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h, My Girls!
댄스 트레이너 겸 안무가 이솔미(34)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게 된 시점은 오마이걸이 '클로저(Closer)'를 발표한 2015년 가을이었다. 물병자리, 북두칠성 등 별자리 모양을 형상화하는 클로저의 별자리 안무는 실험적이고 놀랍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별자리 안무가 있기 훨씬 전부터 이솔미 안무가는 EXO, 제시카 등 여러 아이돌의 안무를 트레이닝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돌을 만들어왔다.
박희아: 오마이걸하고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이솔미: 지금 제가 'tKAA'(the Key Artist Agency)에 속해 있거든요. 오마이걸 총괄 프로듀서이신 최재혁 PD님이 대표로 계신 곳이에요. 그분과는 거의 10년 가까이 알고 지냈어요. 제가 손담비 안무 팀에 있을 땐데, 당시 최 PD님이 매니저로 오셨어요. 그런데 매니저 일만 하신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하셨거든요. 음악에 관련된 것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업무를 다 보셨어요. 그때 그 모습을 보면서 ‘우와, 진짜 많은 걸 하실 줄 아는 분인가 보다.’ 생각했죠. 그런 식으로 인연이 닿았다가 2015년에 갑자기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오마이걸인 줄도 몰랐는데, “여자애들이 있는데 네가 하면 잘할 거 같아서 추천했어. 음악 한 번 들어볼래?” 이러신 거죠. WM엔터테인먼트 이원민 대표님이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대요. 그렇게 해서 오마이걸을 맡게 됐어요.
박희아: 안무를 짤 때도 멤버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잖아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궁금해요.
이솔미: 제가 음악을 아직 안 들어본 상태에서 이 친구들이 먼저 들어봤다면 각자 느낀 것들이 있겠죠? 그걸 이야기해 보라고 해요. 아니면 이 친구들이 듣기 전에 제가 먼저 들어볼 때도 있거든요. 그럼 듣고 느낀 걸 속으로 생각해두고 다시 이들한테 물어보죠. “너는 어떤 생각이 들었어? 어떤 느낌이었어?” 이런 식으로요.
일단 음악을 듣고 나서 이 친구들이 느낀 것에 대해 물어보는 과정이 중요해요
# 파트지 주세요
박희아: 예전에 하신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파트까지 나와야 안무 구성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그게 신기했거든요.
이솔미: 만약에 이 친구들이 솔로 가수라면 구성을 상대적으로 쉽게 잡을 수 있겠죠. 그런데 현실은 솔로가 아니고 그룹이잖아요. 이미 나는 안무를 짜서 보냈는데, 나중에 파트가 다 달라진다면 또 다시 정리를 해야 해요, 이렇게 무의미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파트를 주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이야기를 먼저 하거든요.
박희아: <Liar Liar> 같은 경우에는 가사에 충실했단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이솔미: 그럴 거예요. 손동작 보세요. 그게 L자로 ‘Liar’를 잡는 거잖아요. 사실 맨 처음에는 그 동작이 아니었거든요. 이 곡 같은 경우에는 원래 다른 식으로 안무를 짰었는데, 그게 아이들 얼굴을 살짝 가리더라고요. 그래서 이사님이랑 다시 얘기 나누고, 동작을 뭘로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어요. 원래 세 가지 버전 안무가 있었는데, 그중에 이게 나왔죠. 사람들이 제일 많이 기억해주더라고요. 가사를 춤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좀 한국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들 많이 생각하시더라고요.
박희아: 오랫동안 많은 팀을 거쳐 오셨어요. 레슨 경력으로 보자면, 또 다른 아이돌 멤버들 수업도 많이 맡으셨을 것 같아요.
구성이 없고 단순히 안무로만 작품을 만들 거면 굳이 왜 단체로 춤을 추겠어요
이솔미: SM엔터테인먼트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에프엑스 크리스탈이 있고요. SM루키즈 중에도 있어요. 남자애들 중에 지금 엑소(EXO) 찬열이가 가장 기억나요. 진짜 어릴 때부터 봤으니까. 요즘 보면서 ‘많이 컸다. 어유, 잘 컸다.’ 하죠. 하하.
박희아: 찬열 씨와 있었던 에피소드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 있으세요?
이솔미: 찬열이가 스트레칭을 정말 힘들어했어요. 스트레칭만 하면 얼굴이 새빨개져선 “쌤, 쌤, 죽을 것 같아요!” 그랬죠. 지금은 춤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대견해요.
# 시안비
박희아: 안무 시안비 같은 경우는 어떻게 책정되나요?
이솔미: 솔직히 시안비라는 걸 받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어요. 그전에는 시안비라는 걸 아예 받아보지 못했죠. 아직도 모든 회사가 다 챙겨주지는 않아요. 그런 경우에는 안무가가 자기 안무비에서 댄서들 페이를 떼 주는 거죠. 현재 시안비라고 받는 돈은… 예를 들어서 한 그룹이 다섯 명이다, 그렇게 시안을 빼달라고 부탁 받았어요. 그러면 댄서도 다섯 명 필요하겠죠. 이 친구들 페이를 뺀 게 제 안무비인 거예요. 그런데 정말 다들 너무한 게, 그런 부분은 생각도 안하고 그냥 시안 보내는 게 다인 줄 알더라고요. 그리고 당연히 시안비에는 안무비만 포함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 오로지 사람
다른 안무와 달라서 좋았다는 칭찬이 가장 행복했어요
박희아: 본인의 안무를 보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시나요?
이솔미: <Closer> 덕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칭찬 중 첫째가 ‘선이 예쁘다’는 얘기였고요. 다음이 ‘노래와 잘 어울린다’ 그리고 ‘다른 안무와 다르다'였어요. 이 셋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다르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안무와 달라서 좋았어. 그런데 정말 네 것 같더라.” 이 칭찬이 정말 행복했어요. 계속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박희아: 말씀을 쭉 듣다보니 춤을 출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공’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솔미: 그럼요. 다만 기본기를 어떻게, 얼마나 제대로 배웠느냐가 중요한 거죠.
/사진:이택우
아이돌을 만드는 사람들 화려하게 빛나는 아이돌, 그 뒤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온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다. 그들은 한창 K-POP 열풍이 불던 시기에도 있었고, ‘한류’라는 말이 고유명사로 쓰이기 한참 전에도 역시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돌 메이커>는 조금 더 자세하게, 다른 시각과 온도로 아이돌 산업에 들어와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기획된 책이다. 7회에 걸쳐 책 내용 일부를 발췌해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