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흐르는 골목
다양성이 흐르는 골목
2017.03.29 18:11 by ComeUp 컴업

"베톤부르가 위치한 이 골목이 더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대중이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주말에 이태원에 놀러 나오는 사람들만이라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더라고요. 어쩌다 여길 지나가게 된 사람이 자연스레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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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주류인 이유, 비주류가 비주류인 이유는 뭘까. 비주류가 주류만큼 재미있지 않아서? 퀄리티가 높지 않아서? 특별한 무언가가 없어서? 이태원 클럽 Beton Brut Seoul(이하 베톤부르)을 이끌고 있는 DJ QNA의 생각은 이들과 조금 다르다. “다양하게 접할 기회가 있어야 이런 음악도 좋구나, 내가 이런 걸 좋아할 수 있구나를 알잖아요. 어릴 때부터 획일화된 문화만 접하니 다양성을 경험할 기회가 아예 없죠.”

주류는 다시 주류로, 비주류는 다시 비주류로 답습하게 만드는 오늘날의 사회 시스템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기대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베톤부르는 이태원의 작은 골목부터 그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 주류, 비주류 경계 없이 다양한 음악이 흐르는 골목, 음악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즐기며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골목. 베톤부르의 시작이자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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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습니다. 베톤부르 이야기에 앞서 대표님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DJ로도 활동 중이라고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베톤부르를 운영하고 있는 QNA라고 합니다. 제 본명 김균하를 소리나는대로 적은건데 사실 이름을 많이 바꿨어요. (웃음) Monster Zeppelin, MZ, Soulite MZ, Masstige sounZ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구요, 지금도 베이스뮤직을 콘셉트로 하는 베톤부르 룸2에서 플레잉할 땐 Monster Zeppelin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홍대, 강남, 이태원 등지의 여러 클럽에서 레지던트 DJ, 뮤직 디렉터로 있었고, 베뉴를 맡아서 운영한 적도 있어요. 베톤부르를 운영하기 직전까지도 여러 곳에서 DJ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베톤부르에 집중해서 외부 활동은 안하고 있는 편이에요.

Q. DJ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일단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특히, 아버지께서 음반 가게를 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저한테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음반 가게를 정리하게 됐는데, 가게가 폐업하면 굉장히 많은 재고가 남잖아요. 남은 CD가 고스란히 다 집으로 오게 됐죠. (웃음) 그러면서 집에 음악방까지 따로 생겼어요. 부모님께서도 두 분 다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셨고요. 아버지께서는 음반 수집을 하셨고 어머니께서도 피아노를 치셨어요. 개인적으로 저한테 굉장히 좋은 환경이었죠.

다양한 음악을 듣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힙합, 록, 전자음악을 찾아 들었어요. 그때부터 CD나 음원도 엄청 모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특히, 뭔가 색다르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많이 선호했어요. 그런 음악을 한 CD에 담아서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기도 했고요. CD를 받은 친구가 처음 듣는 음악인데 너무 좋다고 할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 해외에 거주하다 한국에 와서 한국말이 조금 서툴렀어요. 그래서 많은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았는데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런 걸 시작한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교 졸업 직후에는 동네 조그마한 바에서 제가 구운 CD로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고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물론, 지금처럼 믹싱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디제잉으로 관심이 넓혀진 거죠.

 

아버지께서 음반 가게를 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저한테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음반 가게를 정리하게 됐는데, CD재고가 고스란히 다 집으로 오게 됐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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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DJ로 활동하다 직접 베톤부르라는 베뉴까지 열게 된 거네요. 베뉴 운영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이전에 여러 베뉴를 맡아 운영하면서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그 외 다양한 부분에서도 늘 아쉬움이 많았죠. 더 늦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공간,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획부터 인테리어, 조명, 음향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하려고 노력했어요. 또, 베톤부르가 자리한 이 곳에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런 골목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현재 베톤부르는 테크노와 베이스 뮤직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베톤부르 주변에 다른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Q. 혼자 준비한 만큼 준비 기간도 길었을 것 같아요.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좀 들려주세요.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공사를 마무리하기까지 약 3~4년 정도 걸렸어요. 룸1, 룸2 모두 지금처럼 트여 있던 공간이 아니라 더 작은방으로 나누어져 있었거든요. 작업실로 쓰던 방 하나를 처음 계약할 때부터 지금의 베톤부르 같은 베뉴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방이 모두 한 번에 빠지지 않으니까 (웃음) 다 계약하기까지 시간이 진짜 오래 걸렸어요. 방이 빠질 때마다 하나씩 계약을 해서 공간이 완성됐어요.

