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게임, 미워도 관심 한 번’
‘청소년의 게임, 미워도 관심 한 번’
‘청소년의 게임, 미워도 관심 한 번’
2017.02.03 17:44 by 최현빈

‘엄크, 엄크!’

외계어같은 용어지만,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선 흔한 대화다. ‘엄크’는 ‘엄마 크리’의 줄임말. 쉽게 풀면, ‘몰래 방에서 게임을 하던 중 어머니가 갑자기 들이닥쳤다’라는 의미다.

모 사이트의 국어사전에도 등록돼 있다.(사진: 네이버 캡처)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다. 여가로 게임을 즐긴다는 청소년의 비율이 80%에 육박할 정도.(통계청·2015년) 어디든 청소년 5명이 모여 있으면, 그중 4명은 게임을 즐긴단 얘기다. 대부분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가 활동. 그러다보니, 청소년들, 특히 남학생들에게 게임은 최고의 단골 대화 주제다. 게임을 알지 못하면 간단한 대화조차 낄 수 없을 정도다.

이미지를 보고 괜시리 화가 치민다면 당신은 게이머!(사진: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많다. 특히 많은 학부모는 자녀와 게임을 두고 전쟁을 치른다. 부모들에게 게임은 학업으로부터 일탈을 조장하는 ‘주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와 같은 법안도 시행 중이다.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문제일까, 게임 자체가 잘못일까. 아니면 게임을 둘러싼 어른들의 판단이 잘못된 걸까.

지난 1월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는 <게임과 예술, 미래의 교육: 건전한 게임문화의 육성과 확산>을 주제로 한 미니 콘퍼런스가 열렸다. 넷마블게임즈가 주최하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토론에 참여해 게임에 대한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청소년과 어른이 한자리에 모인 콘퍼런스 현장

먼저 박근서(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의 기조발표로 본격적인 행사의 막이 올랐다. 발표 주제는 ‘게임과 예술, 그리고 교육’. 게임이란 무엇인지, 게임을 예술의 범주 안에 놓을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박 교수는 “규칙과 규범 대신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게임과 예술의 공통적인 면”이라며 “특히 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유명 ‘RPG’(Role Playing Game‧역할 수행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직접 해본 경험을 소개하며 기조발표를 마무리했다.

“제자의 캐릭터를 빌려 해봤어요. 매우 어려웠지만, 인상적인 부분도 많았죠. 특히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누군가는 적과 싸우며 경쟁하는 것을 즐겼고, 게임 내 커뮤니티 구축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었죠. 그저 게임 속 세계를 걷는 것이 좋아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도 있었고요.”

게임 속 세계를 여행하는 것 또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다.(사진: sea5112.tistory.com)

이어진 토론의 주제는 ‘건전한 게임문화의 육성과 확산’. 게임에 대한 현 인식, 정부와 게임 산업 당국의 문제, 게임에 순기능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이 진행을 맡았고, 넷마블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넷마블게임아카데미’를 1기를 수료한 김민식(16·제물포중), 조수인(18·상일미디어고), 정덕현(17·별가람중) 학생이 토론에 참여했다.

윤 회장이 “청소년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에선 게임을 문제로 꼽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묻자, 청소년들의 다양한 대답이 쏟아졌다.

김민식군은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연령등급이 매겨져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온라인 게임 대부분이 비속어 필터 기능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게임 내에선 이를 교묘하게 피해 욕설과 비방,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정덕현군은 어른들의 편견을 지적했다.

“학생들이 몰입이라 말하면 어른들은 무조건 중독이라 생각해요. 두 용어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원인은 어른들이 게임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에요. 학교에서 이뤄지는 게임에 대한 교육도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인데, 그럼 저흰 오히려 반발심이 생겨요”

정군은 이어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으며 가족과 학교, 게임 업계와 교육 당국이 함께 고민하고 도와야 해결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중인 학생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민식, 조수인, 정덕현 학생.

게임의 순기능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조수인양은 “게임은 가상의 세계에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도 다양하다”고 했다. 조 양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예로 들었다.

“게임 내에선 승리하기 위해선 팀원들과 다양한 전술을 논의해야 해요.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을 통해 팀-워크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조양은 이어 “청소년들에게 흥미를 끌도록 만들어지는 게 게임이기 때문에 어렵고 지루한 공부도 게임을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윤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용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답했다.

토론을 진행 중인 윤준희 회장

토론을 지켜본 학부모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서우미(37·서울 서대문구)씨는 “게임과 관련된 전문가의 강연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에 대해 단점만 언급한다는 부분이 특히 공감됐다”고 했다. 서씨는 이어 “게임을 마냥 못하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무작정 못하게 하기 보단 게임의 장점만을 취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콘퍼런스를 지켜보던 에디터도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PC방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이전. PC방에 갈 수 있는 날은 방학식, 생일 파티 등 특별한 날뿐이었지만, 그마저도 부모님의 성화가 심했다. 그저 ‘게임을 하고 싶다’고 떼를 쓸 줄 밖에 몰랐던 그때의 에디터와 부모님에게 정덕현군의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다.

“많은 부모님들은 저희가 게임 대신 공부만하길 원해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억지로 못하게 하면 부작용이 더 많아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 그것이 중독을 막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닐까요?”(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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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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