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사회적 혁신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사회혁신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은 민간과 정부라는 이분법적 한계를 탈피한 ‘제3섹터’로 구분된다. 이들은 기존 영리 기업과 다르게 이윤창출이 아닌 공공 가치를 목적으로 하며, 이를 민간 주체의 경제활동으로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정부 복지사업과 차별화된다.
그렇다면 전통적 자본주의의 산물인 대기업은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일까. 어쩌면 기존의 경제주체가 막 걸음마를 뗀 사회적 기업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는 모델로서 가능성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이 같은 질문에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2014’이 하나의 실마리를 던졌다.
포럼 둘째 날인 15일, 더케이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치러진 첫 번째 기조발제 ‘사회적 기업의 가치혁신과 사회혁신모델’의 발표자로 선 강대성 SK행복나래 대표는 영리기업이었던 SK행복나래의 사회적 기업 전환 사례를 소개하며 사회적 혁신의 주체로서 대기업의 역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정 후 우리나라에서는 2014 10월 현재까지 약 1100여개의 사회적 기업이 운영 중이다. 1년에 130여개 이상의 신규 사업자가 탄생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 중 60% 이상은 ‘일자리 제공형’ 기업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단순 채용 이상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SK행복나래는 육성법 제정에 이후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설립된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과 다르게 2000년 MRO(기업소모성자재) 유통기업으로 설립됐다. 이후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10년 간 꾸준히 성장궤도를 달려온 행복나래는 2011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강 대표는 “SK행복나래의 가치 실현 활동은 사회적 기업 물품 우선 구매와 취약계층 고용, 제품 유통 지원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서 “SK행복나래는 대기업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신진 사회적 기업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회적 기업과 다른 혁신성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SK행복나래가 사회적 혁신 모델로서 가치를 갖는 이유는 국내 사회적 기업의 겪고있는 현실과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2월 발표한 ‘사회적기업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내 사회적 기업의 32%가 ‘새로운 시장 진입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고 답한 바 있다.
유통망 확보가 국내 사회적 기업의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SK행복나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혁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구의 사회적 기업 ‘화진산업’은 SK행복나래로부터 제조공정 개선비용 3000만원과 제품 유통경로를 지원을 받은 뒤, 지난 1년 사이 취약계층 직원을 56명에서 60명으로 확대 고용했으며 매출액을 10억에서 12억으로 올린 바 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경제 참여에 대해 케빈로비 SVA(Social Ventures Austalita·사진) 대표는 “한 발 앞서 사회적 경제가 시작된 서구에서도 지난 10~15년간 대기업과 사회적 기업의 관계 강화 추세가 이어져왔다”면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다.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분명히 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사례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르 보쉐(Jerr Boschee) 사회적 기업연합 대표 역시 “지금 막 탄생한 사회적 기업은 어떤 연대라도 활용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대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규모에 상관없이 동등한 관계로서 파트너십을 맺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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