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섬으로 여행, 필라에 신전
마법의 섬으로 여행, 필라에 신전
2016.11.18 18:34 by 곽민수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마법의 섬’으로 불리는 필라에 섬입니다. 이 섬이 마법의 섬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곳에 건설된 신전이 이집트 신화 속에서 가장 유명한 여신이자 유능한 마법사였던 이시스 여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 신전 전체가 통째로 바로 옆에 있던 섬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온 마법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이죠.

아스완에 도착하면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고대인들에게는 풍요로움을 안겨 주었던 나일강의 범람은 근대인들에게는 불편을 끼치는 자연 리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홍수를 통제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아스완 지역에 댐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아스완에 첫 번째 댐이 세워지기 전, 이곳 아스완을 찾은 많은 이들은 필라에 섬과 섬에 세워진 이시스 신전의 아름다움에 언제나 깊게 매혹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스완 댐이 건설됨으로 주변의 수위가 높아지게 되었고, 섬은 1년의 절반 이상 물속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피에르 로티(Pierre Loti)는 ‘필레의 죽음(La mort de Philae)’이라는 글을 써서 아름다운 신전이 점차 훼손되어 가는 것을 탄식하기도 하였습니다.

홍수에 잠긴 이시스 신전 (20세기 초반)
피에르 로티 (1850-1923)
필레의 죽음(La mort de Philae) 표지. 책 표지의 그림 속에서 필라에 섬의 이시스 신전이 보입니다.

1960년에는 지금은 ‘아스완 로우댐’이라고 불리는, 기존의 아스완 댐보다 몇배가 규모가 큰 아스완 하이댐이 건설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연히 이 지역의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였고, 그 결과 이번에는 필라에섬과 이시스 신전이 영원히 물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갈기갈기 찢긴 오시리스의 시신을 찾아내어 부활시킨 이시스의 마법이 이곳 필레에서도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신전을 부활시키기 위해서요.  

바로 수몰될 위기에 처한 고대 이집트 문명의 흔적들을 구해내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1974년부터 천문학적인 비용과 최신 기술을 동원해 신전이 해체되기 시작하였고, 5년여의 지루한 작업 기간을 거쳐 신전은 통째로 원래에 위치하고 있었던 필레 섬을 떠나 하이댐이 건설되더라도 물속에 잠기지 않는 인근 아길키아 섬으로 옮겨졌습니다. 섬의 모양 역시 원래의 필레섬과 비슷하게 다듬어졌는데, 이 사업에는 전 세계에서 24개국이 다양한 측면에서 참여하였습니다. 물론 우리가 다음으로 찾게 될 아부심벨 대신전 역시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이전되어 보존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게 되는 필라에 섬의 이시스 신전은 사실은  ‘이사온 집’인 것이죠.

필라에 섬의 야경 (사진: Nile Magazine)

예전에는 아길키아(Agilkia) 섬으로 불렸지만 신전이 옮겨온 이후로는 원래에 신전이 있었던 섬의 이름까지도 함께 옮겨와 이제는 필라에 섬으로 불리는 곳. 이 섬 역시 배가 아니고서는 다다를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그마한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를 타는 선착장은 신전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있습니다. 물론 입장료에는 뱃삯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곳 선착장에서 우리는 배를 탈 수 있는데, 이미 입장권을 끊고 들어와버린 까닭에 배의 선장들은 터무니 없이 높은 요금을 부릅니다. 섬으로 가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집트에서의 오랜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취득한 흥정의 기술도 이곳에서 만큼은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합니다. 지루한 흥정의 과정은 마법의 섬으로 향하는 들뜸과 흥겨움을 깨버리기도 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현대 이집트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내이면서 피식 웃어보기로 합시다.

그리고 그 웃음과 함께 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이곳에서는 조금 바가지를 쓰기로 합니다.

섬까지는 불과 5분 남짓 거리. 하지만 이 5분이 중요합니다. 한없이 청명한 북아프리카의 하늘과, 어쩐지 이곳에서만큼은 코발트색을 띄고 있는 나일강 빛이 2000여년의 세월 동안 신전을 지켜온 여신의 마법과 함께 이루어내는 경관은 놀랍도록 아름답습니다. 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단 5분. 그 5분 동안만큼은 한눈을 팔아서는 안됩니다.

마법의 섬으로 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
저 멀리 이시스 신전이 보입니다. (사진: 강경미)

섬에 도착해서 만나게 되는 신전의 보존 상태는 무척이나 훌륭합니다. 물론 이곳의 신전과 부속 구조물들은 비교적 늦은 시기인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의 것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곳의 보존 상태가 훌륭한 것은 마법의 여신 이시스의 가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태양이 빛나고 있는 맑은 하늘이 있고 수만년을 흘러온 나일강이 여전히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우리는 이곳 필라에 신전에서 이시스 여신의 축복을 한껏 받아보기로 합니다.

섬으로 향하는 도중 만나게 되는 신전의 측면 (사진: 강경미)
필라에 섬의 이시스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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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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