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인테리어 브랜드 ‘한샘’이 새봄을 맞아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침대맞춤법’이라는 콘셉트의 광고인데, 우선 광고부터 보시죠.
이 광고는 현재 침대 시장과 관련한 몇 가지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와 맞물려있기에 눈여겨 볼 만합니다. 그 관전 포인트란 무엇일까요.
1)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그리고 과학도 아니다
침대 시장의 절대 강자, 에이스 침대. 에이스 침대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라는 카피로 대한민국 광고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브랜드죠.
에이스 침대는 소위 ‘국민 카피’의 힘으로 9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내 침대 시장 1위를 튼튼히 지켜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가구 트렌드는 바뀌고 있습니다. 저렴한 침대 가격, 그리고 짧아진 사용 기간으로 침대 시장이 변하고 있는 것이죠. 쉽게 말해, 부담스럽게 과학적인 침대까지는 필요 없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에이스 침대는 지난 2013년, 매출액이 약 200억 정도 하락할 정도의 위기를 겪기도 했죠.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카피를 부랴부랴 바꾸게 된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에이스 침대마저 휘청거리게 한 시장의 변화, 과연 한샘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요? 침대맞춤법 광고가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2) 한샘, 침대 광고의 문법을 깨다
최근, 침대 브랜드 중 급격하게 인지도가 상승한 브랜드는 일룸입니다. 일룸은 광고 모델로 배우 공유를 기용하고, 공유가 출연한 드라마 <도깨비>에 PPL로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침대 브랜드는 역시 모델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룸 외에도 에이스침대(지성-이보영), 과거의 한샘(전지현)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샘의 ‘침대맞춤법’은 실제로 한샘 침대를 사용하는 일반인 부부를 모델로 했습니다. 광고 모델을 통해 브랜드를 고급스럽게 전달하기보단 일반인 부부를 통해 더욱 현실감 있는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전략이죠.
이는 분명 파격적인 접근입니다. 일룸의 사례를 통해 광고 모델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은 지금의 상황에선 더더욱 말이죠.
3) 침대맞춤법, 과연 차별화할 수 있을까?
침대맞춤법 광고는 기능성 광고에 가까운 내용으로 브랜드 이미지보다 제품의 기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가장 큰 걱정거리가 숨어있죠. 기능에 집중했지만, 그 기능이 아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샘이 제공하는 침대는 완전한 맞춤제작이 아니기에, 결국 기존 한샘 라인에서 찾아야 하며, 이런 방식이 전혀 새로운 시도라곤 볼 수 없습니다. 에이스 침대가 이미 2008년부터 ‘더 슬립’이라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침대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었죠. 다른 브랜드에서도 얼마든지 유사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란 뜻입니다. 한샘의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그렇게 특별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마케팅에선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침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비싼 가격 때문에 심사숙고해서 구매해야 할 제품이기에 이러한 접근이 얼마나 유효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샘 역시 국내 가구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브랜드이죠. 한샘만의 해법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 침대맞춤법의 광고가 좋은 광고다, 나쁜 광고다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감한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와 시장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에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침대맞춤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든지, 그 결과는 앞으로 침대 시장에 꽤 재미있는 화두를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