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한국인 1명이 1년 동안 마시는 커피잔의 수이다.(2014년, 통계청) 나는 커피의 쓴맛이 싫어서 커피를 멀리한다. 내 341잔을 대신해서 누군가는 한 해 600잔 넘게 마실 수도 있단 얘기다. 도대체 커피의 무슨 매력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카페’라는 공간적인 매력 때문이기도 하고, 씁쓸하면서도 아늑한 맛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실상 커피를 찾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은 ‘피곤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할 것은 쌓여있는데 졸음이 몰려올 때 자연스럽게 커피를 찾았던 경험 말이다.
기분 탓이라고? 아니다. 실제로 커피의 카페인 성분은 잠을 깨워주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아침에 커피 향을 맡기만 해도 잠이 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커피의 효능을 처음 깨달은 것은 에티오피아 ‘카바’ 마을의 한 젊은 목동이다. 목동 칼디는 염소를 보살피는데 특출난 재능을 보였다. 워낙 성실해, 그가 보살피는 염소들은 성장 속도가 빨랐다. 목장주들이 앞다퉈 칼디를 고용하려고 했을 정도다.
칼디는 염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가만히 앉아 염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염소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활기가 넘치고 마치 춤이라도 추듯 날뛰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행동이 흥미로웠던 칼디는 염소들의 행동을 더욱 유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유독 활발하게 날뛰는 염소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근처 나무에 달린 붉은 열매를 먹었다는 것. 혹시 해로운 뭔가가 들어있지는 않을까 지속해서 관찰했지만, 염소들에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독성이나 마약성분은 없는 것 같은데…’ 염소들의 행동에 대한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결국, 칼디는 몸소 실험해보았다. 붉은 열매를 따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엔 열매 몇 개를 집어 먹었다. 피로가 풀리고 약간 들뜨는 기분을 느끼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칼디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몰랐다. 끓는 물에 빨간 열매를 우려내서 마셔보았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맛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적인 느낌? 정 많던 칼디는 이 음료를 마을 사람들에게 전파했고 많은 사람들이 먹기 시작했다. ‘커피’는 마을 이름 ‘카바’에서 유래됐다. ‘카바’는 점차 카페로 변형되고 커피로 불렸다.
젊은 목동의 관찰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를 만들어 낸 것이다. 비단 관찰력뿐만이 아니다. 관찰에만 그치고, 본인이 먹어보는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도전들이 있는 것 같다.
잠깐 시간을 본다. 어느덧 새벽 3시. 연말연시라고 정신 빼놓고 놀다가 시간관념을 잊었고, 글을 쓴다고 평소 먹지 않던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카페인 효과가 정말 놀랍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잡동史니 세상만물, 유래가 궁금한 모든 것의 탄생의 비밀부터 현대까지 쓰임새를 살펴본다. 그 비밀들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것들을 소중히 다룰 것이고, 우리의 삶은 한 차원 더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