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책임감 결여와 양심 부재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기술유출, 회계부정, 안전관리 소홀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서 기인한 범죄가 성행하면서 청렴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이 공직자를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청렴 교육을 실시하고 민간 기업에 윤리 교육을 전개하는 등 부패 사전 방지를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개인의 청렴이 범죄나 기업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청소년의 경우 바른생활, 도덕 등 일부 교과 과정이 있을 뿐 청렴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미미하다.
유년기 청렴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인격과 가치관이 정립되는 시기에 겪은 도덕적 갈등이 장기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2 청년 청렴 장려 프로그램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5~30세 청년그룹 1천31명과 31세 이상 성인그룹 9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 이상이 ‘부패의 원인은 유년기 문제’라고 응답했다.
수단의 중요성을 간과한 성과제일주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같은 기관에서 발표한 ‘청소년 인식조사 2013’에 의하면 ‘부정입학이나 취업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절반 이하(46%)에 그쳤으며,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는 거짓말이나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성인(3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청렴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성인그룹의 41%가 ‘청년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 반면, 청년그룹의 19%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고해 청렴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무력감과 소극적 태도 해결이 청렴사회 구현에 선결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이하 투명본부)는 초·중등 과정 중 청렴 교육 의무화를 최종 목표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최소 1회에서 최대 16회 동안 이뤄지는 이 청렴교육은 2001년 시작됐으며 2012년부터 각 교육지원청과의 연계를 통해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지난해인 2013년 권익위원회가 후원기관으로 참여한 후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8개 교육지원청, 24개 학교에서 청렴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투명본부의 정기철 부장은 “미국, 싱가폴 등 청렴지수가 높은 일부 국가는 학교 교육 과정에 청렴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청렴 사회 구현은 제도 마련이나 개인 갱생보다 국민 인식의 변화라는 관념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교육은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투명본부를 통해 각 학교에 파견된 전문 강사들은 각 8시간의 기본과 심화과정, 각 2번의 참관수업과 보조수업을 거친 뒤 기존 주강사의 평가에 의해 선발되고 있다. 하지만 청렴의 정규 단원 편성이 궁극적 목표인 만큼 기관에서 양성한 특별강사가 아닌 초·중등 교사들이 청렴 관련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투명본부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투명본부는 각 지역 교대와 MOU(업무협약)을 맺고 청렴 교육과정을 교사 직무연수로 확대할 예정이다. 각 학교나 시민단체가 투명본부가 보유한 교육 노하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한 매뉴얼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마친 청렴교육의 효과는 미미하지만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강동교육청과 함께 청소년 정직지수를 설문한 결과 ‘인터넷에서 영화 또는 음악 파일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해도 괜찮다’ ‘친구의 숙제를 베껴서 낸다’ 등 청렴한 생활태도와 관련된 25개 문항에 대해 청렴교육을 실시한 2개 초등학교와 1개 중학교 모두 청렴 지수가 같거나 오르는 양상을 나타냈다.
청렴교육강사로 활동 중인 김은희 비영리문화예술민간단체 ‘더불어길’ 대표는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자기표현이 훌륭한 학생조차 정직이나 성실과 같은 기본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청렴 교육의 핵심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상황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게 함으로써 청렴과 관련된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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