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이카루스(Icarus)와 그의 아버지 데이달루스(Daedalus)가 등장한다. 손재주가 좋은 장인인 데이달루스는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드는데 이 날개는 워낙 예민했다. 날개를 만든 그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태양 가까이 날면 날개가 탈 것이고, 바다에 가까이 날면 풀이 녹을테니 주의해라'라는 충고를 하지만, 하늘을 날아보는 느낌에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이카루스는 과욕을 부려 하늘 높이 올라갔고, 결국 바다에 추락했다.
하늘을 날았으나 과욕으로 인해 자신의 이름을 딴 이카리아 바다에 추락한 비운의 인물. 이카루스는 인간의 욕심과 그런 인간의 추락을 상징하게 되었다.
이카루스는 추락과 욕심의 상징이자 비행의 상징이다. 인간이 하늘을 탐내왔던 역사 역시 욕심과 추락으로 가득했다. 사실 이카루스의 행동은 욕망을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도전이라는 글자 앞에 ‘무모한’이 슬쩍 지워진 듯한 느낌이 들지만, 무모한 도전 정신의 결과는 ‘비행’이었다.
100년, 인류가 날아온 시간
욕망으로 시작된 무모한 도전의 결과가 추락이라면, 비행은 어리석음의 상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막말로 자살행위일 뿐. 하지만 지금은 추락이 뉴스인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색함 없이 비행기에 탑승하고, 여행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는 것은 더 이상 사활을 건 도전이 아니게 되었다. ‘높이 날고 싶다’는 무모한 발상이 편리하고 당연하게 된 것이다.
인류의 첫 비행이라 하면 라이트 형제를 떠올린다. 이들이 만든 것은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진 1인용 ‘비행체’. 이 비행체는 12초간 약 35미터를 날았는데, 지금의 비행기들이 음속을 논하고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는 거리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이 1903년도에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시여기는 시대까지 오는데 10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게 가능하기는 한가?’라는 생각이 100년 전의 인류가 하던 생각이라면, 지금의 비행의 발전 정도와 새롭게 발전하는 속도는 모두 놀라울 정도다.
공돌이의 노트 #1
라이트 형제 이전에도 글라이더 등을 타고 하늘을 비행한 사람은 있었다. 단, 최초의 지속 가능한 동력 비행을 했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비행의 시초로 인정받고 있다.
비행은 그 어떤 분야보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큰 폭으로 발전한 기술이다. 오늘날 이카루스가 비행의 상징이 된 것을 보면, 그가 상징하던 단어 주변에는 암묵적인 수식어를 붙여줄 수 있다.
(과거 신의 공간이었던 하늘을 감히 꿈꾸는) 욕망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무모함
추락 (에 굴하지 않는 의지)
위 세 단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나타내지만, 다시 보면 그러한 어리석음이 자연을 정복시킨 ‘위대함’이라는 거만한 방법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이카루스가 비행의 상징이 된 것은 어쩌면 ‘은근히’ 자랑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잔머리의 향연, 비행 속 다양한 이야기
1900년대를 기점으로 인류는 전체 역사에서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기록했다 한다. 비행 역시 1903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이는 인간의 고속 발전 시기를 함께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비행의 역사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 삶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녹아들게 되었다. 물론 1900년대 초반에는 전쟁과 함께 빠르게 발전했던 면이 있기에 공학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 비행이 스며들며 이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여행을 위해 타는 것이다 보니 우리의 지갑 사정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고, 안타까운 사고를 경험하면서 사람의 피로와 실수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비행을 찾는 일, 그리고 비행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는 일은 의외로 쉽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인류의 천재적 발상, 혹은 잔머리에 감탄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비행기를 보고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비단 공학적인 ‘테크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행은 사람들의 고뇌와 경험, 잔머리, 욕망의 집약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비행기를 들여다보면 여기저기서 재밌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비행 속에는 항해 역사의 흔적부터 오늘날 유가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숨어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것들도 있고, 공학도들만 이해하는 어려운 표현 뒤에 숨어있어 관심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인을 소개할 때 ‘김치’로 시작하면 식상하다고 했던가. 비행기를 소개할 때 ‘양력’ 대신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항상 뭔가에 푹 빠져 사는 스타일. 중학생 시절 비행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항공우주공학과까지 재학 중이다. 비행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