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사드 보복, 교민 신변 안전은 “네가 알아서?”
계속되는 사드 보복, 교민 신변 안전은 “네가 알아서?”
계속되는 사드 보복, 교민 신변 안전은 “네가 알아서?”
2017.03.17 10:37 by 제인린(Jane lin)

최근 일부 국내 뉴스에선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현지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중국인들의 비이성적이고 무분별한 혐오 감정 탓에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실정을 알아보겠습니다.

(사진:ImageFlow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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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최근 주중 교민이 찾는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은) 더 이상 대국이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이 하나 게재됐습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계속되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정책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역사를 이어오던 한중 양국 간에 중국은 언제나 ‘대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오길 원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상을 ‘소국’ 또는 오랑캐로 지칭했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죠. 자신을 지칭하는 ‘중심’을 제외한 모든 것은 ‘외부 세계’이자, 배척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그랬던 중국이 지금 각종 치졸한 보복 정책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는 목소리가 교민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계형 사업을 지속하던 상당수 영세 업체 관련 한국인 종사자들은 “아무리 중국의 보복성 정책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중국 시장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비중은 막강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일부 한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중국발 사드 보복 정책이 한풀 꺾였다’는 기사와 달리, 현지에서 체감하는 반한 정서는 여전히 고조된 상황인데요. 중국에서 생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수만 명의 교민들은 차가운 시선과 냉대 속에서 철저한 ‘외부인’으로 대우받으며 신변 안전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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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필자는 중국에서 생산된 중국산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휴대폰은 구매 당시부터 인터넷의 기본 페이지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로 설정하도록 지정돼 있는데, 이 때문인지 매일 아침 일어나 확인하는 첫 인터넷 뉴스는 중국 발 기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 기사와 SNS 핫뉴스의 상당수는 ‘반한’,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내용을 담은 것이 대부분인데요.

실제로 지난 13일 중국에 소재한 한 롯데마트 내에서 진열대에 놓인 제품을 훼손, 계산하지 않은 제품 포장물을 뜯어 몰래 먹거나 발로 짓밟는 행위 등이 담긴 영상물이 공유됐습니다. 14일 오전에 게재된 영상물 속에서는 한 쌍의 남녀가 한국산 브랜드 화장품 상점에서 화장품 시연을 받는 여성을 향해 “너는 애국이 무엇인지도 모르냐”며 삿대질을 하고, 이를 제지하는 해당 매장 직원에게는 “한국 업체에서 일하는 중국인이냐. 정신 차려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한국에서도 이미 큰 유명세를 얻은 것으로 알려진 왕홍(網紅) 중 한 여성은 자신의 인터넷 생방송 채널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산 제품을 모두 버릴 것이다”라며 “한국 화장품을 팔아준 최대 고객인 중국에게 사드를 들이대는 것은 개가 밥을 얻어먹고는 밥 주는 주인을 물려고 대드는 상황과 유사하다”며 힐난의 수위를 높인 바 있습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 등재된 ‘반한감정’에 대한 설명 (사진: 바이두 백과사전)

급기야 최근 중국 온라인에는 ‘반한망(反韩網, http://www.fanhanbbs.com)’이라는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무조건적인 반한 감정을 표출하려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한국인과 한국 기업, 한국 정부를 죽이자’는 선동적인 문구를 남발했죠. 해당 사이트는 15일 현재 폐쇄 조치된 상태지만, 그 동안 해당 사이트를 통해 만들어진 각종 욕설과 한국인 비하의 내용이 담긴 영상물, 사진 등은 여전히 온라인을 통해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한망’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공유됐던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사진 (사진:반한망(反韩網))

이와 함께 최근에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반한감정(反韩情绪)’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해당 사이트 ‘백과사전(百科事典)’에 등재됐습니다. 이들이 정의한 반한 감정의 의미에 따르면 ‘한국 관련한 사물에 대한 불신, 반감, 경계, 경멸 등의 감정을 갖는 모든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반한 감정의 역사적인 실례로 ‘고구려 역사를 한국사라고 주장하며 중국의 상당부 영토를 한국 땅으로 주장, 중국인들에게 혐오의 감정을 심어줬으며 한 때는 침략을 야기하거나 중국에 대한 비난을 조장하는 등의 사례는 반한 감정과 혐한 세력이 끊임없이 자라나는 원인이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또한 해당 단어의 발생 경위에 대해서는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사드 체계 배치(韩国同意在半岛部署萨德反导系统)’라고 덧붙였죠.

‘반한감정’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백과사전에 등장하는 등의 사례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이용하는 최대 규모의 포털 사이트에서 이들이 ‘반한’, ‘혐한’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대목입니다.

그런데 반한 감정에 대한 현지인들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국에서 발송되는 EMS 우체국 택배와 물품 일체는 중국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100% 반송 되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죠.

