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아닌 경험을 팝니다, 고프로
제품 아닌 경험을 팝니다, 고프로
2017.03.13 18:28 by 쉬운 남자

“아, 고프로네요?”

가장 강력한 브랜드는 브랜드의 이름과 브랜드 카테고리의 이름이 동일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어로 ‘진공 청소기로 청소하다’라는 뜻까지 만들어낸 후버 청소기, 3M의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잇, 그리고 유한킴벌리의 크리넥스 등이 있죠. 이런 경우, 당연히 경쟁사에 비하여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여줍니다.

 

 

오늘 살펴 볼 고프로(Gopro) 역시 액션캠이라 불리는 소형 캠코더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브랜드입니다. 도대체 고프로가 어떤 것이기에 이렇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었을까요?

고프로의 창업자 닉 우드만은 올해 42세의 젊은 백만장자다.(사진: monsterdesign.tistory.com)

고프로의 정신, 창업자 닉 우드만

새로 생긴 벤처느낌이 드는 고프로지만, 사실 벌써 설립 15년차를 맞은 중견기업입니다. 지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했죠. 세계 여러 유명 브랜드들이 재미있는 탄생 비화를 가지고 있듯, 고프로 역시 꽤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프로의 CEO인 닉 우드만(Nick Woodman)은 1975년생으로, 투자은행을 운영했던 아버지 덕분에 부족함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이러한 가정 환경은 그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 그가 ‘삶을 즐길 줄 아는 청년’으로 자랄 수 있게 합니다.

어느 날, 그는 고등학교 재학 중 서핑을 접하게 되는데, 그 이후 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져 당시 배우고 있던 미식 축구도 그만두게 됩니다. 닉 우드만의 아버지는 그가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가가 되기를 바랐지만, 바람과는 달리 언제나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바다 근처 UC샌디에이고로 진학했고, 시각 예술과 문예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닉 우드만은 대학 졸업 후 두 차례 창업에 도전합니다. 특히 두 번째로 창업했던 온라인 게임 회사 ‘펀버그(Funbug)’는 온라인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을 등에 업고 벤처캐피털을 통해 390만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닷컴 버블을 맞이하면서, 그의 사업도 버블 속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지금보다 투박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고프로의 2007년 제품 HERO 3(사진: technabob.com)

연이은 사업 실패 후 침울한 감정에 빠져있던 닉 우드만은 기분 전환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납니다. 서핑 마니아답게 그는 인도네시아의 해변을 찾아가 서핑을 즐기게 되었는데, 그때 방수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서핑하는 모습을 촬영합니다. 이 영상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보여주자 그의 영상에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고 여기서 그는 액션카메라의 사업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년간의 노력 끝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고프로라는 제품을 시장에 선보입니다.

기술력도, 시장의 트렌드도 아닌 지극히 자신의 경험에만 집중한 닉 우드만의 관점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제품인 고프로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고프로를 통해 보여준 그의 경험과 감정에 공감했고, 이는 곧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로 나타납니다.

 

 

고객 경험의 끝판왕,  레드불과 함께 했던 우주 낙하 프로젝트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자

고프로는 서비스나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경험을 팔아야 한다’는 최근 마케팅 트렌드를 정석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입니다.  고프로는 제품에서 태어난, 혹은 기술에서 시작된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경험하고 바라보는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으로서, 브랜드를 고객 경험의 관점으로 성장시키는 하나의 청사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관점의 반영일까요? 고프로는 자신들의 방향성을 스포츠 전문 미디어로 정의하고, 자사의 제품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임을 시장에 주지시켰습니다.

이런 고객 경험의 측면에서, 고프로는 또 다른 흥미로운 특징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3년 만에 미국 시장에 공개된 가전제품업체였다는 점입니다(2014년, 나스닥 상장). 제품과 기술에 대한 준비 없이 훌륭한 고객 경험을 구축하기 힘들단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고프로의 꾸준한 한계

하지만 이러한 고프로에게도 한계점은 있습니다. 고프로가 시장에 공개됐을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부분이며, 어쩌면 가능성보다 더 명확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1. 시장의 크기

고프로가 속한 시장은 결국 소형 카메라입니다. 카메라 시장에서도 작은 카테고리의 불과한 시장으로 성장에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죠. 향후 열성적인 다이버와 스키 팬들 외의 추가적인 관심을 얻지 못하면, 성장에 제동이 걸리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2. 치열한 경쟁

카메라 시장은 이미 수십년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업체가 즐비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더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중국기업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역시 새로운 경쟁자 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부딪혀 나갈 무수히 많은 경쟁자들, 그리고 이 경쟁자들이 만들어내는 공급 과잉이 고프로의 앞날에 끼어있는 두 번째 먹구름입니다.

3. 기술력

또한 고프로의 기술력 역시 시장에 많은 물음표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액션캠이라는 시장을 만들어낸 선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에 비해 기술력이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실례로, 기술 관련 특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2015년 1월에는 애플이 웨어러블 카메라 관련 특허를 취득하자, 고프로의 주가가 전날 대비 15% 하락한 일도 있었습니다. 제품을 직접 생산해내는 기업인만큼 이러한 기술력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고프로에게 발생할 위기는 적지 않을 것입니다.

 

 

 

고프로의 드론 ‘카르마(Karma)’의 리콜을 불러온 사고 관련 영상

2014년 상장 이후 고프로에겐 그다지 좋은 뉴스가 생기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12월엔 고프로가 다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드론 카르마가 비행 중 전원이 꺼지는 문제로 전량 리콜되는 비보가 전해지기도 했죠. 과연 고프로는 시장의 우려를 걷어내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로 쭉쭉 나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예상치도 못한 가치를 발견해주었던 고프로였기에, 다시 한번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도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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