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장 ‘이 사회’
안전보장 ‘이 사회’
2017.02.03 17:34 by 시골교사

독일에서 이사를 하면, 열쇠 꾸러미 한 뭉치를 받는다. 집 열쇠는 물론 12가구가 함께 이용하는 공동 출입문 열쇠, 지하실과 다락방 창고 열쇠, 우체통 열쇠까지 포함돼있다.

독특한 것은 공동 출입문과 우체통 열쇠다. 연립주택이 공동출입문 열쇠를 이용해 드나들게 되어 있는데, 오갈 때 마다 꼭 잠가야 한다. 굳이 수위 아저씨가 필요 없는 이유다.

늦게 온 사람이 공동출입문 안쪽에서 열쇠로 잠그고 올라가기 때문에, 퇴근이 몰리는 저녁 8시가 넘으면 출입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귀찮다고 소홀히 하면, 누군가의 잔소리를 듣게 된다. 입주민들이 서로서로 밤 경비를 서는 셈이다. 저녁시간에 가족 중 누가 늦게 오기라도 하며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출입문까지 내려가 문을 열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불안까지 잠가드립니다.(사진:Room76/shutterstock.com)

 

| 안전, 안전, 또 안전!

공동출입문에는 12가구의 주인 이름과 함께 가구별 벨이 부착되어 있다. 손님으로 오면 자기가 찾는 사람 이름 옆에 부착된 벨을 누르면 된다. 하지만 주인과 약속 없이 온 손님은 낯선 사람이나 잡상인으로 여겨져 벨을 눌러도 절대 열어주지 않는 것이 독일 사람의 정서이기도 하다.

빨래를 널기 위해 정원을 드나들 때도, 지하실 창고를 이용할 때도 각각의 출입문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늘 잠겨 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딸린 우체통 역시 개인 열쇠로 열고 닫는다. 열쇠를 이용해 우편함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정보가 타인에게 유출되지 않는다. 우체부는 모든 가정집의 우체통 열쇠를 허리춤에 끼고 다니며, 그 열쇠로 우편물을 넣어 둔다.

이런 안전관리는 일반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청을 포함한 관공서, 대학, 연구기관의 직원들은 작지만 개인 방을 모두 갖고 있다. 그들은 자기 사무실을 비울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도 문을 잠그고 다닌다. 자기가 맡은 정보를 타인에게 노출하거나, 잃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이런 사소한 일이 귀찮을 것 같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이미 습관이고 생활이다.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내겐 자물쇠를 갖고 다니며 열고 잠그는 일이 너무 귀찮았다. ‘낮인데 어때?’, ‘내 뒤에 누군가 또 드나들 텐데’하는 생각으로 신경 쓰지 않으면, 여지없이 독일 할머니들의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독일인에게 안전은 습관이고 생활이다.(사진:SARAYUTH INON/shutterstock.com)

 

| 어릴 때부터 체득하는 안전관리

독일인들의 유별난 안전 의식에 대해 ‘뭐 저렇게까지…’할 정도로 집착한다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으로 사고에 휘말리는 것보다 바람직하다는 건 자명하다.

이들의 철저함은 생활 곳곳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특히 육아부분에서 도드라진다.

독일인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보통 1년은 자녀들을 매일 교실까지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온다. 설사 5분 정도의 아주 가까운 거리라도 말이다. 가끔 이 역할을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는 부모도 있다.

엄마, 여기 집 앞인데…(사진:Lopolo/shutterstock.com)

솔직히 나는 이런 일이 귀찮았다. 하지만 안할 수도 없었다. 독일의 가을학기는 8월말에 시작되고 학교 수업은 아침 8시부터인데, 이 시기는 유독 흐린 날이 많고 이른 아침부터 비바람까지 몰아치는 경우도 잦다. 그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 혼자 학교에 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교 역시도 나몰라라 할 수 없었다. 혹시 외국인이라고 무슨 해코지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등교는 2년, 하교는 꼬박 4년간 아이들과 함께 했다.

놀 때도 마찬가지다. 독일 부모들은 절대 아이들끼리만 놀게 하지 않는다. 공원이나 놀이터를 봐도 보호자 없이 혼자 노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이 집에 와서 놀 땐 보호자가 집에 있어야 하고, 그 집이 아무리 코앞이라도 부모가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야 한다. 이를 상식으로 여긴다.(물론 이 경우는 초등학생에게만 해당한다.) 독일 부모들이 모두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외국인인 나도 (매우 번거롭지만) 그들 문화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공원 놀이터에서(사진: 시골교사)

집에 아이들만 있게 하지도 않는다. 이는 신고 대상이다. 그래서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 정도의 아이를 혼자 집에 둘 때는 반드시 베이비시터를 부르게 되어 있다.

 

| 안전에 대한 강박관념은 롤러스케이트와 안전띠 착용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참 아이들 사이에 롤러스케이트 붐이 일었었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친구들처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싶어 해서, 벼룩시장에서 롤러스케이트 두 벌을 샀다. 큰아이와 작은 아이는 벽을 붙잡고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타는 법을 혼자 배워갔다. 그런데 큰 아이 친구인 한나네는 시에서 운영하는 안전교실에 등록해서 한 달간 교육을 받은 후 타게 했다.

혼자 롤러스케이트 타는 법을 익히는 아이들(사진: 시골교사)

자동차 안전띠 착용도 유난하다. 뒷자리에 앉는 사람까지도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돼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다. 키가 작은 어린이는 자가용 보조의자를 이용해야 한다.

어떤 엄마는 아이들의 놀이터 모래의 위생상태를 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1년에 한번 시에서 모래검사를 통해 기생충 여부를 확인하고, 깨끗한 모래로 교체해 준다. 이래저래 생활 곳곳이 안전에 대한 염려로 똘똘 뭉쳐있는 것이다.

 

germany

자전거 면허증 들어보셨나요?

독일에서 자전거는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중요한 교통수단입니다. 매일 아침 7시가 넘으면 출근과 등교로 도로 양쪽의 자전거 길이 정신없이 밀리기 일쑤죠.

 자전거 생활화와 관련해선 인상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유치원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든 사람이 헬멧을 쓴다는 사실이죠.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점잖은 분이 양복에 헬멧까지 쓰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처음에는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어 굳이 저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죠. 하지만 어릴 때 받은 교육이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없는 그들의 습관으로 이어진데다, 작은 것에서부터 안전을 철저히 지켜가는 그들의 국민성의 반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 앞의 자전거 거치대(사진: 시골교사)

안전에 대한 의식과 자전거 교통질서의 확립은 초등학교 정규시간을 통해 형성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자전거 배우기가 수업주제로 등장하죠. 

자연시간을 이용해 자전거의 구조, 교통신호, 수신호, 법규 등을 이론으로 배우고, 그 이후에 자전거 면허장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힙니다. 어느 정도 수업이 진행되면 아이들은 자전거 실기시험을 치르고 자전거 면허를 따게 됩니다. 이 면허를 가졌을 때에만 아이들은 보호자 없이 자전거를 혼자 타고 다닐 수 있죠. 차도에 자동차와 자전거가 공존할 수 있는 교통문화는 이런 교육과 질서의식의 확립으로 가능해진 것이겠지요.

  시골교사의 독일유학 이야기 지난 5개월 간 연재했던 ‘독일교육 이야기’가 독일의 초‧중‧고를 통해 교육에 대한 독일의 기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면, 이번 시리즈에선 이를 한 꺼풀 더 벗겨낸다. 7년여의 독일 유학생활을 재해석해 알아보는 독일의 대학교육을 통해 독일 저력의 비밀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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