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2017.04.21 15:21 by 제인린(Jane lin)

뱃속에 베개를 채워가며 몇 달간 임신한 시늉을 했던 부잣집 여성과 그의 아이를 대신 품고 있던 가난한 여성의 이야기. 아주 오래전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막장’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출생의 비밀’의 시작점이죠. 꽤 오래된 기억인데 그게 다시금 떠올랐던 건, 최근 중국에서 접한 한 편의 기사 때문입니다.

(사진: Paradise On Earth/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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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저 여자 알아? 몇 달 전부터 정씨네 집 옆방에 세들어 사는 그 젊은 여자 있잖아. 그 여자가 씨받이래”

“어쩐지, 한낮에는 밖에 나오지도 않고 밤중에 어쩌다 마주치면 도망가듯 뛰어가던 그 젊은 여자 말이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녀서 얼굴을 못 봤지만, 배가 꽤 나온 것 보니 산달이 다 온 것 같았는데....”

“그 젊은 나이에 할 짓이 없어서…”

소위 남 얘기하길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한 여성이 지나가자 자기들끼리만 들리는 목소리로 뒷말을 합니다. 방금 그들 앞으로 지나간 스물 남짓의 그녀가 대리모 혹은 씨받이라고 불리는 일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창핑구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것과 같은 대리모 산업을 조롱하는 삽화. (사진: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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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중국에서는 종종 동성연애자 커플의 가정생활, 혼인 전 동거하는 대학생 커플, 30세 이상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는 부부의 사연 등 ‘비주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보도되는 일이 잦습니다. 해당 기사가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제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댓글은 비판 일색입니다.

지난 19일 오전 대문짝만하게 실린 ‘대리마마(代孕妈妈)’ 기사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의 대리모 사연이죠.

상하이에 거주하는 샤오뚱(小陈)은 지난 2012년 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에 있는 공장에 취업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공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고 받는 돈은 월 4000위안(약 68만원), 적지 않는 돈이지만, 샤오뚱의 처지를 고려하면 아쉬운 액수입니다.

샤오뚱은 병원에 입원 중인 부모님과 학비‧생활비를 보내줘야 할 대학생 동생 2명을 부양하는 가장이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그녀의 어려운 처지를 알게 된 대리모 브로커가 접근해왔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리모를 하면서 아들을 출산하게 되면 100만 위안(약 1억 65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오랜 시간 망설일 시간이 없었던 샤오뚱은 곧장 그의 말에 따라 대리모를 자청하게 됩니다.

지난해 6월 수정체를 자궁에 삽입한 그녀는 이후 중개인이 마련해 준 상하이의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게 줄곧 시간을 보낸 끝에 지난 3월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탯줄을 자르는 것과 동시에 중개인은 아이를 데려갔고, 샤오뚱은 자신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키운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기억조차 없습니다. 그의 부모들이 보내온 사진을 크게 확대해 자신의 방에 걸어두었을 뿐입니다.

샤오뚱과 그녀가 출산한 아이 모습. (사진: 웨이보)

그녀가 대리모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뒤 받은 금액은 20만 위안입니다. 처음 약속한 100만 위안을 받지 못한 것은 그녀가 여자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이죠. 이 돈은 곧장 구이저우에 살고 있는 두 명의 여동생의 대학 학비, 연로한 부모님의 생활비로 쓰였습니다.

비록 아픈 경험을 안고 평생 살게 됐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남들과 같은 꿈 많은 대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가 불의의 사고로 근로 능력을 상실한 후 스스로 가장이 되어야 했죠. 동생 두 명의의 학비까지 책임지기 위해선 당장 매월 1만 위안(약 165만 원)이상의 금액이 필요했죠.

샤오뚱은 임신 후 중개인으로부터 매월 생활비로 2000위안을 받았으며, 출산 후 20만 위안을 추가로 지급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출산 직후 아이를 전달받은 불임 부부로부터 5000위안의 금액을 추가로 전달받았다고 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고통과 대리모라는 주변의 시선을 혼자서 견뎌낸 샤오뚱은 말합니다.

“내가 지난 1년간을 대리모로 살았던 사실은 나와 중개인 외에 아무도 모릅니다. 가족들은 대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급하게 생활비가 필요할 때마다 임신 중 중개인으로부터 받은 생활비 명목의 돈을 아껴두었다가 보내드렸습니다.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들이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 부부에게 아이를 선물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몸이 아픈 부모님과 동생들이 나로 인해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그리곤 덧붙입니다. “만약 앞으로 다시 부모님이나 동생들에게 큰돈이 필요해진다면 나는 아마도 이 일을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말입니다.

