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커플 vs. 솔로’ 그 남자의 장보기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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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커플 vs. 솔로’ 그 남자의 장보기 전략은?
[체험기] ‘커플 vs. 솔로’ 그 남자의 장보기 전략은?
2016.12.08 18:38 by 더퍼스트미디어

더퍼스트미디어에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두 에디터가 있다. 에디터 H는 저녁노을을, 에디터 b는 전자기기를 좋아한다. 결정적인 차이는 커플과 솔로라는 점이다. 둘의 쇼핑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오만가지 물건이 즐비한 ‘마주치장’을 찾았다. 현금 오만원을 손에 꼭 쥐고서.

왼쪽이 '에디터 b', 오른쪽이 '에디터 H'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공익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는 매달 ‘마주치장’이란 이름의 플리마켓이 펼쳐진다. 지난 12월 3일 열린 네 번째 마주치장의 주제는 식품, 의류,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마켓’. 마켓에 참여한 45팀의 셀러(seller‧판매자)들은 컨테이너로 가득한 언더스탠드에비뉴를 형형색색의 상품들로 꾸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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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사는’ 법

에디터 b는 자신을 'B'라고 칭한다. 알파벳 b는 비주류라는 의미의 B. 그는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다.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도 마찬가지. 그는 주말이면 항상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연트럴파크’를 찾는다. 에디터 b는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1년 이상 사용하는 일이 없다(중고나라 거상이다). 연애 또한 마찬가지. 몇 번의 소모적인 연애 끝에 그는 ‘자발적 솔로’를 선언했다.

 

에디터 H는 단순하다. 알파벳 ‘H’는 자신의 이름에서 땄다. H는 트렌드에 회의적이다. 시간이 흐르면 바뀌는 게 트렌드인데. 그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싫다. 주말이면 그는 교외로 나가 강물이 흐르고 하늘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본다. 그는 쉽게 변하는 트렌드보단 노을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연애도 무난하게 하고 있다.

같은 것 하나 없는 두 남자. 플리마켓은 처음이라는 그들이 마주치장을 헤집는다. ‘쇼퍼(shopper)들의 천국’ 마주치장에서 그들의 눈길을 끄는 제품은 뭘까? 이날의 쇼핑으로 그들의 연말은 어떻게 달라질까. 주어진 예산은 단돈 5만 원. 마주치장을 마주한 이들의 하루를 따라 가보자.

에디터 b의 ‘실용적인’ 장보기

에디터 b (Prisma 앱, thota Vaikuntam 필터)

혼자가 되는 시간, 크리스마스

‘자발적 솔로’ 에디터 b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기로 했다. 40도까지 잔뜩 올린 전기장판 위에서 빈둥대며 노트북으로 영화를 볼 계획이다. 혼영(혼자 영화보기)에는 역시 술이 빠질 수 없다. 집 앞 편의점에서도 세계 각지의 맥주를 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은 ‘술진국’이기 때문에, 마주치장에서는 안주만 사기로 했다.

 

술은 마시지만 놀랍게도 다이어트 중인 모순된 에디터의 눈에 띈 안주는 ‘고구마 말랭’이었다. ‘코리안 디저트 건강팔이소녀’가 만든 ‘먹을랭 말랭 고구마 말랭이’는 국내산 고구마를 손수 찌고 말렸다. 이날 장에 내놓은 말랭 역시 며칠 전 직접 말린 고구마를 바로 포장해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안주를 찾는다면 고구마 말랭만한 것이 없다. 한 봉지 가격은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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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단맛을 좋아하는 이율배반적인 에디터 b는 곧장 달달한 안주를 찾아 나섰다. 그때 눈에 띈 것은 연두색의 예쁜 잼 ‘민트초코잼’이다. ‘핸드메이드통’에서 만드는 민트초코잼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맛. 희귀한 잼은 민트초코잼뿐만이 아니라 얼그레이잼, 블루베리잼, 말차잼, 무화과잼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민트초코잼 100mL 한 개의 가격은 1만원으로 비싸지 않았고, 유통기한도(개봉 전) 3달로 충분했다. 크래커나 빵과 함께 먹으면 딱이다. 다른 잼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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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 집을 극장으로 만들었나

에디터 b가 성탄절에 ‘집 시네마’를 찾으려는 이유는 뻔하다. 자발적 솔로라 하더라도 크리스마스의 길거리는 커플들의 천국이라 나갈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데이트코스인 영화관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차라리 집에서 보는 게 낫다는 3년차 솔로의 판단이었다.

