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은 왜 시한부 선고를 받았나
스타킹은 왜 시한부 선고를 받았나
2017.03.14 16:08 by 정원우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돌아다닌 날. 어제가 그랬다. 꽃샘추위에 바람은 쌩쌩 부는데, 내 몸만 벌써 여름인 것 마냥 땀을 줄줄 흘렸다.

가까스로 일을 마무리하고 자리에 앉아보니, 발에서 신호가 온다. 신발을 벗으니 발가락 하나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너무 뛰어다녀 양말에 구멍이 나버린 거다. 열심히 일했다는 훈장쯤으로 합리화하며 신발에 우겨넣는다. 신발이 가려주면 나만 아는 은밀한 비밀이 된다.

그런데 여성들의 스타킹이라면? 스타킹은 올이 잘 나간다. 의자에 있는 자그마한 돌기에도, 책상 모서리에도, 혹은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나가고 만다. 가려지지 않는 부위에 올이 나간 여성들의 난감한 표정을 몇 번 마주한 적이 있다. 그저 민망하려니 했을 뿐, 그 마음을 완전히 헤아릴 순 없었는데 막상 내가 그런 상황이 되니 문득 그녀들의 심정을 알 것도 같다.

(출처: shutterstock.com / Matusciac Alexandru)

‘스타킹’하면 여성들이 애용하는 그것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스타킹은 4세기 남성 성직자들이 입던,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가죽 덮개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여성들은 맨 발을 밖에 내놓는 것이 금기시됐었기 때문에, 두툼한 양말을 신고 다녔다. 그러고 보면, 과거 여성들에겐 참 금지되었던 것도 많다.

여성들의 스타킹 착용이 허용된 것은 14세기부터다. 당시의 스타킹은 실크 재질로 직조되어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다.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이 착용한 것은 한 켤레 당 약 100루블로, 지금의 우리 돈으로 120-160만원 정도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크 스타킹을 선물 받고 난 뒤, 평생을 실크 스타킹만 신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쯤 되니, 스타킹은 상류층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일반 여성들이 신기 시작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였다. 1589년 영국의 윌리엄 리 목사가 양말 짜는 기계를 발명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스타킹을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킹이라는 용어는 ‘소매’라는 뜻의 스토쿠(Stocu)에서 변형되었다고 한다.

(출처: shutterstock.com / Morphart Creation)

하지만 당시의 스타킹이 현재의 그 모습은 아니다. 당시에도 그저 발목이 긴 양말의 형태였다. 현재의 스타킹 모습을 갖춘 것은 한참 지나서인 1940년이다. 1938년 듀폰 사의 천재 과학자 캐러더스는 ‘나일론’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게 된다. 줄리언 힐이라는 연구원이 병 속에 들어있는 폴리에스테르를 유리막대로 찍어 길게 뽑아내는 장난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개발된 나일론이 상용화되기도 전에, 개발자 캐러더스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마감했다. 나일론이 접목된 스타킹이 뉴욕에서 처음 발견된 건 그로부터 2년 후다.

나일론 스타킹은 사실 실크 스타킹보다 훨씬 비쌌다. 그럼에도 출시 첫 날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의 나일론은 차도 끌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사실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실제로도 낙하산, 텐트 등에 사용될 정도로 튼튼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 번 구매한 스타킹을 오래 신을 수 있었고, 재구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의 스타킹은 그 견고함을 낮추기 위해 다른 재질과 섞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견고함을 낮추려는 노력이라니, 스타킹 올이 나가 스트레스 받았던 여성이라면 대노할 법한 얘기다. 양말에 났던 구멍으로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는 하루다.

(출처: shutterstock.com / JPC-PR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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