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동물원, IKSK가 만드는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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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동물원, IKSK가 만드는 세상은?
손끝의 동물원, IKSK가 만드는 세상은?
2017.02.24 13:40 by 최현빈

종이를 반으로 접고 선을 따라 오린다. 그리고 한두 번 정도 접어 디테일을 만든다. 기린 한 마리가 인사를 한다. 사자, 코끼리는 물론 물고기와 공룡도 뚝딱. 가위질과 손짓 몇 번에 눈앞에 작은 동물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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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 Animals in winter7

지구상 모든 동물이 모였다.

마법 같은 ‘금손’의 주인공은 IKSK디자인(이하 IKSK)의 김선경(33) 대표. 지난 15일, 서울시 중구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만난 김 대표는 친언니 인경(36)씨와 함께 페이퍼 아트 회사를 운영 중이다. 쉽게 말해 종이접기 디자이너. 지금까지 총 7권의 종이접기 책과 키트를 출간했다.

단순함은 IKSK 속 모든 동물의 공통점. 커다란 뿔을 가진 사슴도, 화려한 갈기를 가진 사자도 똑같다. 모든 모형의 기본은 데칼코마니처럼 종이를 반으로 접고 오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동물의 특징을 이루는 주름, 무늬, 뿔 등을 만드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자르고 접으면 동물이 완성된다.
3차원의 입체 풍경을 만들 수 있는 '풍경상자'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니 결과물도 명확했다. 누가 봐도 사슴, 누가 봐도 사자다. 우리가 동물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친숙한 이미지를 그대로 오려 만든 덕분이다.

종이접기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다. 어른들은 어렵다는 이유로, 손이 굳었다는 이유로 종이접기를 어색해한다. IKSK의 간단명료함은 어른들도 부담 없이 종이접기에 도전하게 만드는 무기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어린이를 위한 책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녀의 책을 고르러 온 부모들도 흥미를 보이더라”고 말했다.

김선경 IKSK 공동대표

김인경‧선경 자매는 프랑스에서 제품디자인을 공부했다. 디자인 전공자, 그것도 유학파인 이들이 종이접기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

“목재나 금속 같은 재료는 장비와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종이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선 두 가지만 있으면 돼요. 종이와 앉을 수 있는 자리요.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것이 종이의 가장 큰 매력이죠.”(김선경 대표)

자매가 처음 종이접기로 비즈니스를 시작한 건 지난 2011년, 프랑스에서 있을 때였다. 두 사람의 이름(인경, 선경)을 딴 회사를 설립하고, 동물원 속 동물들을 담은 종이접기 책 <Zoo in my hand>를 출간했다. 대학원 석사 과정 작품이자, 자매의 처녀작이다. 이후 2013년 청년사업사관학교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내에 상륙했다. 현재 김선경 대표는 신당동 작업실에서, 김인경 대표는 프랑스에서 각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소개된 IKSK의 작품.

동물원에서 시작한 첫 시리즈, 지금은 공룡, 바다 생물, 극지방 동물까지 식구가 크게 늘었다. 모든 시리즈는 독자가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설명과 재료 키트로 이뤄져 있다.

흥미로운 건 종이접기의 대상. IKSK에서 출간한 전 시리즈가 동물을 주제로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물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작품을 위해 동물을 공부하다 보니 놀랄 일이 많더라고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대부분이 멸종될 위험에 빠져 있었던 거죠.”

김선경 대표는 ‘고니’라는 새의 예를 들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백조라는 이름으로도 친숙한 이 새는 인지도에 비해 직접 보긴 쉽지 않단다. 천연기념물 제201호로 지정된 멸종위기 종이기 때문. 두 자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이들을 만들며 아름다움과 가치를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책 속의 종이 동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지난 1월엔 국립생태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동물을 담은 책 <사라져 가는 동물들>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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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과 함께 출간한 <사라져 가는 동물들>, 오른쪽은 검은머리갈매기.

IKSK의 제품은 해외에선 이미 유명하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은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캐나다, 중국, 태국까지 12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도서관, 갤러리, 호텔 등에선 출판된 책을 바탕으로 하는 아트 클래스도 열리고 있다.

국내에선 공식 홈페이지, 텐바이텐, 핫트랙스 같은 온라인 쇼핑몰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터, 언더스탠드에비뉴 워크숍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IKSK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에는 창작자의 마음이 투영된다고 믿는 김선경 대표. 오늘도 위기에 처한 동물을 한 땀 한 땀 빚어내는 이유다.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에요. 이렇게 만들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동물 백과사전처럼 전집을 내는 날도 오겠죠.(웃음)”

프랑스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나온 <mango edition pop-up book>

/사진: IKSK 제공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