 

집에서 영화보기의 가장 큰 매력은 ‘편함’이다. 편한 옷, 편한 자세는 프리미엄 영화관 못지않은 안락함을 준다. 포근한 영화관을 꿈꾸며 쇼핑을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건 펠트가습기, 와이어 헤어밴드 그리고 항아리 캔들이었다. 최근 건조해진 겨울 날씨 탓에 피부 노화가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다. 펠트 가습기는 펠트지가 물을 흡수하고 증발하면서 습도를 조절한다. 빨래를 널었을 때 수분이 증발해 방안이 가습되는 방식과 같다. 인테리어용으로도 훌륭한 건 덤. 와이어 헤어밴드는 요즘에는 남자들도 많이 쓰는 제품이다. 특히 앞머리가 눈썹 아래로 내려오는 헤어스타일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집에서 앞머리를 올리면 상쾌함의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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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캔들은 조금 특별하다. 유리병이 아닌 전통 항아리에 담았다. 용량은 100g으로 25시간 사용 가능하다. 자스민, 라벤더 등 여러 향이 있었으나, 그 중 눈에 띄는 향이 있었다. 이름은‘사랑스러운 살 냄새’. 남의 살 냄새를 맡아본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흔쾌히 구입했다. 항아리 캔들의 소재는 실제로 장을 담그는 장독대와 같기 때문에, 캔들을 다 쓰고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페이지보다 4천 원 저렴한 1만 2천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캔들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7만 7천 원짜리 맨투맨을 단돈 만 원에 판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으로 바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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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스웨트 셔츠는 패션브랜드 ‘STILL GOT ME’의 제품으로 ‘impression of street’를 표현하고 있다. 거리마다 저마다의 흔한 광경과 특색이 있고, 그 특색을 강력한 색채와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길 역시 저마다의 색채를 지닌 컨테이너들이 있으니 비슷한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디터가 구입한 스웨트 셔츠는 정가보다 무려 6만 7천원이 저렴했다. 이렇게, 습도 조절, 향기, 편한 옷까지 완벽한 크리스마스 준비가 끝났다.

 

에디터 b는 실용적인 쇼핑으로 저렴하게 집안에 극장을 만들었다. ‘집에서 <나홀로 집에>를 보며 케빈과 성탄절을 보낼거냐’는 에디터 H의 말에 에디터 b는 <나홀로 집에>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며 ‘포스와 함께할 것(may the force be with you, 영화 스타워즈의 대사 中)’이라는 말을 남기며 집으로 돌아갔다.

에디터 H의 ‘내키는 대로’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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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인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를 꿈꿔왔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게 되니 어떻게 그날을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다. 분명 그녀는 기대하고 있을 텐데. 그녀를, 그날을 위한 물건을 사기 위해 플리마켓을 찾았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혼자가 아닌 둘이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야지.

 

12월의 주말, 날씨는 포근했다. 마주치장엔 물건도 사람도 모두 다양했다. 먹거리를 파는 셀러들은 다양한 시식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빵을 그 자리에서 칼로 썰어 주는가 하면 수제 잼을 과자에 찍어 먹을 수도 있었다. 코와 입은 벌써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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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목적을 잊지 말아야지. 연인과 함께 보내는 데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양한 소품들이 진열된 실내로 향했다. 안에서는 의류와 방향 제품, 크리스마스 소품을 팔고 있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상품은 '2Rabbits'팀의 여우 모양의 조명 인형. 종이로 모형을 조립하고, 그 안에 전구를 끼우는 DIY 방식의 제품이었다.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숙련도에 따라 3~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앗, 분위기 야릇해지겠는데? 바로 ‘질렀다’.

