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선 회를 한 점도 먹지를 못 했다. 초고추장에 찍어서 씹는 맛으로 먹기라도 했으면 좋았겠지만, 가려지지 않는 미묘한 비린 맛에 한 점도 입에 대질 못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번 못 먹는 것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에 꽤 긴 시간 나는 회에는 조금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뷔페에서 바알간 오렌지 빛에 끌려 훈제연어를 먹어보게 되었고, 그 이래로 조금씩 회를 먹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훈제연어가 회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본격적으로 조리된 생선은 아니었으니 나에겐 그것마저도 '회'였던 까닭이다.
그렇게 되어 이제는 회하면 없어서 못 먹는 지경이 되었고, 어려서 어른들께서 사주실 때 많이 먹어 두었어야 했다는 후회도 하는 지경이 되었다. 특히나 이젠 훈제연어보다 더 좋아하게 된 연어회를 먹을 때면 더더욱이 그런 후회가 밀려든다. 횟집 카운터 앞에서 카드를 긁으며 어려서 거부했던 횟값을 계산해보기도 한다. 내가 맘을 꼭 닫고 있지 않았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 비용들.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횟집을 나서고, 이제는 과감히 모든 것을 입에 가져다 대어 보기로 다짐하는 것이다.
| 혼자 먹기 : 연어
연어는 산란기 직전인 9~10월이 제철이다.
연어는 살이 유난히 부드러운 편이라 오래 익히면 바스러지고 뻑뻑해진다.
옆면을 보아 날생선으로 보이는 부분이 없어지면 조금만 더 익혀서 내면 좋다.
회로 먹을 경우 껍질은 질겨서 먹기 불편하므로 제거한다. 껍질이 두꺼워 살과 껍질 사이에 칼을 대고 밀면 쉽게 제거된다.
| 연어 레시피 : 연어 브루스케타 - 세 종류의 변주
재료
연어 200g
훈제 연어 200g
양파 한 개
방울 토마토 10개
바게트 한 줄
올리브유 한 큰 술
발사믹 식초 한 큰 술
마늘 두 쪽
생크림 100ml
요거트 한 큰 술
레몬즙 반 큰 술
호스래디쉬(없으면 와사비로 대체) 한 큰 술 반
크림치즈 적당히
레시피
공통 준비
1. 바게트를 얇고 넓게 썰어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바삭해지도록 굽는다.
2. 연어는 회로 먹듯이 썰어놓는다.
토마토 연어 브루스케타
1. 양파 반 개와 토마토를 잘게 다지고, 마늘 한 쪽을 다진다.
2.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마늘을 양파와 토마토에 넣고 버무린다.
2-1. 소금과 후추로 적당히 간하고, 바질을 조금 넣어줘도 좋다.
3. 버무린 것을 한 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4. 구워서 바삭해진 바게트 표면에 생 마늘을 문질러준다.
5. 바게트에 토마토와 양파 버무린 것을 얹고, 생연어 한 점이나 훈제연어 한 점을 얹는다.
호스래디쉬 크림 연어 브루스케타
1. 생크림 100ml에 설탕을 조금 넣고 거품기로 저어 단단하게 만든다.
2. 충분히 단단해지면 호스래디쉬, 레몬즙, 요거트를 넣고 더 저어준다.
2-1. 소금과 후추로 간단하게 간을 한다.
3. 빵에 소스를 얹고, 생연어 한 점이나 훈제연어 한 점을 얹는다.
3-1. 케이퍼를 한 조각 얹어먹어도 좋다.
크림치즈 연어 브루스케타
1. 양파를 얇게 채 치고, 찬물에 담구어 매운기를 뺀다.
2. 빵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양파의 물기를 빼 그 위에 올려준다.
3. 생연어 한 점이나 훈제연어 한 점을 얹는다.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