공사기간은 2개월 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근데 중요한 건 오픈한 지 대략 6~7개월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공사가 끊이질 않네요. 사실 공사라기보다는 DJ와 관객들에게 더 좋은 공간, 더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하는 거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몸은 힘들지만, 아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만족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Q. 룸1은 테크노, 룸2는 베이스 뮤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음악은 왜 이 두 장르를 선택하게 됐나요?

저 같이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왔을 때 하나라도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또,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더라도 취향에 맞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장르는 다양한 전자음악들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장르로 추린 거예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공간에 자리를 잡을 때 이쪽 클럽 골목이 더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이 부근에서 다루지 않는 장르로 선택하려 했어요. 한동안은 룸1은 하우스와 디스코를, 룸2는 올드스쿨 힙합과 알앤비를 중심으로 운영했는데 이 장르들도 물론 너무 좋았지만, 역시나 제가 더 좋아하고 더 하고 싶은 걸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야 더 열정적으로, 더 잘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어요.

 

베톤부르가 자리한 이 곳에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런 골목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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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룸1, 룸2에서 정기적으로 진행 중인 파티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세요. 정기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팀들은 어떻게 섭외하게 됐나요?

음악도 물론 좋아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함께하는 DJ 동료들이나 팀은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고, 제 나름대로 신중하게 보면서 꾸렸어요. 중간에 다른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연이 안된 경우도 있고요. 외부 팀의 개념이 아니라 베톤부르와 함께 뭔가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팀이다 보니 더 긴밀하게 콘텐츠도 상의하고 색도 맞출 수 있어요.

 

룸1의 파티 프로그램.

 

룸1의 파티 프로그램.

Q. 내한 파티도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줄리엣 폭스, 본다7이 베톤부르를 통해 내한했는데, 앞으로 내한이 예정된 또 다른 DJ가 있나요?

지금까지는 테크노 중에서도 약간은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너무 어렵지 않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위주로 섭외했어요. 테크노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쪽 장르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즐길 수 있게요. 그런데 일단은 해외 DJ를 소개하는 것보다 로컬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로컬 아티스트가 더 어필되는 콘텐츠로 방향을 찾아가려고 해요. 그래도 내한 파티는 교류차원에서 틈틈이 이어나갈 계획이에요.

Q. 한국 클럽/파티 씬, 음악 씬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생각이 있다면요?

테크노뿐만 아니라 소위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나 플랫폼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관심 있는 사람이 찾아서 들을 수 있는 곳이야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음악들이 일반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형 음원 서비스 같은 경우는 장르가 한 쪽으로 다 치우쳐져 있잖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안타까워요. 어떻게 보면 돈 되는 걸 하는 게 맞긴 하죠.

이윤을 추구하는 큰 기업에서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니까요. 그래도 돈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이윤을 창출했으면 새로운 것도 해보고 실험적인 것도 하면서 콘텐츠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접할 수가 있어야 ‘아 이런 음악도 좋구나, 내가 이런 걸 좋아할 수 있구나’를 알잖아요. 사실 이건 음악뿐 아니라 문화 전반이 그런 게 많아요. 어릴 때부터 획일화된 문화만 접하다 보니 다양성을 경험할 기회 자체가 아예 없죠. 그러다 보니 클럽 씬, 파티씬도 더 발전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요.

 

테크노뿐만 아니라 소위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나 플랫폼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대형 음원 서비스 같은 경우는 장르가 한 쪽으로 다 치우쳐져 있잖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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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베톤부르는 앞으로 어떤 베뉴로 자리매김하고 싶나요? 앞으로의 방향성, 최종 목표가 있다면요?

저는 성별, 성 지향성, 나이, 인종 등 모든 걸 떠나서 사람은 다 평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음악 앞에서는 더 더욱 평등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누구나 즐길 수 있잖아요. 베톤부르도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누구든 혼자 와도 음악에 집중해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 음악 속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즐기는 그런 공간. 그거 하나에요. 베뉴를 꼭 이태원에 하고 싶었던 이유도 같아요. 여기는 모든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특히 이 골목에는 LGBT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섞여 있잖아요. 누구든 와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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