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시각장애인 콜택시…‘복지콜’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시각장애인 콜택시…‘복지콜’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시각장애인 콜택시…‘복지콜’
2014.09.29 09:00 by 더퍼스트미디어


“이쪽, 저쪽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결례에요. 대신 좌측이나 우측, 전방으로 몇 보에 무엇이 있다고 말하는 편이 좋죠.”

생활이동지원차량에 올라타자 운전원 최승필 기사가 시각장애인을 대할 때 간단히 주의할 점을 일러준다.

아침 6시 출발해서 오후 6시 퇴근하기까지, 성북구 시각장애인 생활이동 지원센터의 운전원 최승필 씨의 근무시간은 잠시의 짬도 허락하지 않는다. 차에 타자마자 콜 신청이 쇄도한다.

승필 씨는 “새벽부터 아침 8시까지는 시각장애인들의 출・퇴근으로 요청 전화가 밀려드는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했다. 안마시술소에서 밤샘 근무했던 시각장애인들이 퇴근하거나 낮 시간 근무자들이 안마소, 지압원 등에 출근하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는 현재 142대의 차량과 170여 명의 기사가 시각장애인들의 이동을 도울 뿐 아니라 차량을 ‘대기’해서 함께 장보기, 약국에서 약품 구입, 관공서 서류대필, 은행업무 등을 돕고 있다. 가격은 일반 택시 수준의 35% 정도로, ‘대기’중일 경우는 100초당 100원이 부과된다.

첫 번째 콜을 받고 출발한 택시는 자양동의 한 주택 앞에 멈췄다.

“거의 다 왔습니다. 집 앞으로 모시러 갈게요.”

승필 씨가 차에서 내리고 이내 그의 팔을 붙잡은 시각장애인 이민경 씨가 뒷좌석에 탄다. 지압원에 출근하는 이 씨에게 왜 복지콜을 이용하느냐고 묻자 “콜 연결이 안 돼서 지하철을 탈 때는 무조건 지팡이를 펴요. 출근 시간에는 뛰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 불편하다!’ 미리 티를 내는 거죠. 이상한 사람 취급도 많이 받아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부딪히니까…” 라고 답했다.

이른 아침 시간, 출퇴근으로 몰려드는 콜에 비해 차량 대수가 턱없이 부족해 실제로 30분 내에 차량이 연결되는 경우는 53%다. 그래서 다른 교통수단을 마련해야만 하는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자양동 집에서 출발해 방배동 안마원에 도착하기까지 40여 분, ‘지불’ 버튼을 누르니 “요금은 4,200원 입니다” 라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차들이 여러 대 주차돼 있어 위험한 건물 앞에서 지압원 문 앞까지 안내하는 것도 기사 승필 씨의 몫이다.

가격은 일반 택시의 35%로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안마사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매번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요금 인하가 필요하긴 하지만 운전기사들 수입의 반이 이용요금에서 나오는 것이라 지원금 없이는 쉽게 인하할 수 없는 실정이다.

  | 이동 지원뿐 아니라 생활 지원까지  

최승필 운전원이 가락시장에서 시각자애인 최 씨의 과일 구입을 돕고 있다.(사진_허미영 작가)


 

“가락시장에 들러서 복숭아 사고, 은행에 들려서 돈도 뽑아야 해요.”

10시, 송파구 장지동에서 최윤재 씨가 올라탄다. 평소엔 출퇴근이 힘들어 안마시술소에서 기거하다가 2주에 한 번씩 외출하면 꼭 복지콜을 이용해 일을 본다. 집에서 가까운 가락시장에 들러 과일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최 씨는 시장에 갈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고 한다. 마침 동행한 날도 들어갈 때는 장애인 차량이라고 주차권을 끊지 않아도 된다더니, 출구의 직원은 티켓을 왜 안 뽑았느냐며 화를 냈다.

“시장 내에 장애인 차량 주차공간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승필 씨가 말했다. 몇 번이나 빙빙 돌아 한 과일가게 앞에 차를 잠시 세운 승필 씨는 과일박스들을 나르는 거중기, 트럭, 오토바이들이 많아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승필 씨가 과일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손에 쥐여주자 “무슨 색이에요? 얼마나 커요?” 라고 물어보는 최 씨의 목소리가 한층 들떴다. 복숭아 한 바구니를 사고 들른 은행에서도 최 씨는 “시각장애인용 현금 자동 입출기가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 한번도 안 해봤어요”라며 승필씨의 도움을 받아 현금을 찾는다. 비밀번호까지 말해주느냐고 묻자, 최 씨는 “서로 믿는 거죠. 말해줘도 금방 잊어버려요!”라며 허허 웃는다.

  | 휠체어 탑승설비 없으니 ‘교통약자’ 혜택 못 받아  

목적지에 도착하면 차에서 내려 건물 안까지 데려다 주는 안내 시간은 약 5분이다. 시각장애인 콜택시 운전원에게 이 시간이 촉박하기만 하다고 한다. 단속 카메라에 잡히면 영락없이 벌금딱지를 끊기 때문이다. 딱지를 발급받으면 관할구청에 사정을 호소하는데, 양해 받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승필 씨는 이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그냥 내려놓고 갈 수 있나요? 공항 같은 데는 그쪽 도우미랑 연결해드리려면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소요되는데, 공항은 얄짤없어요. 사정을 말해도 잘 안 받아들여지고요.”