디자인팀 투레비츠에서 팔던 DIY 여우 조명인형

큰 소비를 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크리스마스 소품을 뒤로하고 다시 장터로. 이미 맛봤던 쿠키와 잼, 주스 코너를 한 번씩 더 돌았다.

 

먹고 마시고를 반복하다 수제쿠키 전문점 ‘스위트 로드’ 부스에서 특이한 모양의 빵을 발견했다. 견과류와 과일을 넣어 만든 독일의 전통 빵 ‘스톨렌’. 독일에서는 12월이 되면 이 빵을 조금씩 썰어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고 한다. 빵에서는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났다. 그녀가 좋아하는 맛이다. “스톨렌 하나 주세요”

위트 로드는 수제쿠키 전문점.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매장이 있다.

윤케익은 케익 및 슈가크래프트를 만드는 브랜드. 제빵 관련된 클래스도 열고 있다.

마주치장은 먹거리가 많은 플리마켓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귀여운 모양의 수제 쿠키도 사고, 레스토랑 ‘브리너’에서 만든 필리핀 전통 차 ‘살라밧’도 마셨다. 살라밧은 생강차와 비슷한 맛.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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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탠드(언더스탠드 에비뉴) ‘브리너’에서 팔던 필리핀의 전통차 살라밧.

너무 허기만 채운 것 같아 여자친구를 위한 물건을 찾기로 했다. 남은 예산은 어느덧 1만 5천 원. 꽃을 파는 셀러들이 보였다. 이런저런 꽃과 드라이플라워를 구경하다가 가장 예뻐 보이는 목화 꽃다발을 달라고 했다. 플로리스트에게 미니 리스가 달린 카드도 서비스로 받았다. 내 식욕 채우는 지출이 생각보다 컸지만, 여자는 꽃에 약하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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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이미영씨가 운영하는 플라워 리네 부스.

손에 물건을 주렁주렁 들고 있는 에디터 b와 마주쳤다. 그는 쇼핑이 만족스러웠는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에디터 역시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잔소리가 조금 신경쓰인다. 멋진 홈 파티를 준비하고 싶었는데. 마주치장은 동절기가 끝나는 내년 4월에 다시 열린다고 한다. (만약 이번에 실패하면) 그때 봄맞이 파티에 재도전하리라.

 그 남자의 장바구니

1.크리스마스 트리 펠트가습기 3천 원, 림스맨

2.민트초코잼, 100ml 1만 원, HandMade Tong

3.알래스카 스웨트 셔츠 1만 원, STILL GOT ME

4.와이어 헤어밴드 3천 원, 림스앤

5.항아리 캔들, 사랑스러운 살냄새향 1만2천 원, STUDIO MEINEUN 

1.도면을 가지고 직접 만드는 DIY 여우 조명인형 2만5천 원, 2Rabbits

2.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해 만든 리스, 진저맨 모양의 쿠키 각각 2천 원, 윤케익

3.목화와 털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만든 꽃다발 1만 원, 플라워 리네

4.견과류와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크리스마스 빵 스톨렌 6천8백 원, 스위트 로드

미리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아직 12월 초지만 두 에디터의 마음은 이미 크리스마스였다. 마주치장이 열리고 있는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조명과 음악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 덕분이다. 두 에디터는 장보기를 마무리하며 4천 원을 주고 일러스트레이터 '채소'에게 캐리커쳐를 부탁했다. 그때 옆 부스 셀러가 채소 작가에게 커피를 건넸다. “많이 춥죠? 이거 마시면서 해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시끌벅적한 플리마켓보다 이곳은 더 포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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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에디터가 경험한 플리마켓은 정이 넘치고 세상 저렴한 물건을 파는 곳이었다. 내년 4월에 만나게 될 마주치장의 새로운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

/일러스트: 채소(@chaaeso)

/글·사진: 최현빈·김석준(@summer_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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