‘90년대 생 여성, 대학 졸업 후 대리모로 20만 위안 벌어들여’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처음 접했을 당시만 해도, 저 역시 그녀를 손가락질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구구절절한 가족사를 읽어 내려갈수록 과연 어느 누구에게 그녀를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대리모를 모집하는 업체가 공개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아이들의 모습. (사진: 웨이보)

해당 기사 댓글에는 ‘대리모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나요?’, ‘대리모 비용이 얼마인가요?’ 등의 내용을 담은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았다’는 ‘대리모 모집 광고’를 대체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대리모라는 제도 자체는 중국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법이기 때문이죠. 더욱이 중국에서 대리모 성공의 역사는 비교적 길지 않습니다. 지난 1986년 베이징의 한 산부인과에서 중국 최초의 시험관 아이 실험이 진행됐으며, 10년 후 1996년에서야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에는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와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NS 웨이보(微博) 등 누구나 검색 한 번으로 열람이 가능한 오픈된 공간에 대리모를 모집하는 중개업체와 중개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대리마마’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수십여 곳의 대리모 전문 업체라는 이들의 광고가 검색됩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경력의 대리모 전문 운영 업체라고 홍보합니다. 업체 광고마다 임신한 모습의 대리모들의 사진이 게재돼 있는데, 그녀들 역시 앞서 기사화된 샤오뚱과 같은 20대 초의 앳된 엄마들입니다.

자신들을 ‘7성급 국제 대리모 집단’이라고 설명하는 업체 설명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 거주하는 대리모를 모집 중이며, 그 대상자는 반드시 △35세 이하 △순산한 출산 경험이 있을 것 △신체 건강할 것 등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출산에 성공할 시 20~26만 위안의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업체에서는 대리모 모집 공고문을 통해 ‘연예인급 외모’와 ‘석·박사 이상의 학력과 높은 아이큐’, ‘20대 여성’일 경우 출산 성공 사례금으로 50만 위안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오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리모 시장은, 지난해 1월 1일, 전면적으로 두 자녀 정책(독생자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한 쌍의 부부마다 2명의 자녀까지 출산할 수 있도록 조정)이 시행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불릴 정도죠. 주 고객은 자녀를 얻고 싶으나 이미 가임 가능한 나이가 지난 고령의 여성들입니다.

중국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NS 웨이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리모 모집 광고 홍보글. (사진: 웨이보)

실제로 지난해 기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시에서만 암암리에 행해진 대리모 출산 사례가 300여 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여아 임신 시 중절 수술을 강요한 사례가 제외된 수치입니다.

정부 내 가임 가능한 9000만 가구 가운데 여성의 연령이 35세 이상인 경우가 60%에 달합니다. 때문에 고령의 나이로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이 어려워진 가정에서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얻고자 하는 요구에 대리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장쑤성에 거주하는 39세의 A씨는 이 일대에서 제법 규모가 큰 대리모 업체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대리모를 찾는 이들의 전화 연락을 하루에도 수차례 받는다”면서 “몇 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 많아졌을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장쑤성에서 가장 먼저 대리모 사업을 시작한 중개인으로, 이 일대에서는 꽤 알아주는 큰 규모의 대리업자입니다. 덕분에 일명 ‘대리모 왕국의 리더’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해당 지역 언론과 취재하는 당시에도 ‘대리모가 방금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는 내용의 문자 한 통과 이를 증명할 사진을 건네받았는데, A씨는 “지금 연락을 받은 아이의 유전적 친모(31)는 7년 전부터 심각한 간질을 앓고 있는 불임 여성으로, 그의 모친이 직접 딸과 사위를 데리고 와서 대리모 계약을 맺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출산을 앞둔 대리모가 산부인과에서 대기 중인 모습을 담은 후난TV 영상. 영상물 자막에는 대리모가 성공적인 출산을 마칠 경우 10만 위안 정도의 돈을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후난TV)

이처럼 현지에서 보도되는 대리모 산업에 대한 기사와 정부 집계 보고서 등의 내용은 대리모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불임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과 대리모가 될 수밖에 없었던 20대 초반 여성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리모가 감당해야 할 몫을 기억한다면, 단순히 자궁을 빌려주는 ‘임대업’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대리모 시장에선 출산 직후 탯줄을 자르는 것과 동시에 아이에 대해선 어떤 애착을 가져서도 안 된다는 불문율이 존재하죠.

아이를 사고팔 수 있다고 여기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 행위인지를 모르는 20대 초반의 대리모들은 그 사실의 참혹성에 대해 깨달을 때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겁니다.

같은 여성으로, 언젠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질 수도 있을 한 사람으로, 그녀들의 사연이 기억 속에서 쉬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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