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 장애인용 뮤지컬 콘텐츠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주변에서 저희의 라디오 드라마 같은 뮤지컬은 시각 장애인에게는 꼭 필요하고 유일한 공연 모델이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저희 청취자 중에 시각 장애인들도 계셨고요. 시각장애인 기관이나 시각 장애인 방송국에서도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이런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네’, ‘저희를 필요로 해주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13년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돈을 벌려고 스튜디오 뮤지컬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더 좋은 일을 해보자,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자고 생각했죠.
- 시각 장애인용 뮤지컬 콘텐츠와 비장애인용 뮤지컬 콘텐츠의 차이점이 있나요?
연극, 영화와 다르게 뮤지컬은 이야기를 미리 알고 봐야 재미있어요. 시각 장애인들은 뮤지컬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공연 앞뒤로 오디오 설명을 넣어드려요.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려고 해요. 이번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아예 협약을 맺고 콘텐츠 제작을 진행하게 됐어요. 8월 중에 협약식도 가질 예정이고요. 팟캐스트로 나가는 1부 드라마는 아예 시각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로 만들고 있어요. 음향도 친절하게, 해설도 친절하게, 공연 정보 소개도 친절하게 넣고 있습니다.
- 뮤지컬 콘텐츠에 대한 시각 장애인분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 계신 담당자들과 며칠 전에 만나서 말씀 나눠봤어요. 서비스 현황을 보여주시면서 시각장애인분들이 많이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무래도 없던 채널이 생겨난 거니까요. 시각 장애인 중에는 점자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중도장애인(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점자를 따로 배워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녹음 도서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요. 그런데 녹음도서는 빨리빨리 나오지 않고, 자원 활동가도 한계가 있어요. 듣고 싶은 건 많은데 들을 건 적은 상황인 거죠. 뮤지컬은 저희 채널이 생겼으니까 저희는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드리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앞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나면 자주 찾아뵙고, 시각 장애인들이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 최근에는 뮤지컬이 아닌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을 팟캐스트로 방송하셨는데요. 이 작품이 시각 장애인에 관한 내용을 다뤘고, 시각 장애인인 이동우 배우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오시기도 하셨습니다. 앞으로 시각 장애인과 관련한 작품을 계속 소개할 예정인지요?
이름은 ‘스튜디오 뮤지컬’이지만 장르를 구분 짓지는 않기로 했어요. 뮤지컬 같은 연극도 많고 연극 같은 뮤지컬도 많거든요. 그런데 대중적인 장르로 먼저 시작하고 싶어서 뮤지컬을 선택했어요. 저희가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찾는 가운데, 이동우 배우가 연극을 하신다는 걸 알았죠. 이동우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연극도 다뤄보자고 했죠. 저희의 사회적 미션과 방향성도 맞고요.
- 앞으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지요?
앞으로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작품이 있다면 계속 소개하려고 해요. 저희가 시각 장애인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고요. 또 아무리 큰 공연장이라 해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별로 없어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더 배제돼있고요. 시각 장애인들은 공연 보러 가기가 특히 힘드세요. 저희가 그 기회를 열어드리고 싶지만, 아직은 저희도 작은 단체라 힘이 없어서 안타까워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시각 장애인들을 찾아뵈면서 그분들의 마음에 맞게 좋은 공연 모델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저희 내부 팀원 중에서 특수교육과를 나와서 경험이 있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한테 많이 물어보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녀를 이렇게 활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궁금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사회에 의미 있는 활동으로 승화시키는 저력이 무엇일까. 이야기의 방향을 바꿔보았다. 잘 알려져 있듯, 그녀는 KBS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뮤지컬 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발표하고, 관객은 편안하게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것이 팟캐스트 ‘스튜디오 뮤지컬’이다.
- 뮤지컬이 어떤 점이 좋아서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시는지요?
처음에는 공연에 대한 사랑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한다는 건 결국은 공연이 재미있고 좋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죠. 그래서 좀 더 널리 알리려면 이런 팟캐스트 방송을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만약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기 힘들다면, 제가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되고, 또 다양한 세대가 좋아하는 장르를 좀 더 다듬어서 소개하면 되는 거니까요. 저희의 목적인 좋은 뮤지컬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뮤지컬 콘텐츠 제작이라는 사회적 미션도 생기니까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절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니까. 내 안에 목표가 있어야 해요. 이건 책임감이 부여되는 기업 활동이라는 걸 인식하면, 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신 모습이 젊은 청년들에게 영감을 줄 것 같습니다. 미래를 불안해하고 꿈을 찾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하고 싶은 것 하겠다고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가 필요한 곳이 어딘지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고 가장 인정받을 수 있는 데가 어딜까, 를 찾고 그 안에서 사실 꿈을 키워가는 거죠. 부모님께 손 벌리면서 언젠가는 대박 터뜨려야지, 라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나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 꿈도 꿀 수 있어요. 꿈꾸고 싶으면 꿈만 꾸지 말고 실행하는 것. 당장 실행 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스튜디오 뮤지컬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보고 있거든요.
글/윤민지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6개월간 <청년, 세상을 담다>를 수강하며 얻은 가르침은 바로‘나 자신과 먼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 타인의 행복, 변화, 기자의 존재와 역할 — 내 머릿 속에 거미줄처럼 가득 엉켜있는 물음은 분명, 내 가슴에서 먼저 실을 뽑아 올려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삶이 나를 기다릴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세상을 담을 수 있는 청년이 됐다는 것, 그래서 하나의 우주로서 다른 우주를 껴안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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