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 재벌의 ‘돈’ 자랑
땅 투기 재벌의 ‘돈’ 자랑
땅 투기 재벌의 ‘돈’ 자랑
2016.12.16 15:32 by 제인린(Jane lin)

“돈 벌려면 부동산에 투자해라”

예전 어른들께서 참 많이 하신 말씀입니다. 원래 투자라는 게 ‘미래가치에 거는 도박’이고, 과거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이 훨씬 많았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조언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부동산이란 용어의 짝꿍으론 ‘투자’라는 말보단, ‘투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있죠. 땅덩어리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 중국은 어떨까요?

(사진:KieferPix/s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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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최근 인터넷에 중국 재벌 2세의 하루 일과표가 공개돼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해로 29세의 왕쓰총(王思聪)은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완다(万达) 그룹의 창업주 왕젠린(王健林)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자, 완다 미디어 그룹의 ‘회장’ 직을 가진, 중국 최초의 재벌 2세로 불립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하루일과가 적힌 A4 용지를 촬영, 온라인에 공개해오고 있습니다. 일과표에 따르면 그는 오전 4시에 기상하여, 이튿날인 새벽 2시 30분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만약 이 일과표가 사실이라면, 하루 중 쉴 수 있는 시간은 전혀 없으며, 오로지 기업의 번영을 위해 일하는 일꾼으로 살아간단 얘깁니다.

하지만 해당 일과표를 접한 네티즌들은 '조작된 일과표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일과표에선 오후 시간대에 완다 미디어 그룹에서 미래형 부서로 키우고 있는 인터넷 개인방송 부분을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는데, 그에 대해 네티즌들은 '개인방송하는 여자 연예인을 만났을 것, 그저 유흥을 즐기는 시간'이라는 수위 높은 비난과 비판도 마다하지 않고 있죠.

일각에선 재벌 2세인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 것은, 그들이 쌓은 부가 부동산 투기 등을 남용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적인 인식과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제1의 부자로 수 십 년 째 ‘군림’하고 있는 왕 씨 일가는 어떤 방식으로 부를 쌓아왔던 것일까요.

(사진:Shawn Hempel/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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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내가 워낙 절제하는 인물이라 8개를 사주고 싶었는데, 7개만 샀다"

왕쓰총이 얼마 전 sns에 올린 글입니다.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에게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아이폰 신제품 7개를 선물했다는 내용이었죠. 당연히 국민들의 비난을 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일에는 베이징 시내의 한 클럽을 통째로 빌리고, 한국의 유명 6인조 걸 그룹을 초대해 파티를 펼치는 사진을 sns에 올렸죠. 당일 주문해 마신 술만 수천만 원어치에 달한다고 합니다.

왕쓰총이 자신의 일과표라고 밝힌 a4용지. (사진: 웨이보 캡쳐)

재벌2세의 재력 과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4차선 도로 중앙선 위에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을 정지시킨 후 사라진 것도 현지에서는 꽤 유명한 사건 중 하나죠. 이 때문에 출근 시간 중 이동하던 양방향 차량들은 모두 꼼짝하지 못하고 도로에 갇혀 버렸습니다.

당시 경호원들이 중앙선 위에 주차한 이유를 묻자, 그는 "내 아버지 회사 앞의 땅에 내가 마음대로 주차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힐난하듯 되물었다고 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일은 없다”는 말을 습관처럼 쓰는데, 실제로 그가 보유한 자산은 이미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욱이 그는 자산 30조 원이 넘는 중화권 최고 갑부인 왕젠린 회장의 유일한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가운데)완다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인 왕쓰총. (사진: 웨이보 캡쳐)

그의 부가 얼마나 많고 대단하든, 그의 지나친 언행은 자주 구설수에 오릅니다.

그런 그의 행동은 미국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페이스북 창시자 마트저커버그 등이 매년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선진 기업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 곧잘 비교되곤 하죠.

