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의 사립문고, 용인시의 사랑방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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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1 08:30 by 더퍼스트미디어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은 “말없이 말을 건네는 책의 힘을 느티 나무도서관 성장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느티나무도서관 제공)


“책을 건넨다는 건 한 사람의 자존감에 말 거는 일입니다.”

박영숙 느티나무 도서관 관장(49)은 주유소에서 일했다는 한 청소년 이야기를 했다. 사고를 많이 쳐서 늘 ‘사회의 암’이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박영숙 관장은 책을 건넸다. 아이가 물었다. “어떻게 제게 책을 줄 생각을 하셨어요?” 그 후로 아이의 삶은 서서히 변해갔다. 포장마차에서 일하면서 꿈을 키웠다. 열심히 공부해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툭하면 누구를 때리던 버릇도 고쳤다. ‘바르게 살라’고 훈계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제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말없이 말 거는’ 책의 힘 덕분이다.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공간’을 꿈꾸던 박영숙 관장은 2000년 2월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상가 지하에 40평 남짓한 사립 문고를 세웠다. 책이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듯 도서관 또한 이용자에게 말을 건네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는 책꽂이나 동선 등 공간 구성에 신경을 썼다. 360평쯤 되는 자체 건물을 운영하게 된 지금도 이용자가 자연스레 책과 만날 방법을 고민한다. 도서관 앞뒤로 문을 배치하고 문 안쪽에 그네를 배치했다. 이용자들이 다른 이들을 위해 책을 추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서서히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스며들었다.

박영숙 관장은 책 건네는 행위가 최고의 응원법이라고 믿었다.

“공공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지식, 정보, 문화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는 곳입니다. 도서관 안에서는 나이, 성별, 사회적 신분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한 주체로서 자유롭게 꿈꿀 권리가 있어요. 사람들은 책을 매개로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을 얻어갑니다. 그리고 도서관은 이러한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지요.”

 

느티나무도서관 전경과 내부 모습.(느티나무도서관 제공)


 

박영숙 관장이 ‘말없이 말 건네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사회 복지학을 부전공한 그가 80년대 대학 시절 사회 복지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을 때의 경험 때문이다. 복지시설이 소수를 수혜자로 대상화해 세상으로부터 분리하는 태도가 불편했다. 그가 보기엔 지식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면, 상대방이 대상화 혹은 수동화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자발적인 독서에는 이용자를 암묵적으로 차별하는 일이 있을 수 없었다. 그가 ‘가르치기’와 ‘돕기’를 지양하고 이용자를 수혜자가 아닌 ‘자율적 주체’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이유다.

그 결과 도서관은 타인의 삶과 능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중년 남성들이 자발적으로 이야기 모임과 뜨개질 모임 등을 만들고 청소년들은 책이 담긴 수레를 끌고 편의점 등 동네 이곳 저곳을 돌며 타인을 대하는 유연한 태도를 기른다. 해외 이주민 이용자 또한 단순한 서비스 대상을 넘어 해외 여러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박영숙 관장은 “머리로만 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삶을 통해 타인에 대한 공감 지수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관장은 ‘학습의 고단함’에 지쳐 타인에 대한 공감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는 특히 실패를 모르고 엘리트 코스로 승승장구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질 청소년이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도서관의 존재는 책에서 얻은 성찰을 곁에 있는 공동체에서 함께 나눌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용자들과 함께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한국 도서관이 이용자에게 책을 빌려주기 시작한 건 20년밖에 되지 않은 일입니다. 도서관이 더욱 많은 사람과 감동을 주고받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식구들이 도서관 계단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느티나무도서관 제공)


 



글/이예림 
이예림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마을을 취재하면서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의 심미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의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점에서 그 존재가치와 의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청세담을 통해 공익 분야와 독자 간에 작은 다리를 놓을 힘을 조금은 얻었다고 감히 얘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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