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하는 중국인의 양면성
미국 대하는 중국인의 양면성
미국 대하는 중국인의 양면성
2017.05.19 16:37 by 제인린(Jane lin)

“미국에서도 중국 인구 수에 대해 실감할 수 있을 정도야.”

미국에서 공부하는 지인들의 얘기입니다. 그만큼 중국 유학생의 수가 많다는 얘기겠죠. 실제로 지난 2012년 이후부터 미국 내 유학생 비율 부동의 1위 국가는 단연 중국입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듭니다. ‘사드’ 관련 이슈를 생각하면, 양국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죠. 실제 중국인들은 미국에 대해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진:Aquir/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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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지난달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집을 한 채 샀어. 400만 위안(한화 약 6억 5000만원) 정도 들었지. 집은 비워둘 계획이야.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관리할 자신도 없고, 어차피 투자 목적으로 산거니까."

중국에서 알고 지내는 37세의 중국인 청년 정씨의 말입니다. 그는 미국 유학을 했거나, 미국에 거주한 경험이 없습니다. 심지어 미국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죠. 그런 그가 미국을 최적의 투자처로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연유가 있는 걸까요?

중국 현지의 국영 언론은 때때로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증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다른 한편으론 미국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느끼는 중국인들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소재한 신생 국가였을 뿐인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의 ‘美國’으로 지칭해 불렀던 것도 과거 중국인이었죠. 이런 과거의 성향이 30대 중국인 청년들에게 계승돼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반면 일본에선 미국을 가리켜 ‘쌀이 많이 나는 국가’라는 지칭으로 ‘米國’이라 칭하는 것은 미국을 대했던 과거 중국의 태도를 예측하기에 좋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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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거대한 땅 중국과 중국인이 가진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을 구분하는 것이 우선되야 합니다. 대륙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죠.

중국인은 주로 북방 민족과 남방 민족으로 나누어 설명되는데, 북방민족은 천 년의 세월동안 대륙의 수도이자 문화, 경제, 정치의 중심지로 자리하며 청나라가 멸망하기 이전까지 줄곧 중국의 역사를 이끄는 이들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자존심이 세고 자긍심도 강하죠.

중국인에게 미국은 종종 혐오의 대상이자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진:웨이보)

실제로 베이징을 대표로 하는 북방민족의 자부심은 변화를 지양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면을 갖도록 했습니다. 북방민족은 스스로를 높고 견고하며 화려한 자금성과 동일시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중국은 곧 자신 스스로’라고 여기는 심리의 발로입니다. 이런 성향은 종종 외부인들에게 오만한 북방민족이라는 비난을 낳기도 합니다. 중국 전통 민요 중에 ‘베이징 사람들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을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정도죠.

이들에게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과 서방 세력은 중국의 발전과 문화적인 성숙의 기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잦습니다. 미국과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의 제품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중국과 중국인에게 미국은 서양 자본주의이자 중국의 발전을 저해할 가장 두려운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입니다. (사진:웨이보)

과거 1990년대 초반 중국 정부가 자국 시장의 문을 열면서 가장 먼저 베이징에 들어온 브랜드가 바로 맥도날드입니다. 특히 자금성과 천안문 인근에 소재한 왕푸징에 맥도날드 1호 매장이 생겨났는데, 이 일대는 청나라 시기부터 명맥을 이어온 건축물과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입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되자 베이징 시민들은 크게 반발했죠. 중국의 중심인 베이징, 특히 심장으로 일컫는 지역에 미국과 자본주의의 상징인 브랜드가 들어오는 것을 마치 중국이 서양에 침략당하는 것처럼 받아들였습니다. 해당 매장 앞에는 영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매일 아침 많은 수의 군중이 무리지어 모이고, 항의하는 모습이 연출됐죠.

