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리다!!”
어느 날, 한 기초 화장품 샘플이 손에 들어왔다. 인도에 있으면서 한국 제품은 다 쓰고 맞지 않는 인도의 화장품을 쓰다 보니 피부과에 너댓번이나 갔던 터라 무척이나 반가운 샘플이었다. 인도에 오기 전에 제주도에 살았었기에 더욱 반갑고, 그 제주의 자연 원료를 화장품에 담아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드는 이 화장품, 이니스*리가 인도에 상륙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인도인들도 한국의 화장품을 쓰게 될 것인가?
아유르베다의 가르침, “자연 그대로”
한국도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가 한 때 유행했지만, 인도만큼 화장품 원료에 자연 그대로를 중요시하는 나라는 손에 꼽힐 것만 같다.
인도라고 하면 낯설면서도 뭔가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유르베다’ 방식의 화장품이 가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유르베다는 고대 힌두교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비법이다. 이른바 ‘요법’ 같은 것인데, 한국의 한방 화장품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달여 내는 진한 한방의 느낌이 아니라 아로마테라피(향기 요법)나 허브(식용이나 약재 식물)와 같이 가볍다.
인도인들은 채식주의자가 많기 때문에 동물성유지가 함유된 화장품은 기피하는 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인도 화장품도 대부분 아유르베다에서 유래한 방법으로 만든 천연 화장품들이다.
전에는 아유르베다 방식의 화장품이 인도 자체 브랜드라서 저렴한 (인도의) ‘국민’ 화장품이었다면 이제는 비싸서 서민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아유르베다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포레스트 에센셜스(Forest Essentials)는 아예 럭셔리한 아유르베다를 표방하여 까마(Kama) 등과 같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고, 단독 브랜드숍을 가장 유명하고 땅값 비싼 마켓에서 운영한다.
색조 화장의 원조?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인도 여성들의 눈화장을 한번 떠올려 보자.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학생들을 보면 늘 눈가는 검은색 아이라인이 두드러지게 그려져 있다. 입술은 보통 붉은 색 계열의 립스틱을 보통 사용한다. 한국인이 화장을 할 때 “한 듯, 안 한 듯”이 목표라면, 인도인이 화장을 할 때는 “했으면 화끈하게”가 목표인 것 같다.
사진을 보면서 인도 여성들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들이 배우나 모델이라서 아름답기도 하지만 보통의 인도 여성들도 얼굴이 작고 얼굴 윤곽이 뚜렷해 예쁜 얼굴이 많다.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피부색에 맞추어 화장품 색상도 한국에 비해 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한번은 인도에서 행사 후에 ‘더 페이*샵’의 쿠션 샘플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203호 색상이었다. 203호면 보통 한국인들이 어둡다고 느끼는 색인데 인도인 대상으로 나누어 주는 샘플이라 준비된 색상이었다. 인도에 진출하는 화장품 회사들은 천연 원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부색에 맞는 색조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실 많은 인도 여학생들은 평소에 로션 정도만 바르고, 화장을 자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일명 ‘쌩얼화장’을 한 한국인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화장은 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되도록 하지 말라고 권할 정도다.
내가 볼 때는 눈매나 얼굴의 굴곡이 확실한 그들이야말로 화장을 하나 안하나 예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그들이 많이 신경 쓰는 것은 피부, 바로 기초 제품과 마스크팩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겨울철 뉴델리 공기는 폐는 물론이고 피부에도 독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인도 학생들은 한국드라마를 많이 봐서인지 한국인들이 모두 피부가 좋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화장품이 제품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서도 한국의 마스크팩은 한국에 한 번 다녀올 때면 선물로 꼭 사들고 오는 단골 선물거리다.
“저는 요즘 스네일크림 써요.”
한국에서도 달팽이 크림이 한참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학생이 쓰는 크림을 보니까 한국 제품이었다. 한국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하는 인도 학생들에게 한국제품이 친근하고 익숙하게 소비되고 있는 것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고, 참 부지런하다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구매력에 놀라게 되기도 한다. 인도제품에 견주어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니까.
지금까지는 인도인들에게 삼성, LG, 현대, 포스코 정도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도 서서히 –어쩌면 K-Beauty라는 이름으로- 인도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듯하다. 우리가 어느새 “올리* 영”에서 히말라야 립밤을 살 수 있게 됐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