시각장애인이 복지콜로 20km 이상 이동 시 장애인콜 대비 2배 이상의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장애인콜은 휠체어 탑승 설비가 있는 차량으로 ‘서울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이용 요금이 대폭 인하됐으나, 복지콜은 휠체어 탑승 설비가 없다는 이유로 그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지콜2


  | 위급한 상황에서도 복불복인 복지콜 연결  

“길이 많이 막히네요. 한 40~50분쯤 뒤에 도착 예정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일반 콜택시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오랜 대기시간도 복지콜에서는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 정말 필요한 때는 언제 연결될지도 모르는 차량을 1~2시간씩 기다리기도 한다.

“신장 장애 분이 이 시간에 투석 받으러 가시는 경우가 드문데.…”

스크린에서 이용자의 간략한 신상정보를 확인한 승필 씨가 “복지콜 이용객의 약 10%는 신장장애(2급 이상) 환자분들”이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큰 도로를 빠져나오자 앞에는 60도는 족히 되어 보이는 가파른 길이 펼쳐졌다. 차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비좁아 보이는 좁은 길을 택시는 곡예를 하듯 위태롭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놀이기구 타는 것 같죠?”

최 씨는 여유롭게 웃으며 이 정도면 양호한 길이라고 말한다.

“이런 길보다 더 좁고 가파른 데도 가요. 저도 차 앞이 약간 긁혔는데요. 저희 차가 외관이 성할 수가 없는 게, 저희 모토가 ‘도어 투 도어’ 서비스잖아요. 진짜 각도가 안 나오는 길도 문 앞까지 가야 해요.”

힘든 기색이 역력한 이동주 씨(64년생)를 부축해 뒷좌석에 태웠다. 이 씨는 “지난번에는 계속 해도 연결이 안 돼서 119를 부른 적도 있어요. 투석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놓치면 안되거든요”라며, “OO병원 투석실에서는 제가 먼저 이 복지콜을 알게 돼서 사람들한테 다 알려줬어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 나 혼자 할 때는 통화연결이 잘 됐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알려줬더니 경쟁이 심해져서 콜 연결이 점점 더 안 되더라고요.” 말을 마친 이 씨가 겸연쩍게 웃으며 불만을 토로한다.

병원 응급실에 손님을 내려 드린 승필 씨는 “신장 환자분들은 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직업을 가지기가 어려워 경제적으로도 힘든 경우가 많아요. 차가 부족하다 보니 신장 장애 분들은 이용 횟수나 내용에도 하루 2번, 병원-집 왕복으로 제한이 있고요. 안타깝죠.”

  | 턱없이 부족한 차량과 운전기사 해결돼야  

최승필 기사는 “차가 적고 언제 연결될지 모르니까 한번 탑승했을 때 차를 대기시켜놓고 30분이 넘도록 일을 보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한 번 탑승 시 3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생겼죠. 근데 3시간 후에 시각장애인을 길거리에 그냥 내려놓고 갈 수 있나요?”

일반 택시 경험이 7년인 승필 씨는 “무조건 빨리 이동하면 되는 영업용 택시와는 달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가게 안까지, 다른 업무까지 돕는 복지콜이 건당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주행거리도 일반택시에 비해 훨씬 많다. 규정상 월 의무 콜 개수가 있어 하루에 약 8개의 콜을 수행하기 위해 점심도 차 안에서 대충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활동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이동의 제약”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의 특성상 버스를 이용하기 힘들어, 복지콜이 지하철 외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특별한 설비를 하지 않더라도 지원 차량을 늘리고 운전원을 증원할 경우 이동권을 더욱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상 특별교통수단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이란 용어가 생긴 지 13년 째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의 복지콜 이용 단면만 보더라도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이란 아직도 멀어 보이기만 하는 현실이다. 정부의 관심과 대책이 아쉬운 때다.

 



글/김채은
김채은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콜은 끊임없이 울렸다. 그러나 시간당 평균 100통의 콜이 오는 데 반해, 30분 이내에 콜이 연결되는 사람은 반 정도. 턱없이 부족한 차량과 운전기사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바우처 신청시하는 설문조사도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장애인 관련 복지정책을 만들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동행취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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