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VS 일반학교
특수학교 VS 일반학교
특수학교 VS 일반학교
2016.11.29 18:00 by 류승연

아이가 뒤뚱거리며 뛰어다니는 꼬꼬마 장애인일 땐 일반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친구가 장난감을 뺏으면 정중한 말보다는 앙칼진 고사리 손이 먼저 나가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손가락으로 음식을 움켜쥐는 건 일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치원을 보내야 할 ‘어린이 시기’로 접어들면 조금씩 차이가 벌어진다. 그 때쯤 되면 엄마들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다. 우리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야 할까?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으로 보낼까?

설명하자면, 장애 아이들은 크게 두 종류의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특수학교다. 장애 아이들만 다니는 학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논스톱으로 다닐 수 있다.

두 번째는 특수학급이 개설돼 있는 일반학교다. 일부 유치원과 대다수의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특수학급이 개설된 학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어쨌든 장애 아이들이 일반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영수 등의 머리 쓰는 과목은 특수학급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예체능 등의 재미있는 과목은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받는다.

특수학교 VS 일반학교. 어떤 교육을 받게 할지는 온전히 부모의 몫이다. 부모가 선택한 교육방침에 따라 아이가 갈 학교가 정해진다.

(사진:MarinaMay/shutterstock.com)

나는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을 선택했다. 유치원에 입학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한 달 동안 갈등을 한 끝에 얻은 결론이다.

고민의 시간 동안 가장 먼저 한 일은 특수학교 유치원 탐방에 나선 것이었다. 안내를 받아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들어간 순간 내가 내뱉은 첫 마디는 “헉! 뭐가 이렇게 우울해!”였다.

물론 모든 특수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마침 그 시간이 전기 절약 시간이라 복도의 불을 다 꺼놓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어두컴컴한 복도는 흡사 폐쇄된 정신병동을 연상케 했다.

안 그래도 정신연령이 어린 아이들인데 왜 이렇게 우울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하지? 오히려 일반 유치원처럼 더 화려한 꾸밈과 밝은 환경이 제공돼야 하는 거 아니야?

이후로도 2번을 더 가봤지만 그 때마다 학교를 가득 메운 우울함에 나까지 전염될 것만 같았다. 사실 교육 내용이 우울한 게 아니었다. 학교 환경이 우울했을 뿐이었는데 난 그 점이 못마땅했다.

지역의 문제일까 싶어 이사를 불사하는 각오로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에도 문의를 했다. 한 학교의 교감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데 머리를 띵~하고 울린 깨달음이 온다.

“저희 학교에 오신다면 환영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러저러하게 다양한 교육환경이 잘 되어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특수학교냐 일반학교냐를 물어보신다면 저는 일반학교를 가라고 말씀 드리겠어요”

장애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가 초등학교란다. 장애의 정도가 덜한 아이들이야 중⋅고등학교도 일반 학교로 갈 수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그 때는 가고 싶어도 인지 면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갈 수도 없다고.

일반인들과 어울릴 마지막 기회…. 마지막 기회…. 마지막 기회…. 마지막…. 마지막….

그 말이 둥둥둥 메아리친다. 그래 결심했어! 초등학교까지는 일반학교로 보낸다!

특수학급이 개설된 병설유치원에 입학. 하루에 30분 정도는 일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특수반에서 지냈다. 그 곳에서 헬렌켈러 같은 특수반 선생님을 만나 아들은 3년 간 김치만으로 밥을 먹던 식습관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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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졸업식 후 입학한 초등학교. 유후… 만만치 않았다, 초등학교는. 유치원과는 천지 차이. 일반학급의 담임 선생님은 엄격하고 카리스마 있는 분이다. 다른 엄마들은 선생님이 무섭다고 벌벌 떨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선생님이 좋았다.

“저는 동환이를 특별취급 하지 않을 겁니다. 저와 함께 수업하는 동안에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할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놈. 유치원과는 확 달라진 환경에 선생님의 태도도 완전 다르다. 유치원 때는 “우왕~”하고 울음을 터트리면 선생님이 안고 ‘둥개둥개’ 해줬는데 학교에서는 어림도 없다.

