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화장실에 사는가?
그들은 왜 화장실에 사는가?
그들은 왜 화장실에 사는가?
2016.12.05 11:21 by 제인린(Jane lin)

얼마 전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접했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억만장자(자산 10억 달러, 한화 약 1조2000억 원 이상)가 가장 많은 나라 1위에 등극했다는 조사였죠(기존 1위는 미국). 누군가는 자랑스러워할, 누군가는 허탈할 소식입니다. 중국의 ‘지니계수’(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최대 0.7에 이른다고 추산됩니다. 전문가들은 지니계수 0.5가 넘으면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중국에서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사는 사람은 8200만명을 넘는다.(2014년 기준, 사진:e X p o s e/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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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참 높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 N사에서 ‘중국’이라는 주제로 사이트 한 면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죠.”

한국의 종합 일간지 국제부에서 근무 중인 Y씨의 질문입니다. 그의 질문은 이어집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해 보도하는 상당수 정보와 뉴스 중에는 일명 ‘달팽이 집’, ‘캡슐’, ‘쥐굴’ 같은 것들이 많더라고요.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중국인들의 사연이죠. ‘도대체 집값이 얼마나 비싸길래 저런 데서 살까’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죠.”

Y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재밌는 건, 중국의 경제 수준이 이미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웠던 목표 수치를 훌쩍 넘어섰고, 경제‧군사‧외교적인 면에선 이미 미국을 넘보는 수준에 도달했단 보도도 많다는 거예요. 이토록 부강한 국가의 국민들이 왜 그렇게 살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불편’이 꼭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저 정도의 위생 상태면 분명 불행하지 않겠어요? 우리가 알아야 할 중국의 진짜 모습은 도대체 뭔가요?”

(사진:TRAN THI HAI YE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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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사실 중국이라는 국가는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규모 면에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게 크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국 전문가’보단, 중국의 ‘어느 지역 전문가’라는 말이 더 현실성 있게 들립니다.

때문에 중국의 이 같은 현실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곳에서 수 년 거주했거나, 유학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 ‘중국 전문가’라는 명함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곤 합니다. 오히려 중국 전문가라는 간판에 숨어 이곳에 대해 평가하길 좋아하는 그들의 이야기들 탓에 바다 건너 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만 양산될 뿐입니다.

실제로 중국이란 국가는 각 성마다 거주하는 인구의 수가 평균 1억 명에 달합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질 뿐, 그 속을 다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다만, 그 가운데 가장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부분은 중국은 공산당을 위시로 하여 이들이 나라 전체의 부(富)를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중국을 가리켜 ‘전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대륙을 가진 부강한 국가, 그러나 가난한 인민이 사는 땅’이라고 정의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실제로 중국 500대 기업 가운데 국유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에 달할 정도로, 소위 잘 나간다는 기업은 모두 국가의 소유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 탓에 국가의 경영 경제 상황은 매년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 부(富)는 국유기업과 관련된 종사자, 근로자 등 소수의 인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형성돼 있습니다.

500대 기업의 관계자 또는 근무자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가정경제를 운영할 수 있지만, 이들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의 일반 자영업자, 일일 근로자들의 삶은 인간이라면 마땅히 향유해야 하는 기본적인 수준의 의식주조차 허락되지 않는 형편인 것이죠.

때문에 상당수 인민은 '낙수효과'에 희망을 걸며, 언제쯤이면 국가 경제의 부를 공유할 수 있을지 막연히 기대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 이론 속의 낙수효과가 대체로 그렇듯, 정치권의 허울 좋은 공약으로만 끝날 공산이 큽니다. 부강한 국가 중국 속의 가난한 인민은 언제 분배될지 모를 낙수효과 이론 속에서 여전히 가난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죠.

매년 정부가 공개해오고 있는 국유 기업과 민영 기업을 포함한 ‘500대 기업’ 명단은 지난 10여 년 동안 큰 변동 없이 1~5위 기업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국유기업’ 몰아주기 정책 탓에 소유 ‘잘 나간다’는 바이두(百度), 알리바바(Alibaba), 텅쉰(腾讯) 등의 민영 기업조차 국유 기업에게는 못 미친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집니다.

더욱이 지난 1978년 중국이 개혁 개방을 진행한 이후, 중국 기업 가운데 약 70% 이상이 줄곧 국유 소유로 운영됐으며, 현재도 그 수치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특히 국유 기업 근로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받고, 각종 보험 우선 적용 대상자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상 1층, 지하 1층에서 각각 운영하는 소매점. 해당 소매점에는 4인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데 화장실과 부엌을 개조한 2평 남짓한 철재 간이 침대에서 쪽잠을 잔다.

