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게 희망 전하는 예술 사회적기업 '에코팜므'
난민에게 희망 전하는 예술 사회적기업 '에코팜므'
난민에게 희망 전하는 예술 사회적기업 '에코팜므'
2014.10.17 08:30 by 더퍼스트미디어
  ‘에코팜므’ 박진숙 대표
에코팜므1
8년 전 일요일 새벽, 낯선 콩고인으로부터 박진숙 씨(사진) 부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공장 밤 근무 중 기계에 팔이 끼여 다친 욤비(Yiombi Thona, 47) 씨였다. 그는 사법연수생이었던 진숙 씨 남편의 도움으로 6년 만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지금은 공장의 노동자가 아닌 대학초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욤비 씨가 부부에게 가져다 준 변화도 컸다. 10년 동안 육아와 공부에만 집중했던 진숙 씨는 이주여성들을 돕는 사회적기업 ‘에코팜므(Eco+ Femme)’의 대표가, 진숙 씨의 남편은 공익법인센터 어필의 대표가 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공개한 세계동향 보고서를 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난민 수가 전년보다 600만 명 증가해 5,120만 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난민신청자는 6천명 을 넘어섰지만 그 중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비율은 6%밖에 되지 않는다. 욤비 씨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 2002년에 한국으로 온 난민 가운데 한 명이었다. 욤비 씨가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6년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난민들의 곁에 동반자로서 그들을 돕고 있는 박진숙 대표가 있다.

-난민을 돕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2006년 일요일 새벽, 당시 사법연수생이던 남편에게 낯선 콩고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공장에서 밤 근무를 하다 기계에 팔이 낀 욤비 씨가 우연히 남편의 전화번호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남편은 포천에 있던 욤비 씨를 부부가 사는 일산의 집까지 데려왔고 그렇게 난민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남편은 욤비 씨의 난민 소송 변호를 맡았고 결국 한국에 온 지 6년 만에 난민 인정을 받았다. 그 후로 욤비 씨는 책도 내고 인간극장에도 출연하면서 유명해졌고 현재는 한 대학교의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현재 둘 다 난민지원 NGO의 대표가 됐다. 생각해보면, 욤비 씨와의 인연이 남편과 나의 인생을 꼬이게 한 것 같다(.웃음)

-에코팜므의 설립배경과 현황을 소개해 달라

불어 전공을 살려 1년 동안 난민들의 한국어 교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가르치다 보니 편견과 달리 그들이 굉장히 똑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욤비 씨도 콩고 왕족 출신의 엘리트였고 상당수 난민들이 자국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인이 가진 재능과 역량에 따라 강사, 디자이너, 공연프로듀서 등의 역할을 부여해 전문 인력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특히 그들이 핸드메이드 상품제작과 문화공연을 할 때, 자존감과 보람을 느껴서 이 분야에 집중해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에코팜므에는 국적상관 없이 10~15명의 이주여성이 활동하고 있다.

 

에코팜므 직원들과 이주여성들이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코팜므 제공)


 

-에코팜므는 왜 이주남성들보다 이주여성을 돕는 일에 집중하고 있나

나는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냥 난민들을 자주 보게 되면서 그들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졌다. 나는 여자이기에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남자와 달리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가정에 갇혀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자립을 도와 한국에서든 고국으로 돌아가서든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가정이 있는 고학력 여성으로서 사회적기업의 대표가 됐는데, 대한민국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 했던 인터뷰가 ‘경력단절 여성의 부활’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제목으로 나의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솔직히 나는 취업난이 없던 시대에 살았다. 당시 친구들도 지원하면 여러 개 붙어서 골라가고 그랬다. 반면 나는 내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어머니와 시어머니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10년 동안 육아에 전념했고, 아동가족학과 불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 무언가를 하려 하니 고학력과 나이가 걸림돌이 돼 취업, 유학 등 모든 것들이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에코팜므 설립에 집중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아줌마로 살았던 과거의 경험이 지금 일을 하는 데 다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액자에 담겨있다. (에코팜므 제공)


 

-부부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고 사회활동가로 살아가는 데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남편은 이타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남을 돕는 일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 반면, 나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은 바뀔 것 같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말리지 못할 바에야 그냥 같이 일하는 게 났겠다 싶었다. 지금의 나는 에코팜므의 대표, 남편은 어필이라는 공익법센터 대표로 둘 다 NGO 대표가 됐다. 장단점을 찾아보자면, 장점이 훨씬 많다. 같은 분야의 일을 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또래 부부들보다 수입이 상당히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 있어 크게 불편하거나 부족하지 않기에 괜찮다. 만약 남편만 이쪽 일을 했다면 아내인 내가 바가지를 많이 긁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코팜므를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난민 성공 사례로 욤비 씨만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게 조금 불만이다. 지성과, 인성, 능력 모든 것을 다 갖춘 인재 한두 명을 잘 키워서 여자 욤비도 만들고 싶다. 10년후에는 후임에게 에코팜므를 물려주려 한다. 나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활동들을 학문적으로 잘 정리해서 연구자적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글/박재영

청세담_박재영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청세담이 나의 부족한 경험과 견문을 채워주고 넓혀 줬다. 공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비전이 분명하여 상황이나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신다는 점이었다. 나도 그 점을 본받아 나의 재능을, 공익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며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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