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숲, 윤아 숲, 하정우 숲…연예인 숲 어디까지 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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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숲, 윤아 숲, 하정우 숲…연예인 숲 어디까지 가봤니?
2014.10.16 15:41 by 더퍼스트미디어
 

트리플래닛의 연예인 숲을 진단하다  

강남 늘벗 근린공원 안에 위치한 스타숲. 팻말에 설치된 QR코드를 통해 기부에 참여한 팬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_허미영 작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강남구의 ‘늘벗 근린공원’, 여의도 윤중로 등에 스타 숲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 2년이 흘렀다. ‘스타 숲 프로젝트’는 특정 연예인의 팬클럽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이를 기부해 숲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2년부터 시작해 서울에 27개, 해외까지 합치면 34개의 스타 숲이 생겼다. 이를 통해 서울에 심어진 나무 수만 1만 3,000그루. 스타 숲이하나 생길 때마다, 약 480그루의 나무가 새로 심어진 셈이다.

  | 스타 숲, 왜 만들어질까  

스타 숲 프로젝트를 대행하는 곳은 소셜 벤처기업 ‘트리플래닛’. 트리플래닛은 온라인 게임에서 가상 나무를 키우면 실제 나무를 심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김소희 트리플래닛 연구원은 “사람들이 나무 심기에 참여하는 방법이 제한적이어서 쉽고 즐거운 방법을 고민하다가 스타 숲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동방신기 나무’, ‘신화 나무’ 등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무에 이름을 짓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 일부 연예인 팬클럽의 그릇된 팬심(心)은 이미 도마 위에 올라 있었다. 스타의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명품 의류나 가방, 가전제품 등 수백만 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선물을 하는 ‘조공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스타 숲 프로젝트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응원하면서, 세상을 이롭게도 할 수 있는 활동”이라며 “이를 통해 팬덤(fandom・스타를 쫓는 팬들의 무리, 일명 오빠 부대) 활동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숲 모금에 참여한 한 팬은 “일반적인 조공문화는 소모적이고 일회성이지만, 숲 프로젝트는 단순히 팬과 스타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속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이 의미 있다”고 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의 숲을 방문했던 김광열(가명・32・경기도 광명) 씨는 “나무가 심어질수록 대기오염 개선, 수질 정화, 토사 유출 방지 등 환경에도 보탬이 된다고 들었다”며 “도심 녹지 조성에 이바지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마포구 스타숲 나무에 팬들이 걸어 놓은 스타의 사진과 리본(좌). 강남 늘벗 근린공원 스타숲에 조성된 배우 하정우 나무(우)(사진_허미영 작가)


  | 강남 근린공원에 위치한 스타 숲 “해외 팬들도 많이 찾아오죠”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늘벗 근린공원. 배우 하정우를 비롯, 소녀시대 써니, 틴탑, EXO백현, 준케이, B1A4 등 아이들 그룹의 스타 숲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푸른 잎을 지닌 나무와 각양 각색의 꽃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는데, 스타 나무에는 팬들이 리본이나 선물봉투를 직접 걸어놓기도 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팬들만이 아니다. 지역 시민들은 물론, 해외 팬들도 자주 방문한다. 강남구청 소속의 공원 관리자 황 씨는 “특히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많은 사람이 찾는 것에 비해, 반듯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 강남구청 녹지과에 숲 유지관리에 관해 묻자, “트리플래닛, 팬클럽 회원들, 강남구청이 협조해서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녹지과 관계자는 이어 “팬들에게 숲의 쓰레기를 줍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오기도 하고, 꽃이 시들면 팬들이 다시 직접 심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존에 공원(늘벗 근린공원)을 관리하는 인력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숲 관리를 위한 별도의 예산 부담도 크지 않다. 강남구청 측은 “현재 지자체의 가수 로이킴 숲 공원(강남 달터공원)에선 ‘공원 돌보미’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늘벗근린공원의 스타 숲에도 적용해 팬들이 자발적이고 주기적으로 숲을 관리하는 운영 시스템을 확대해나갈 계획” 이라고 했다.

  | 마포구에 위치한 스타 숲 “녹지 조성 취지는 좋은데, 관리는 아쉬워…”  

하지만 서울시의 모든 스타 숲이 같은 모습은 아니다. 취재차 방문한 또 다른 스타 숲은 마포구에 위치한 윤아, 재중, 요섭, VIXX, SS501, 이특 숲이다. 스타 숲임을 나타내는 팻말과 다수의 나무로 이곳 역시 프로젝트로 마련됐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부 팬들이 스타의 사진이나 리본을 나무에 걸어놨다는 점도 비슷했다. 하지만 관리 상황은 조금 달랐다. 7월 24일. 비 내리는 날 찾은 마포구의 스타 숲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고여있는 물. 숲의 배수가 잘되지 않아 생긴 것으로, 진입로부터 숲 안쪽 일부까지 물이 고여있어 숲에 들어서기 조차 힘들었다. 숲 옆의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한 시민은 “수영장을 만들어놨네”라며 숲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또 다른 주민은 “원래 휴지 등이 쌓여 있던 곳에 나무가 심어져 좋긴 한데, 이왕이면 관리가 더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인 마포구청은 “나름 관리는 하고 있지만, 실제로 땅을 소유하는 철도공단과 지난 2월에야 부지협약을 맺어 아직 예산확보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 숲이 따로 관리자를 둘 정도로 넓은 부지가 아니라, 아직 이곳만 전담하는 고정 관리자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비 내리는 날 찾은 마포구 스타숲은 들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고여 있는 상태다.(사진_허미영 작가)


  | 스타 숲 프로젝트,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과 적극적인 홍보 필요  

최근 여러 스타의 팬클럽들이 경쟁하듯 나서며 스타 숲 조성 붐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숲 조성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다.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기후, 병충해 여부, 나무의 토양 적응력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도 있다. 현재는 부지를 제공한 구청, 대행업체인 트리플래닛, 모금한 팬들이 협조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더욱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스타 숲 프로젝트의 좋은 취지가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금에 참여했던 한 팬은 “가수이름을 걸고 팬들이 조성한 숲이지만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동네의 주민일 것”이라며 “숲이 지저분하거나 나무들이 건강하지 못한다면 대행업체와 더불어 가수와 팬들의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유지 관리비가 필수다. 운영비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중요하다. 강남구와 마포구의 숲을 취재하는 동안 주변 주민들 20여 명에게 스타 숲에 대해 아는지 물었지만,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2명에 불과했다. “많은 시민분들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잘 모르니까 오히려 안 좋게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강남구청 녹지과 관계자는 “숲을 조성한 당시에 (트리플래닛 측에서) 보도자료를 냈지만 홍보 효과가 크진 않았다”며 “현재 소수의 주민만 알음알음으로 알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지역 주민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에게 숲 조성의 취지를 알리고, 긍정적인 효과를 함께 향유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스타를 향하는 맹목적인 조공문화가 푸른 사회에 대한 조공으로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선 말이다.

 



글/조현주
조현주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취재자료에 맞추어 내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글로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기사가 어느 정도 완성되고 나니 기자가 하는 일의 중요함이 더욱 절실히 느껴졌다. 매일 새롭게 발생하는 사건 사고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일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회의 ‘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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