더군다나 수업을 하는 40분 동안은 꼼짝없이 착석을 해야만 하는 현실. 왜 착석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학기 초 아들은 자리에 앉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누구시던가! 일반 아이들도, 일반 아이들의 엄마들도 벌벌 떠는 호랑이 선생님 아니었던가! 아들의 땡깡은 선생님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아들은 40분의 수업시간을 온전히 앉아서 착석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었다.

사회생활의 기본인 착석. 단 5분의 착석도 힘들어하던 아들이 한 달 만에 40분 착석쯤은 거뜬히 하는 어린이로 대변신을 한 것이었다. 할렐루야!

물론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는 못해서 40분 동안 아들은 멍하니 앞을 보고 있던가, 색연필을 만지작거리든가, 때론 쿨쿨 잠을 자기도 한다. 하지만 아들에겐 이 모든 게 다 공부였다. 지루함을 참아내고 착석해 있는 시간을 견뎌낼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좋은 공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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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교시와 4교시를 일반 학급에서 보내고 2~3교시에는 특수학급으로 간다. 1교시만 끝나면 아들이 교실 문 앞에 서서 방긋방긋 웃는단다. 빨리 특수반에 가고 싶어서.

특수반에 가면 뽀로로 마이크도 있고, 트럼플린도 있다. 선생님과 퍼즐도 하고, 스티커 붙이기도 하고, 크레파스로 선긋기도 하며 자기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한다. 재미가 있는 것이다. 덕분에 다시 일반 교실로 올라가야 할 4교시가 오면 가기 싫다고 버티기.

11월인 지금은 자신의 일상생활에 완벽히 적응을 해서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나 역시 이런 식의 교육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학교에 보내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 곳에서는, 일반학교에서는 일반 엄마들의 편견과 싸워야 한다.

아들이 적응을 못하고 울고 불던 학년 초. 그 힘들던 시기가 지나고 완전히 적응해 학교를 잘 다니고 있던 2학기의 어느 날. 우리 아들과는 학년도 다른 2학년의 어느 엄마에게서 아들의 얘기를 들었다.

1학년에 입학한 김동환이라는 장애 아이가 위험인물이어서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김동환의 퇴학을 위한 교육부 진정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였다.

뭐라고라고라? 3~4월에 울고불고 난리치다가 바로 옆에 있던 친구를 할퀸 적은 있으나 그 횟수는 대여섯번에 불과하고, 해당 아이의 엄마들에게 곧바로 사과를 하고 이해도 받았다.

게다가 우리 아들은 마치 투명인간을 보듯 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일체의 관심이 없고, 손가락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주먹 쥐기도 안 된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패고 다닌단 말이더냐! 선생님들조차 부풀어진 소문에 실소를.

나중에 알고 보니, 일부 말 많은 엄마들의 쫑알거림이 소문에 소문을 타고 점점 커지며 우리 아들이 괴물로 둔갑을 한 것이었다.

일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마지막 기회를 얻는 대신 우리 아들이 감내해야 할 몫은 바로 이거다. 일반 부모들의 편견. 장애아이가 내 아이와 같은 반인 게 그냥 이유 없이 싫은 일반 엄마들의 차가운 시선.

(사진: ibreakstock/shutterstock.com)

오히려 아이들은 편견이 없다. 반 아이들은 동환이를 마치 애완동물처럼 예뻐하고 갓난아기처럼 귀여워하는데 그런 자식의 모습에 엄마들이 걱정을 한다. “우리 애가 자꾸 동환이를 챙겨서 미치겠어”라고.

아. 그리고 앞서 말했던 특수학교. 우울한 환경에 진저리를 쳤던 특수학교. 알고 보니 우울한 건 외관뿐이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특수학교에 입학해서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줄줄이 나온다.

특수학교에 입학을 하면 4교시 내내 아이는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선생님들도 아이의 작은 발전 하나에 펄쩍펄쩍 뛰며 기뻐해서 아이가 느끼는 성취감도 상당하다고.

이렇듯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모두 장단점이 있다. 선택은 부모의 몫이다. 선택한 후의 결과도 온전히 부모의 몫이고. ‘일반인들과 어울릴 마지막 기회’ 대 ‘맞춤 교육’. 어떤 게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일이다.

/사진:류승연

동네 바보 형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장애인 월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에피소드별로 전합니다. 모르면 오해지만, 알면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런 비장애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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