더욱이 왕씨 일가의 부의 기반이 대규모 ‘부동산 투기’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상당수 중국인들은 그의 부는 부러워하되,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조롱’ 이상의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왕 씨 일가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세계 부동산 투기 재벌 1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땅 개발로 돈을 번 세계 부호들 가운데 개인 자산이 가장 많은 이에 왕쓰총의 아버지인 왕젠린 회장이 꼽힙니다. 중국에서도 매년 부자서열 1,2등에 이름을 올리고요.

그가 세운 완다(万达)그룹은 이미 영국과 미국에도 진출한 기업으로, 호텔은 물론, 84개의 백화점과 1,247개의 영화관을 보유한 종합그룹이죠. 기업 자산가치는 한화 6840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왼쪽)왕쓰총과 그의 아버지이자 완다 그룹 총수인 왕젠린 회장 및 완다그룹 건물.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여기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부동산 투기 재벌의 상당수가 중국인이며, 지난 1970년대 후반 중국이 개방화정책을 시작할 무렵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번 이들이라는 점에서 IT 기술 등으로 성공한 미국, 유럽의 선진국형 재벌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2016년 기준 왕젠린 회장의 자산은 38조 5000억원에 달하며, 중국 토지 중 약 900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규모가 왕 회장 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왕쓰총 개인 자동차가 줄지어 들어선 주차장. (사진:웨이보)

왕 회장의 뒤를 이은 세계 제2의 부동산 재벌은 홍콩 출신의 부동산 개발 업자 리쇼키 핸더슨으로, 그의 자산은 22조 8000억원에 달합니다. 4위는 쉬자인 헝다 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렸는데, 그의 개인 자산 10조 2000억 역시 부동산개발 투기를 기반으로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가 중국에서 수많은 벼락부자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은 바로 ‘중국 공산당과 투기업자의 유착’입니다.

중국은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시작을 통해 경제 개발을 시작, 동부 연해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발전전략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동부 연안지역이란, 광둥성의 선전, 주하이, 푸젠성의 샤먼 등 해안선에 인접한 지역입니다. 정부는 이 지역 14개 연해항구를 개방해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역으로 키운 것이죠. 이후 1990년대 상하이 푸동신구 개발이 추가 진행됐으며, 이 기간 동안 정부와 유착관계에 있던 일부 부동산 투자 업체는 현재의 부동산 재벌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들 부동산 재벌 중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왕씨 일가인데, 부동산으로 부를 크게 키운 일가는 이후 미디어 산업에 손을 대며 언론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왕쓰총을 닮은 인물이 최근 버스를 무단으로 운전했다는 사진이 온라인에 게재되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사진: 웨이보)

정경유착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상의 지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은 정부가 국정 운영을 하는데 필요한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의존한 형태입니다.

국가통계국(國家統計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수 비중은 무려 15%에 달하는데, 이는 소득세(29%) 및 부가가치세(2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지방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세 수입에서 토지사용권 판매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곳들이 허다하죠.

이 때문에 1선 도시를 제외한 상당수 2~3선 도시에서는 지방 정부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부동산 부양 정책을 실시해야 하고, 이런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부동산 투기 업체가 난립하게 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부동산 신흥 재벌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니, 그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가 중국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이자, 중국을 여행하게 된 시작은 바로 과거의 중국이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제1의 문명 대국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당나라 시기였던 600~900년대에는 ‘세상의 모든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는 말이 널리 통용됐을 정도로, 수도 장안(長安)은 연일 외국 사절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명국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가장 부유한 국가였으며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는 ‘형님’ 국가로 종이, 화약, 인쇄술 등을 발명하며 인류 문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일 내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제1의 국가로 다시 발돋움 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큰 이견이 없죠.

하지만 현재 제 1의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은 과거의 중국의 모습과는 큰 괴리감을 갖게 만듭니다. 대외적인 중국의 성장 이면에 존재하는 비상식적인 부동산 투기 재벌과 이로 인해 불거진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향후 중국이 오랫동안 풀어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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