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16km 금 이도연 선수, "고난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16km 금 이도연 선수, "고난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16km 금 이도연 선수, "고난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2014.10.23 10:25 by 조철희
  1년 만에 핸드사이클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선 이도연,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16km서도 金  

10월22일 송도일원에서 열린 여자개인핸드싸이클 1-4에서 한국의 이도연선수가 1위로 골인하고있다. 2014.10.22 (사진=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제공)


 

“핸드사이클의 매력요? 달릴 때의 속도감이죠. 가슴 답답한 걸 훌훌 털어내는 기분이에요.”

사이클 국가대표 이도연(42‧인천장애인사이클연맹) 선수는 핸드사이클에 누울 때면 이제야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그는 탁구와 육상 종목을 거쳐 지난해 5월에서야 핸드사이클을 처음 접했다. 핸드사이클은 누워서 손으로 세 바퀴를 굴리는 자전거로,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인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입문한지 1년 반이 채 흐르지 않았지만 그간의 성과는 믿기 힘들 정도다. 올해 5월 국제무대 데뷔전이었던 이탈리아 월드컵 개인도로독주 15k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후, 7월 스페인 월드컵, 8월 미국 세계선수권을 내리 제패하며 최근 열린 국제대회에서 3연속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지난 22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원에서 펼쳐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16km 타임트라이얼(H1-5)에서 또 한 번 시상대 맨 꼭대기에 우뚝 섰다.

 

10월22일 송도일원에서 열린 여자개인핸드싸이클1-4 시상식에서 한국선수들이 메달과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있다.1위는 이도연,2위 이승미,3위 김정임선수가 차지했다. 2014.10.22 (사진=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제공)


 

그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는 27분 44초 11. 2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이승미(42‧대전장애인사이클연맹) 선수에 5분 이상 앞선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하지만 이도연 선수는 “연습 때보다 0.11초 뒤졌다”며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투였다.

누구보다도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 선수지만, 지금의 모습을 다시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무 살이 되던 1991년, 불의의 추락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후 긴 터널과도 같은 세월이 15년 넘게 이어졌다.

“장애인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어요. 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는 사고 후 병상에서만 1년을 넘게 보냈다. 집에 돌아와서는 바깥출입도 최대한 삼갔다. 이따금씩 나갈 때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 같아 괜히 눈치가 보였단다. ‘장애인이니까 느리지’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 신경 쓰다 보니 애꿎은 성격만 급해졌다. 결혼해 딸 셋을 낳아 키웠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만큼 자라니 혼자만 집에 있는 시간이 다시 많아졌다.

“한창 우울증이 심했어요. 집에 혼자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장애인복지관에 찾아갔죠.”

2007년, 인근의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탁구채를 들었다. 이도연 선수는 학창 시절엔 여군을 꿈꿨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다고 한다. 휠체어에 앉아 몸을 움직이며 서서히 예전모습을 찾아갈 수 있었다.

생활체육으로 탁구를 접한 것이 시간이 흘러 선수생활로까지 이어졌지만 녹록치 않았다. 개인 탁구장을 운영하는 코치를 구했으나 훈련을 이어 가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컸고, 선수가 되고 나름의 욕심도 생겼지만 두터운 선수층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6년 만에 탁구채를 놓고 2012년에 육상 필드종목으로 전향했다. 같은 해 장애인 전국체전에 나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3관왕에 올라 가능성도 확인했다. 하지만 자신을 더 높이 끌어올려 줄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체고에 실업팀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지만 장애인 선수인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운동을 하면서 지도자에 대한 목마름이 상당히 컸어요. 지도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종목이든 상관없다는 마음뿐이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지금의) 감독님 이야기를 접하게 됐고, 그길로 무작정 찾아간 거예요. 다행히 제 가능성을 높이 봐 주셨죠.”

이도연 선수에게 류민호 장애인사이클 대표팀 감독은 정말 특별한 존재다. 선수생활 처음 만난 전문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갈구했던 것이 이뤄지니 열정도 배가 됐다. 최근에 이어진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과도 체계적인 훈련과 이를 잘 이겨낸 선수의 노력 덕택이었다. 류 감독은 “선수가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이제 자기 기량의 70퍼센트 정도 나오는 것 같다”며 “나머지 30퍼센트만 잘 끌어낸다면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핸드사이클은 이도연 선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는 “이제야 인생을 즐기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거리 경기에서 오르막을 오를 때 정말 몸이 극한으로 힘들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고비만 이겨내면 내리막 같이 즐길 수 있는 길이 항상 펼쳐지죠. 지금은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그 고비를 잘 넘길 자신이 있어요. 고난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몸으로 배웠거든요.”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사이클 국가대표 이도연 선수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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