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사회복지사는 왜 힘들죠?”
“선배님, 사회복지사는 왜 힘들죠?”
“선배님, 사회복지사는 왜 힘들죠?”
2014.09.19 12:04 by 더퍼스트미디어
  사회복지사 선배에게 사회복지사의 정도(征途)를 묻다.                                                  -이영분 전 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사회복지학과 전공생 김주희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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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는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을 직업이에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는 일을 대신해줄 순 없거든요.”  

엄마같이 자상했다. 그리고 든든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이영분(67) 선배님 얘기다. 지난 1967년 사회복지 분야에 입문한 그녀는 45년간 국내 사회복지 현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한국 사회복지학회장과 한국 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건국대학교에선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한국단기가족치료 연구소(서울 신촌)의 상담교수로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국내 사회복지의 역사를 만들어 온 선배님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청년기자’라는 소개에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마음이 꽉 차는 선후배 간의 대화였다.

김주희(이하 김): 반세기 가까이 사회복지 분야에 몸담고 계신데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많아서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하게 됐거든요. ‘효사랑 봉사단’이라는 독거노인을 돕는 동아리였어요.

이영분(이하 이): 반갑네요. 저 또한 고등학교 때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막연한 사회사업에 대한 로망…. 그러고 1967년, 관련학과에 진학하게 됐지요. 그때는 ‘사회산업학과’였어요. 정말 벌써 50년이 다 됐네요.

김: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공통된 포부가 아닌가 싶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이: 당시 사회산업학과를 배우면서, 또 방학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말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학부생들이 현장에 많이 배치됐지요. 실습시간도 많이 주어졌고요. 그래서 점점 더 사회복지에 흥미를 가지고 지금까지도 가족치료에 대해 연구하고있습니다. 학부생 때부터 지금까지 이 분야를 지속해서 공부하고 있는 셈이죠.

이영분 전 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은 “사회복지란 사회구성원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_허미영 작가)


김: “학부 때부터 공부하고 있다”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아직 사회복지학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못해서일까요? 저는 주변에서 “사회복지가 뭐냐”고 물으면 아직도 막막해 지거든요. 선배님, 사회복지가 뭘까요?

이: 아주 옛날 일이에요. 사회복지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기 전이죠. 남편이랑 음악회를 갔는데 남편 친구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친구 분 부인이 나한테 전공이 뭐냐고 물었었어요. 그 부인의 개념은 “음악 중에 뭐를 전공했느냐”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내가 사회복지 전공이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 여성이 “사회복지 하는 사람들도 이런 데 오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뭐라고 답했는지 아세요? “이게(음악회) 다 인간의 복지를 위한 거거든요”라고 말했어요. 감히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요컨대 사회복지란 건, 이렇다고 생각해요. ‘사회 구성원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김: 결국 ‘복지’란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활동”인 거네요.

이: 그렇죠. 인간의 모든 활동이 인간복지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닌가, 감히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결국 복지지 뭐….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해하는 거,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해 주는 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복지를 많이 생각하는데, 경제적인 것만이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끼며 살게 해주는 것. 그게 사회복지인 거죠.

김: 듣고 보니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데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 하는 것은 모든 구성원이 누려야하는 ‘보편적 복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특정 계층에게만 지원되는 복지인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선별적 복지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보편적 복지로 가야 되겠죠.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금 국민연금, 사회 보험 등과 같은 것들이 생겨났잖아요? 이런 것들이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죠. 저 대학 때만 해도 이런 게 없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점차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오랜 기간 일을 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고, 필요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한창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봉사활동을 가서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힐링이 되기도 하고요. 어린이 날이나 생일날이면 제가 오길 기다리시다가 과자 사 먹으라고 꼬깃꼬깃한 지폐 한 장 손에 쥐어 주시던 어르신들도 계셨는데 정말 가슴 벅찼습니다. 선배님도 당연히 이런 기억 있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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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 적이 많죠.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한 어머니가 퇴근시간까지 문밖에서 봉지 하나를 두 손 꼭 쥐고 기다리고 계시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왜 여기서 계시냐고 물었죠. 어머니께서는 봉지를 쥐여 주시며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이 고구마 드리는 게 창피하다고. 하지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눈물이 났어요. 고구마 하나였지만 모든 걸 얻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예전에는 수혜자와 사회복지사간의 관계가 지금과는 달리 좀 더 끈끈했던 것 같아요. 신뢰가 더 두텁다고 해야 할까. 지금은 제도에 따라 움직여서 그런지 그런 관계가 아닌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이죠.

김: 수혜자와의 관계를 비롯해 복지사들의 고초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의 ‘복지’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하잖아요. 정작 그들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나아질 수 있을까요?

이: 정말 힘든 일이죠.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엄청나게 인기 직종이었는데 말예요. 해외의 지원단체에서 후원을 받았을 때였거든요. 대우가 좋았어요. 주5일 개념이 없을 때에도 우린 쉬었거든요. 요즘은 상황이 달라요. 수혜자들에게 복지권이 생겨서 수혜자들이 사회복지사들에게 물리적 폭력, 심리적 폭력을 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개선을 위해선 우선 수혜자들과 사회복지사들의 관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이해하면 쉬울 거예요. 우리나라가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엄청난 발전을 했잖아요? 도움을 받았던 나라가 이제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거, 엄청난 변화죠.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수혜자들을 대할 때 이런 모습이어야 해요. 수혜자가 지금은 이렇게 도움을 받지만, 언젠가는 남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수혜자를 대해야 하는 거죠. 수혜자의 역량을 믿고 존중해 준다면, 사회복지사와 수혜자와의 관계도 점점 좋아질 것이고, 사회복지사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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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혜자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어쨌든 복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은 결국 복지사가 한다,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처럼 복지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세요.

: 사회복지사가 될 친구들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돼요. 또, 그런 따뜻한 마음에 더해서 냉철한 이성도 필요하죠. 사회복지는 과학이고 예술이거든요. 과학은 지식, 냉철한 이성을 뜻하고, 예술은 각 수혜자들에게 맞는 기술을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실행하는 정신, 사회행동이 중요해요. 이 행동을 취해서 지금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어느 기사를 보니 2024년 앞으로 미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종들 중에 건강관리 사회복지사, 레크레이션 치료사가 있더라고요. 사실 이것들 다 사회복지사가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사회복지사 일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지라도, 우리가 하는 일, 인간의 마음을 채워주는 일은 어떠한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사회복지사는 이 사회에서 오래도록 남을 대단한 일이라는 거, 그러니까 우리는 사회복지에 대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것,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글/김주희
청세담_김주희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재학. 현재는 사회복지사와 기자 중에서 취업을 고민하는 중이다. ‘조금 더 직접, 가까이서 사회를 지켜볼 수 있겠다’라는 점에서 공익전문가 소셜에디터로서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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