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서 온 ‘카톡’
텔라 진유하 대표
우간다에서 온 ‘카톡’
2017.04.21 13:58 by 김석준

대한민국으로부터 약 10,300km 떨어진 나라, 우간다. 이름도 생소한 이 아프리카 국가의 수도 캄팔라에는 카카오톡으로 영어 첨삭을 해주는 6명의 우간다 선생님이 있다. 그들은 한국의 ‘소셜벤처’ 텔라(TELLA) 직원들이다.

“우간다에는 매년 4만 명이 대학교를 졸업해요. 그런데 졸업자 중 17% 밖에 취업을 하지 못해요. 학력 수준은 높은데, 일거리가 없는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고 싶었어요.”(진유하 대표)

지난 10일,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텔라의 진유하 대표는 미래의 스타트업 CEO를 꿈꾸는 30여명의 교육생을 만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텔라는 온라인 영어 회화 플랫폼이다. 원어민과 일대일로 카카오톡 채팅을 하며 첨삭지도를 받을 수 있는 ‘텔라톡’, 보이스톡을 활용해 회화 첨삭을 받을 수 있는 ‘텔라콜’이 대표 프로그램. 대부분의 전화 영어 서비스가 필리핀 또는 캐나다 튜터로 구성된 것과는 달리 텔라는 우간다 튜터를 주로 고용한다. 왜 우간다였을까.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우간다는 그 영향으로 우간다어 외에 영어를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탓에 고학력자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영어가 능통한 대학 졸업자의 83%가 백수로 지낼 정도.

졸업자의 선택지는 몇 가지로 한정되어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국제기구에 들어가거나 은행이나 관공서에 취업한다. 그렇지 못하면 버스운전을 하거나 농사를 지어야 한다. 진 대표는 영어구사가 가능한 우간다의 우수한 청년 인재와 한국의 영어교육 시장을 연결하는 비즈니스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대학생 때 기독교 동아리에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프리카의 부룬디라는 곳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때 만났던 현지인은 미디어를 통해 접한 아프리카인의 모습과는 달랐어요. 대학교를 졸업했고, 학력 수준이 높은 분들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일거리가 부족해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돌아오자마자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CEO를 만나다’에 참석한 스타트업캠퍼스 교육생들. 소셜벤처를 꿈꾸는 소셜 이노베이션랩의 질문이 특히 많았다.

텔라는 2012년 대학교 동아리 프로젝트팀으로 첫발을 내딛었고, 2년 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영어회화 플랫폼을 운영하지만, 진짜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우간다의 고학력 미취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에게는 생계유지와 자아실현을 가능케 하고, 국가적으로는 중산층을 확대하고 미래 인력을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 미션인 셈이다.

2012년 제 3회 아시아 소셜 벤처대회(SVCA) 3위, 2013년 전국소셜벤처경연대회 동상 수상 등 꾸준한 호평 속에 가치를 인정 받아왔지만, 사업적으로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다. 사업 초기 도입했던 전화영어 서비스는 처참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미국 영어에 익숙한 고객이 우간다 영어 발음에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정말 좋은데 발음을 못 알아듣겠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치열한 전화영어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텐데, 튜터 한명씩 발음 교육까지 시키며 사업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 고민 끝에 ‘채팅’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전화영어가 부담스러운 고객이 텔라의 채팅서비스를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젠 텔라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었다. 65%에 달하는 재구매율과 1,500명에 달하는 누적 유료고객이 텔라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원어민과의 채팅으로 먼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보이스톡을 통해 회화를 연습하는 텔라만의 시스템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강연을 참관한 교육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녀의 무용담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노트북에 꼼꼼히 받아치는 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매웠다. 강연이 진행되는 중에도, 강연을 마친 후에도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날 강연을 들은 박정민(23)씨는 “팀을 꾸려가거나 회사를 운영할 때 직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연제영(28)씨는 “소셜벤처를 염두하다 보니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하곤 했다”며, “공급자 중심 사고가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대표님의 말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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