겨지던 동물이었습니다.

아스완 박물관 내부
양의 미이라
고고학 유적의 방향을 보여주는 팻말
아스완 박물관의 아기자기한 정원

박물관 구경이 끝나면 아기자기한 느낌이 나는 박물관 정원을 지나서 유적지로 들어섭니다. 스위스팀과 독일팀이 20세기 초반부터 계속 발굴해오고 있는 이 유적은 오늘날에는 일종의 옥외 박물관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유적은 보존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고, 선왕국 시대부터 그레코-로만 시대까지, 거의 모든 시기의 고대 이집트 문명 유적들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는 곳이다 보니 체계적으로 돌아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1822년, 이집트를 지배하던 무함마드 알리는 수단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시키려는 의도로, 이 엘레판티네 섬의 유적을 파괴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아부 유적 전경

그 혼란스러움 중에서도 가장 확실하게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은, 현대 학자들에 의해서 복원된 사테트(Satet 혹은 사티스, Satis) 여신의 신전입니다. 사테트 여신은 이 지역의 주신인 크눔 신의 부인으로 여겨지는 신입니다. 복원된 신전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는 선왕조 시대, 그러니깐 기원전 3100년 이전에도 거대가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이후 3000년 이상 동안 계속해서 같은 장소에서 무엇인가 건축 행위들이 꾸준히 있었음이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서 밝혀졌습니다. 그렇게 건축 행위들이 해온 주체들 가운데는 우리들이 룩소르에서 만나보았던 하트셉수트나 투트모스 3세 같은 신왕국 시대의 파라오들도 있습니다. 이들 신왕국 시대 파라오들이 세웠던 그 신전이 오늘날 복원된 신전의 원형입니다.

사테트 신전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이 남아 있어서 보통의 눈으로는 쉽게 확인되지는 않지만, 사실 이 유적지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은, 엘레판티네의 주신, 크눔 신의 신전입니다.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이 신전에서 그래도 가장 눈에 띄게 남아 있는 부분은 거대한 탑문의 잔해입니다.

또 섬의 남쪽 한 켠에는 엘레판티네 섬보다 훨씬 더 남쪽에 있었지만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수몰된 칼라브샤 (Kalabsha)섬에 있었던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소신전이 하나 복원되어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아부 유적지는 훌륭한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번 강조했듯이 아스완에서의 여정이 지니고 있는 모토는 ‘여유’입니다. 유적 자체가 그렇기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무계획적으로 유적을 찬찬히 돌아다니다 보면 앞서서 말씀드린 고왕국 시대의 요새 흔적이라던가, 나일강 홍수를 주관하는 크눔 신의 신전터, 보기 좋게 복원되어 있는 크눔의 부인 사테트 신전 등을 모두 만나실 수 있습니다.

크눔 신전의 탑문
이전 복원된 칼리브샤 섬의 소신전
엘레판티네 섬의 요새에서는 이렇게 인근을 지나가는 모든 배들을 감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고대 마을 너머로 보이는 전경(Panorama over the Ancient Town)’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전망대입니다. 유적지 안에서 전망대를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의 무게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이 폐허 속에서 가장 높게 솟아 있는 부분을 찾아보십시오. 바로 그곳이 전망대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언제나 황홀하지만, 특히나 해가 뉘엿뉘엿  죽음의 대지로 넘어가려고 하는 늦은 오후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늦은 오후 이곳을 찾아 그동안의 여행으로 쌓였던 피로감을 싹 날려버리는 것은 어떨까요?

엘레판티네섬과 아스완 전경

 

/사진: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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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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