중국에 거주하는 상당수 한국 엄마들이 영·유아 자녀의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위생용품을 한국에서 구매, 주문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악용해 한국에서 배송되는 모든 용품의 통관을 100% 저지토록 하는 방침이 세관부에 내려졌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민 A씨는 지난 14일 세관부서를 방문해 통관되지 않은 배송 물품을 찾아오려고 시도했습니다. 평소에는 일부 고가의 물품에 대해서만 통관세 개념으로 배송 물품 금액의 30%에 해당하는 세관비용을 내면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중국인 세관 직원은 “한국에서 오는 제품은 그 목적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100% 반송하도록 한 것이 지침”이라며 집으로 돌아가라는 답변만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물건을 저당 잡았던 세관원은 A씨에게 “구매 물품 영수증이 있는 경우에도 하나부터 열까지 실제 영수증과 대조 후에 꼬투리를 잡아서 반송할 것이다.”라며, “국가가 시킨 일이니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보이지 않는 반한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고 힐난하듯 설명했다고 전해집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보낸 ems 택배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 배송 현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일관된 설명입니다. (사진:http://www.bj-cnpl.com/)

또, 한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베이징 소재 유치원과 사설 학원 버스 등은 경비실에서 아파트 내 진입 자체를 막는 탓에, 나이 어린 원생들과 학생들이 아파트 밖에서 내려야 하는 불편을 겪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금껏 한류 열풍 덕분에 큰 호응을 얻었던 중국 내 유수의 대학교, 그리고 사설 어학당 등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학과를 찾는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사이 중국 내에는 크고 작은 대학마다 빼놓지 않고 한국어 학과가 개설돼 운영되었고, 한국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어학당에서는 매년 4~5차례 장단기 어학연수, 교환학생 파견 프로그램이 진행 되었습니다. 한국행 유학의 경우 일본, 미국 또는 유럽 일대로의 유학과 비교해 가격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기에, 중국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죠.

‘반한’이 곧 ‘애국’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도적인 혐한 감정 부추기기에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과 현지에서 이 모든 상황을 겪어나가야 하는 교민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 등이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그런데 최근 사드 문제로 양국 국민간이 감정이 크게 상하면서, 한국어과를 찾는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각 대학별로 연평균 최대 200여명에 달했던 신입생 수가 3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과 재학생 가운데 일부는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사드로 빚어진 반한 감정은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여전히 고조된 상태입니다. 주중 교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언론의 ‘반한 감정 한 풀 꺾여’라는 내용의 보도는 그저 ‘소망’ 또는 ‘기대’를 적은 것은 아니냐는 힐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중 한국 정부 측은 ‘교민안전신변주의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했을 뿐, 뚜렷한 신변 보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변안전 주의보에 공고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인이 많은 장소를 찾지 말 것 △중국인과 사드 관련 논쟁을 벌이지 말 것 △유흥업소 등 위험 지역을 찾지 말 것 △외출 시 2명 이상 동행할 것 △외부 활동 시 목적지를 지인에게 통보하고 이동할 것 등을 당부하고 있는데요. 중국 내 한국 정부 관계자들 역시 현지 상황이 크게 악화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신변 안전 주의문 어디에도 재중 한국 교민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정부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뚜렷한 대응책과 향후 전망 등은 찾아 볼 수 없는데요.

중국 내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의 수가 어림짐작해도 3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만 명의 교민 안전에 손 놓고 있는 정부 대책 탓에 교민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더 움츠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교민들 중 상당수는 지난 1990년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고국을 떠나 중국에 새로운 터전을 일군 영세 규모의 상인들입니다. 외환위기를 겪었을 당시에도 정부의 우매한 결정과 정책으로 무고한 국민들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죠. 중국 시장은 이런 수백만 명의 교민들이 해외에서 어렵게 일군 터전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또 다른 정책 결정 탓에 생활터전을 잃고 상심에 빠진 교민들을 보고 있자니, 무능한 정부에 대한 큰 실망감을 느낍니다.

특히 신변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 조치도 하지 않는 주중 한국 정부로 인해, 오히려 교민들 사이에서는 이웃한 교민들끼리 서로의 목적지를 확인하고 동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무대응’, ‘무보호’ 일관 정책에 한숨 쉬는 이들의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지난해 중순 사드 문제와 관련, 중국 정부의 한류 통제 정책과 교민 신변 안전을 위협했던 무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때의 정부 역시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것과 매우 흡사할 뿐 아니라, 한 치의 발전도 없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실망이 배가 됩니다. 당시에도 교민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우리말을 사용치 말고 조용히 지내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된 바 있었죠.

수개월 전부터 아무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우리 정부로 인해 더욱 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교민들의 삶이 어서 나아지는 시기가 도래하길 바랍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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