비슷한 시기 또 다른 북방 지역인 산동성 일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공자 선생의 고향인 산동성(山東省) 취푸(曲阜)에서는 미국의 상징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영업을 시작하려고 했고, 이 역시 시민들의 큰 반감을 불러 일으켰죠. 당시 이 지역의 시민들은 ‘감히 중국 역사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에 미국 세력이 손을 뻗히려 했다’는 죄목으로 집단적 움직을 보였고, 스타벅스는 곧장 영업 철회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자국(대만브랜드) 커피전문점인 ‘샹따오(上岛)’가 문을 열고 수 년째 영업 중이죠.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극성스럽게 미국 브랜드와 서양 문화에 대해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던 북방민족의 대다수가 자신들의 자녀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으로 선진 교육을 받으러 떠나는 많은 수의 중국인을 상징하는 미국 국기 모습.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베이징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매월 4차례 이상 진행되는 미국 유학을 위한 토플, GRE 시험장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긴 행렬이 등장하기 일쑤이며, 시험장 앞 식당들 역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비록 중국의 발전에 가장 큰 장해가 되는 국가이자 장애물이라 여기면서도, 미국 대학 및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밤을 세워가며 공부를 하고, 또 미국에 소재한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죠.

유학 컨퍼런스에서 미국 유학을 문의하는 중국인의 모습.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또한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공부한 해외 유학파를 ‘인재 초빙’이라는 명목으로 지원금까지 걸어가며 귀국을 종용합니다. 지난 10일 중국 교육부는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40세 이하의 인재에 대해 중국으로 귀국할 시 원하는 대도시 ‘후커우(시민증)’ 발급과 동시에 500만 위안(약 9억원) 이상의 정착금(부동산 지원급) 및 연봉 500만 위안 이상 지급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공고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정책이 생겨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미국으로 떠난 중국 유학생의 수가 3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죠. 아마도 그 30만 명이 자국 청년들보다 선진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순 없었나 봅니다.

반면, 상하이와 광동성 일대에 거주하는 남방 민족은 청나라가 멸망하기 이전까지는 중국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으나, 지난 100여 년 동안 서양의 문화가 가장 빠르고 쉽게 들어오며 급격한 근대화의 바람을 겪은 이들입니다. 때문에 지금도 서양의 문화와 문명에 대해 우호적이면서, 친숙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중 상하이의 개방성을 역사적으로 가장 잘 증명할 수 있는 사례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수에 있습니다. 이미 1910년대에 3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하이는 1950년대 그 수가 두 배에 이르게 됩니다. 당시 상하이 거주 중국인의 수(1910년대 120만명, 1950년대 500만명)를 고려하면, 외국인 거주민의 비율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죠. 외국인의 구성 비율도 미국인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거주했습니다. 상하이는 19세기 초중반 유럽 일대를 휩쓴 나치의 유대인 박해 시기, 수 많은 유대인들이 피난을 온 지역으로도 유명합니다. 상하이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살아가가는 유태인의 비율이 높은 이유죠.

일찍이 중국의 심장이라 여겨지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북쪽의 기름진 땅을 북방 민족에게 빼앗긴 남방 세력. 그들은 수 천 년에 걸쳐 변방이라는 불명예를 간직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레 이뤄진 서양 세력과의 접촉 기회는 일종이 호재가 되어 지역을 발전시켰죠.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의 차이 탓에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 세력에 반감을 가진 북방 지역 거주민과 달리 남방민족은 서양의 것을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일체화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들에게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미국의 것이자, 스스로를 미국화 할 수 있는 상징일 뿐 위협이나 침략의 상징은 아니었던 것이죠.

참고로 지난해 중순부터 불거진 고고도 미사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인들의 반감과 혐한에 입각한 극단적인 행동들 역시 북방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왔습니다.

중국 영토와 비교해 44배 이상 작은 우리나라(한반도)에서조차 ‘남남북녀’, ‘속정 깊은 경상도 남자’, ‘깍쟁이 서울 여자’ 같은 지역만의 특징이 존재하죠. 우리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특성과 지역민이 가진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보면 지역이 보이고, 지역을 이해하면 그 국가를 대할 때도 보다 너그럽고 유연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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