이 같은 각종 혜택이 국유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탓에, 각종 이권을 노린 부정한 청탁이 줄을 잇곤 합니다. 같은 이유로 1월 1일 신년을 앞둔 매년 이 시기에는 공무원 또는 국유기업에 근무하는 이들 사이에선 ‘올해에는 하청 기업 관계자로부터 어떤 뇌물을 상납 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하는, 웃지 못 할 사례도 쉽게 접하곤 하죠.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베이징 소재 유명 석유회사 그룹 팀장 J씨는 매년 송년회와 신년회가 이어지는 12월에서 1월까지의 기간 동안 본인 소유 자동차 트렁크 문을 닫지 못할 정도의 뇌물 보따리를 집으로 싣고 온다는 경험을 마치 자랑처럼 늘어놓곤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뇌물 수수 기간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들은 보통 수 채의 아파트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가 소유 아파트 일부를 비워두는 일도 허다하죠. 단지 세입자와 계약해 사람이 살 경우 건물 등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요.

애초 목적이 단순 투기용이었기 때문에, 월세 소득을 목적으로 하기 보단 몇 년 후 판매를 목적으로 해당 물권을 그대로 비워두는 것이죠.

반면, 각종 이권이 개입된 뇌물은커녕 경제적 낙수 효과조차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 소자본 자영업자, 일일 근로자들의 삶은 이들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1층, 지하 1층 두 곳에는 소규모 소매점이 영업 중인데, 이곳에서는 주로 라면, 빵, 계란, 과자, 담배 등의 먹을거리와 치약, 칫솔, 휴지 등과 같은 생활필수품 몇 가지를 소매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각종 소매품을 판매하는 작은 길거리 상점.

 

상점의 규모는 일반적으로 10평 남짓한 작은 형태로, 화장실과 부엌이 한 공간에 있는 원룸 형식의 거주시설에 물건을 빼곡히 펴 놓고 판매합니다.

해당 상점은 50대 부부가 운영 중으로 가게에는 그들의 장성한 자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10평 남짓한 상점이 바닥과 천장까지 소매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탓에 처음에는 여기서 한 가족이 살고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원룸 내 2평 남짓한 크기의 화장실과 부엌의 천장에 철재 널빤지로 만든 간이 2층에서 이불을 깔고 쪽잠을 자며 지난 20여 년을 거주해오고 있었습니다.

필자가 이들 노부부에게 “너희 집은 어디냐?”고 물었을 당시가 기억납니다. 그들은 “여기서 산다”고 답했는데, 설마 화장실을 개조해 낮에는 허리를 굽히고 볼 일을 보고 밤에는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잠을 잔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저는 “그러니까 여기서 일을 하고, 다른 곳 어디에 사느냐”고 재차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이들 부부가 손가락으로 자신들의 방을 보여주었고, 그제야 ‘여기서 산다’는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개조해 쪽잠을 자는 이들은 비단 이 부부만이 아니었습니다.

베이징시 차오양구 한 대형 주택 단지 앞에 정차된 해외 수입 자동차와 무허가로 만들어 타고 다니는 3륜차의 모습이 마치 중국의 현재 빈부격차 수준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소규모 상점이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형태이며, 작은 상점에서 소매업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상점 내에서 숙식을 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집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보다 더 못한 거주시설도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길거리 상점이죠. 중국엔 과거 우리나라 버스정류장 마다 있었던 ‘토큰’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의 형태가 여전히 운영 중인데, 바로 이곳에서 생계와 거주를 동시에 하는 가족들이 상당합니다.

약 3~4평 정도의 작은 규모에 밥을 짓는 솥과 가스레인지가 있고, 그 한 쪽에는 사람이 누울 수 있도록 만든 간이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때문에 영업을 종료한 해당 상점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상점 주변을 걸어가는 이들은 해당 상점 내부에서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설마 여기 사람이 살겠어?’라고 여길 만큼 낙후되고 누추한 그곳에서 상당수 인민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더욱이 북방 지역이기에 겨울 한파가 심한 베이징에서 길거리 상점에서 천막을 두르고 생활하는 이들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될 겁니다.

이 같은 현실은 중국 정부가 향후 자국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야 할지 말해줍니다. 시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 지도층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까요? 과거 우리나라 지도층 일부가 ‘옥탑방’의 존재와 버스를 타는 방법을 몰랐다고 했던 장면이 오버랩되며,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사진:제인 린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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