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발달장애인의 성공 사례, 그 진실과 거짓
TV 속 발달장애인의 성공 사례, 그 진실과 거짓
TV 속 발달장애인의 성공 사례, 그 진실과 거짓
2014.10.20 15:28 by 더퍼스트미디어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굿 닥터’에는 ‘박시온(주원 분)’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자폐3급으로 사회적 상호교류에 어려움을 겪지만, 의학적 지식에 천재성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Savant syndrome)의 특성을 살려 인턴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소아외과 의사가 된다. 물론 주변인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이 뒷받침 된 결과였다. 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에도 아스퍼거 장애(asperger disorder)를 가진 장하명(하재숙 분) 이 등장해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한다.

국내의 등록 발달장애인 수가 19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영화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소개됐던 발달장애인들의 이야기가 최근 드라마 및 뉴스의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장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타인들과 화합하거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점은 과거와 다른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자폐’와 ‘서번트 증후군’, ‘지적장애’등 발달장애 관련 용어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순위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시설이나 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발달장애인들의 삶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제자리걸음’ 상태”라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info


  발달장애인에 대한 높은 편견의 벽, 그래도 교육을 통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힘이 됩니다  

“하루는 발달장애인들과 단체로 수영장을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몇몇 수영장에서 예약을 거부하더라고요. 이유를 알고 봤더니 발달장애인이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이 ‘주변 이용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수심이 깊다거나 활동에 위험요소가 있다는 안전적 부분이었다면 봉사자를 더 배치한다든지 하는 대안을 제시했겠지만, ‘수영장을 같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거절 사유에 당황해 그대로 전화를 끊었던 적이 있어요.”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상담하는 사회복지사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의 사회적응 훈련 업무를 맡았던 사회복지사 정영희(가명•32) 씨. 대학교 시절 사회복지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던 그녀는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발달장애인을 처음 만났다. 때 묻지 않은 발달장애인들의 순수한 모습에 친근함을 느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관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주로 접하게 된 모습은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이었다. (실제로 2008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 청소년 중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74.2%에 달했다.)

하지만 정 씨는 많은 사람의 오해와 달리, 반복된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인도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달장애인들은 한 번 체험 했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자신의 경험을 적용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반복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가령 지하철을 탈 경우 대부분의 시민은 자연스레 승하차를 하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각각의 역 특성이 달라서 승하차를 할 때마다 새로운 과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제한된 공간에서 말로만 교육하는 것보다 실제 현장으로 나가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몸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최근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장애인의 발달단계에 맞는 치료나 교육, 여가 문화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 “보호자들은 자녀를 위해 더 좋은 서비스, 더 많은 프로그램을 원해요. 하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이용할 수 없거나 이용을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함을 안내할 때 제 잘못이 아닌데도 미안한 마음이 들죠.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 ‘장애인이 이용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느 곳에 가더라도 비장애인과 함께 자연스럽게 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 씨는 “편견의 벽을 허물고 발달장애인이 일상에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점보다 약점을 보게 하는 ‘시설 평가’, 판매 전략과 홍보 능력 부족… 직업을 통한 자립은 머나먼 꿈일까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캔들생산을 교육하는 직업재활사


 

“더 많은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에 더욱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뒷전이 되고있는 것이 아닌지...”

직업재활센터, 복지관을 거쳐 현재 수도권의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7년째 일하는 김보라(가명•30) 씨가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꺼냈다. 그녀는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 업무를 맡고 있는 직업재활사다. 2011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발달장애인 21.6%로 전체 국민 60.1%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취업을 한 발달장애인의 평균 근속기간도 11개월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기에 발달장애인의 실질적 자립을 위해서는 직업재활센터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정작 그녀는 현 직업재활 시스템이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입사 초기에는 ‘발달장애인의 강점을 바라보는 눈’이 발달해 있었어요. 지하철 노선을 정확히 암기한다든지, 물건이 놓인 위치를 정확히 기억한다든지 하는 강점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그것에 초점을 맞춰 발달장애인이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다섯 가지 강점을 가진 발달장애인을 접해도 한 가지 약점 때문에 ‘취업이 어렵다’고 판단해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어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생산한 소이캔들.  보호작업장 자체 브랜드를 갖췄지만 홍보·마케팅의 한계로 판매경로 확보가 쉽지 않다


 

김 씨가 일하는 기관을 비롯하여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은 3년에 한 번씩 최근 3년간의 운영 실적 및 투명성을 복지부와 지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양적 평가로 기관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실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당장 취업의 가능성이 높은 장애인을 우선으로 지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양적 평가로는 측정할 수 없는 노력의 성과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다운증후군 훈련생은 2년이 넘는 훈련기간, 수십 번의 실습과 면접 끝에 2008년 한 패스트푸드점에 취직했죠. 다운증후군은 체력이 약하고 행동이 느리다는 편견을 깨고 아직도 성실히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특히 뿌듯해요.”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호작업장을 통한 자립도 여의치 않다. 상품 판매 수익금이 발달장애인의 임금 액수로 직결되는 만큼 주기적인 판매 경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것. 김 씨는 “대학 시절에는 전공과 관련된 수업만 들었는데, 입사 후 정작 필요한 능력은 판매 전략 수립이나 홍보•마케팅이더라”면서 “장애인 작업장이 마케팅 전문가나 컨설턴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직업재활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진/허미영 작가)

 



글/송현정
송현정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자기 일에 대한 즐거움과 확신으로 가득 찬 기운을 내뿜던 강사들과 이에 지지 않는 에너지로 이들을 응시하던 ‘청•세•담’ 동기들의 눈빛, 짧은 시간에도 핵심을 짚어내던 기자들의 손길까지. 모두가 동경을 넘어 존경의 마음이 들게 하는 값진 존재들이다. 우물 밖으로 나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청•세•담’을 만나 현실이 되었고 이제 앞으로 어디서, 어떤 일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 나가야 할지를 조심스레 꿈꿀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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