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길이 닿는 곳에 희망이 움틉니다
우리 손길이 닿는 곳에 희망이 움틉니다
우리 손길이 닿는 곳에 희망이 움틉니다
2017.05.22 18:43 by 김석준

임선희(가명‧80‧서울 서대문구) 할머니는 20년 넘게 도배를 못했습니다. 그럴 만한 기력도, 경제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죠. 집수리 봉사단이 온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 것도 그래서죠. 마침내 봉사 당일. 대학생들이 벽지와 장판을 잔뜩 들고 들어오자 할머니는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도배는 해봤어?” 학생들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답합니다.

“걱정 마세요. 저희 전문가에요!”

지난 4월 29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마포, 서대문, 용산, 중구의 재난위기가정 16가구를 직접 찾아가 집수리 봉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진행됐던 이 활동으로 도배나 장판을 교체한 곳은 모두 1,203가구. 이젠 명실상부 희망브리지의 대표 활동으로 자리매김했죠.

이번 봉사활동을 위해 희망브리지 봉사단 160명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총 16개 조로 구성되어 마포 2가구, 서대문 6가구, 용산 4가구, 중구 4가구 등 총 16가구를 방문했죠. 가정 곳곳에 쌓인 쓰레기 수거는 물론 곰팡이가 핀 벽지를 걷어내고 새로 도배를 하며 낡은 장판을 교체하는 것까지 크고 작은 역할을 수행했죠.

이번에 찾은 가정은 유독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정신 장애를 지닌 모친과 함께하는 가정, 고혈압과 허리통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 세대, 뇌병변 2급 장애를 안고도 자녀와 노모를 부양해야 하는 곳까지, 경제적으로 어렵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분들이 포함되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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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옥탑방 생활 30년

서대문구 북아현로14나길. 집수리 봉사를 위해 임선희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골목은 좁고 가팔랐습니다. 주소지를 보고 도착한 곳에서 큰 대문을 마주합니다. 그때 꼭대기 옥탑방에서 봉사대원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쪽이에요. 그 문 말고 옆에 작은 문으로 들어오세요.”

할머니가 사는 곳은 그 주택의 가장 높은 곳, 무너질 것 같은 목재 계단을 삐걱거리며 오르니, 옥탑방 앞에 앉은 할머니가 봉사대원들을 반겨 주십니다. “와줘서 고마워 정말”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거의 앉아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옥탑방 생활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를 떠올리며 “젊을 땐 도배도 혼자 다 해냈다”고 회상합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가난하지도,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옥탑방이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문도 낡아서 찬바람이 쌩쌩 들이치는데,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집안 곳곳에 스며든 곰팡이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주거환경을 크게 해칩니다. 물론 건강에도 좋지 않죠.

어르신은 마당에 앉아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아들이 장사를 하다가 실패해서 가세가 기울었던 이야기, 죽느냐 사느냐 고민하며 견뎠던 이야기, 찾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이 강아지뿐이라는 이야기, 이렇게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까지…

할머니 말대로 주거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오래된 도배지는 변색되거나 떨어져 나갔고, 곰팡이 냄새가 심했습니다. 9명의 봉사대원의 손이 바빠지는 이유입니다. 우선 가구와 각종 가재도구를 집 밖으로 빼내야 했습니다. 살림살이를 모두 밖으로 꺼내도 집 안이 좁아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몰딩(천장과 벽의 경계를 나누고 마감하는 것) 작업조차 수월하지 않을 정도였죠.

하지만 봉사단원들은 오랜 호흡과 경험을 자랑합니다. 몸을 최대한 웅크려 좁은 공간을 확보한 봉사대원들은 한쪽에서는 낡은 벽지를 뜯어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치수를 재고 벽지를 재단했습니다. 하루 만에 도배와 장판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집수리 봉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팀워크입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대원이 눈에 띕니다. 12조의 조장 전영재(25)씨입니다. 집수리 봉사 활동 경력 2년차로 현재 명지대학교 봉사동아리 무브(M.U.V, Myoungji University Volunteer)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도배와 장판 교체 작업을 처음 해보는 봉사대원도 많았지만, 조장의 역할 분담 아래 서로 격려하며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할머님이 너무 고마워하셔서 기분 좋게 일했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평소 어르신을 뵐 기회가 별로 없는데 집수리 봉사를 하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도 나서 더 보람된 것 같아요.”(전영재씨)

동네를 비추는 25M

같은 시각 마포구 중동 일대에서는 미술 전공자들의 벽화 봉사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마포경찰서의 요청으로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적용한 벽화봉사가 진행된 것이죠.

셉테드는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일컫는 용어로, 도시 환경을 바꿔 범죄를 방지하고 주민의 불안감을 줄이는 기법입니다. 어두운 골목길에 CCTV나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외진 곳의 담벼락을 없애는 것도 한 예라고 할 수 있죠.

특히, 벽화 봉사는 범죄 예방이라는 기능을 넘어 동네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작년 4월, 망원동 일대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콘셉트를 담은 100M 벽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작업한 안심골목 벽화는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면에는 여성의 이미지와 안심골목이라고 적혀있고, 다른 쪽에는 하늘색 배경에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작년에 진행된 망원동 벽화와 달리, 포돌이를 직접 등장시켜 안전을 한층 강조했죠.

주목도가 높은 노란색을 사용해서 야간에도 화사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른 면에는 포돌이까지 그려져 있으니 더 듬직해 보이네요.

그도 그럴 것이 벽화의 무대가 되는 지역은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위치해 있습니다. 그만큼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셉테드 벽화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벽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근처 과일가게에서 20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황연수(57)씨는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죠.

“이 골목이 원래 칙칙한 분위기였거든요. 그림 하나로 골목 분위기가 확 바뀌네요. 아이들도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바로 나오면 이렇게 화사한 그림이 보이니까. 애들이 보고 깜짝 놀랄 걸 생각하니 벌써 흐뭇하네요.(웃음)”(황연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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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의 그림이 완성될 무렵, 벽 사이를 바삐 돌아다니는 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희망브리지 벽화팀의 부팀장 엄효진(25)씨입니다. 엄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햇수로는 7년째 벽화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어느새 7년째 하고 있네요.(웃음) 저는 디자인과인데 자신의 재능을 직접적으로 봉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벽화 봉사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벽화는 항상 사진으로 남으니까 더 뿌듯하고.”

따뜻한 봄날의 토요일.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벽화 봉사가 끝났습니다. 벽화 봉사팀은 현장을 관리해주시는 경찰관, 벽화를 허락한 집주인 어르신과 함께 사진을 남겼습니다. 노란색 벽화를 보며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벌써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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